[골닷컴] 김현민 기자 = 토트넘 핫스퍼가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대체자로 지난 여름에 영입한 미드필더 지오바니 로셀소가 노리치 시티 상대로 이적 이후 가장 좋은 활약상을 펼치면서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었다.
토트넘이 핫스퍼 스타디움 홈에서 열린 노리치와의 2019/20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24라운드에서 2-1로 승리했다. 이와 함께 토트넘은 4경기 2무 2패 무승의 슬럼프에서 탈출하면서 8위에서 6위로 순위를 끌어올리는 데에 성공했다.
이 경기에서 토트넘은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루카스 모우라가 장기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해리 케인을 대신해 '가짜 9번(정통파 공격수가 아닌 선수가 최전방에 서는 걸 지칭하는 표현)'으로 나선 가운데 델리 알리를 중심으로 손흥민과 에릭 라멜라가 좌우에 서면서 이선 공격 라인을 형성했다. 해리 윙크스와 지오반니 로셀소가 중원을 구축했고, 라이언 세세뇽과 세르지 오리에가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으며, 얀 베르통언과 토비 알더베이렐트가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골키퍼로는 오랜만에 장기 부상에서 돌아온 우고 요리스가 나왔다.
https://www.buildlineup.com/토트넘 입장에서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바로 로셀소의 활약상에 있다. 그는 지난 시즌, 레알 베티스에서 에이스로 유명세를 떨쳤던 선수로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1400만 파운드(한화 약 215억)라는 다소 거액의 임대료와 함께 토트넘에 입단했다. 게다가 토트넘은 3400만 파운드(한화 약 521억)을 추가로 지불하면 로셀소를 영입할 수 있게 된다. 즉 토트넘이 그를 완전 영입하게 된다면 총액 4800만 파운드(한화 약 736억)의 이적료를 지출하게 되는 셈으로 이는 탕기 은돔벨레에 이어 구단 두 번째로 가장 비싼 금액에 해당한다.
토트넘이 로셀소를 이처럼 높은 가치를 들여 영입한 이유는 바로 에릭센의 거취 문제 때문이다. 케인과 손흥민, 알리와 함께 토트넘의 핵심 자원으로 평가받으면서 오랜 기간 팀에 공헌했던 에릭센이 2019/20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것. 문제는 에릭센이 토트넘의 재계약 제의를 외면하고 있기에 토트넘은 그의 뒤를 이어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수행할 선수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영입한 로셀소였다.
많은 기대 속에서 토트넘에 입단했으나 그는 초반 3경기에 교체 출전한 이후 곧바로 엉덩이 부상을 당해 1달 넘게 그라운드를 떠나있었다. 게다가 새로운 팀 및 리그 적응에 문제를 노출하면서 전반기 내내 사실상 전력 외 선수 취급을 받고 있었다.
주요 뉴스 | "[영상] 카타르 조직위원장 "월드컵 준비 문제 없다""
이러한 가운데 토트넘 미드필더 은돔벨레와 무사 시소코가 동시에 장기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그는 뒤늦게 중용받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23라운드 왓포드전까지의 로셀소는 이렇다할 특색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그에게 높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토트넘 팬들에게 실망만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이번 노리치전은 달랐다. 그는 플레이메이커답게 양질의 패스를 공급하면서 토트넘의 거의 모든 공격의 기점 역할을 담당했다. 먼저 9분경, 로셀소가 길게 열어준 패스를 오리에가 크로스로 연결했고, 이를 라멜라가 슬라이딩 논스톱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또다시 16분경 그가 측면으로 열어준 패스를 오리에가 크로스로 올렸고 알리가 헤딩 슈팅을 시도했으나 상대 수비수에게 차단됐다. 30분경엔 로셀소가 패스를 준 걸 모우라가 받아서 돌아서면서 스루 패스를 찔러주었고, 이를 손흥민이 논스톱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옆그물을 강타했다.
결국 로셀소의 패스에서 토트넘의 선제골이 터져나왔다. 37분경 로셀소가 측면으로 패스를 열어준 걸 오리에가 받아서 빠른 스피드로 수비 한 명을 제치고 슈팅으로 시도한 게 커버를 들어온 수비 맞고 흘렀다. 루즈볼을 잡아낸 노리치 측면 미드필더 토드 켄트웰이 드리블로 볼을 운반하려던 걸 로셀소가 가로채면서 패스를 연결했고, 손흥민을 거쳐서 오리에가 올린 크로스를 알리가 슬라이딩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로셀소의 가로채기에 이은 패스가 골의 기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주요 뉴스 | "[영상] 언변의 마술사 무리뉴의 첫 기자회견"
토트넘의 선제골이 나오자 노리치의 파상공세가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노리치는 68분경, 측면 수비수 맥스 애런스가 얻어낸 페널티 킥을 간판 공격수 티무 푸키가 차분하게 골로 연결하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1-1 동점 상황에서 다시 토트넘의 추가골이 로셀소의 패스를 기점으로 이루어졌다. 79분경 오리에의 땅볼 크로스를 로셀소가 받고선 돌아서면서 센스있는 스루 패스를 찔러주었고, 알리의 슈팅이 수비 맞고 공중으로 크게 떠오른 걸 손흥민이 헤딩 슈팅으로 꽂아넣은 것.
그는 경기 종료 직전에도 오리에의 전진 패스를 받는 척하면서 흘리는 동작으로 상대 측면 수비수 샘 바이람을 제치고 들어가는 재치를 보여주었다. 플레이메이커로서의 기질을 90분 내내 유감없이 발휘한 로셀소이다. 이대로 경기는 2-1로 막을 내리면서 토트넘은 감격적인 2020년 EPL 첫 승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 경기에서 로셀소의 활약상은 기록들만 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는 플레이메이커답게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83회의 볼 터치와 최다 패스(55회)를 기록했다. 당연히 패스를 성공시킨 횟수도 46회로 가장 많았고, 패스 성공률은 85.5%에 달했다. 키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 역시 4회로 가장 많았다.
더 놀라운 점은 공격 진영에서의 패스 횟수(43회)에서도 최다를 기록했는데 공격 진영에서의 패스 성공률이 88.4%로 전체 패스 성공률(85.5%)보다 상회하는 수치를 찍었다는 데에 있다. 심지어 드리블 돌파 역시 7회를 시도해 5회를 성공시키면서 최다를 기록했다. 게다가 5회의 드리블 돌파 중 4회가 공격 진영에서 달성한 것이다. 즉 상대 압박이 강한 공격 진영에서 드리블로 상대를 벗기고선 더 정교한 패스를 가져가면서 공격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소리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는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24회의 볼 경합을 시도했고, 소유권을 획득한 횟수도 9회로 최다였다. 심지어 태클 성공 역시 4회로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았다. 수비적으로도 높은 공헌도를 자랑한 셈이다. 게다가 활동량은 11.25km로 알리(12.42km)에 이어 팀내 2위였고, 전력 질주 역시 14회로 손흥민(20회)에 이어 팀내 2위였다.
원래 그는 베티스에서 뛰기 이전, 파리 생제르맹 소속이었을 당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는데 그 때는 수비 약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선수였다. 그런 그가 베티스에서 성공한 건 공격적인 역할로 변신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노리치전에선 수비에서 한단계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토트넘이 그를 영입한 건 어디까지나 에릭센의 뒤를 이어 양질의 패스를 공급하는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런 그가 노리치와의 경기에서처럼 수비적인 역량까지 꾸준하게 보여준다면 토트넘은 중원 구성에 있어 큰 고민을 덜 수 있게 된다. 적어도 노리치전에서의 로셀소는 토트넘이 기대했던 것 그 이상이었다. 지금 같은 모습이라면 토트넘은 아무 미련 없이 에릭센을 인테르(협상 중이다)로 보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