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DFL 슈퍼컵 우승과 DFB 포칼 1라운드 승리에 이어 2019/20 시즌 분데스리가 개막전에서도 대승을 거두면서 바이에른 뮌헨 7년 천하(7시즌 연속 우승)에 도전장을 내걸었다.
시즌 초반 도르트문트의 기세가 무섭다. 바이에른과의 DFL 슈퍼컵에서 2-0으로 승리하면서 일찌감치 우승 트로피를 하나 챙긴 도르트문트가 이어진 DFB 포칼 1라운드에서 위르딩겐을 2-0으로 꺾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그리고 주말, 분데스리가 개막전에서 아우크스부르크에게 5-1 대역전승을 거두면서 공식 대회 3연승을 달렸다.
도르트문트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바이에른 핵심 수비수 마츠 훔멜스를 다시 데려왔고(훔멜스는 바이에른 유스 출신으로 도르트문트에서 8년 6개월 동안 뛰면서 스타덤에 올랐고, 다시 바이에른으로 이적했다가 3년 만에 도르트문트로 돌아왔다), 율리안 브란트와 토르강 아자르, 니코 슐츠, 그리고 마테우 모레이 같은 재능있는 젊은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대대적인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이에 독일 현지 언론들은 도르트문트를 가리켜 '이적시장의 챔피언(Transfer-Meister)'이라고 지칭하면서 유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했다.
이를 입증하기라도 하듯 도르트문트는 프리 시즌부터 5전 전승을 달리면서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다고 해서 상대가 쉬웠던 것도 아니었다. 이 중에는 챔피언스 리그 우승팀 리버풀(3-2 승)과 세리에A에서 잔뼈가 굵은 우디네세(4-1 승)가 있고, 스위스 강호 취리히 상대로는 6-0 대승을 기록한 도르트문트였다.
이렇듯 프리 시즌부터 파죽지세를 이어온 도르트문트는 공식 대회 3경기에서도 모두 승리를 거두면서 바이에른의 위치를 위협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바이에른과의 맞대결(슈퍼컵)에서 2-0 완승을 거두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다가 도르트문트 입장에서 한층 더 고무적인 부분은 단순한 승리를 넘어 선수단 전체가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걸 경기 내용 면에서 입증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먼저 기존에 있었던 선수들도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돌아온 율리안 바이글(지난 시즌엔 중앙 수비수로 주로 출전했다)은 장기인 안정적인 플레이메이킹에 더해 이전엔 볼 수 없었던 과감한 공격 가담 능력까지 뽐내면서 공식 대회 3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도르트문트가 애지중지 키우는 '신성' 제이든 산초는 3경기에 출전해 2골 2도움을 올리면서 경기당 하나가 넘는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그 외 주장 마르코 로이스와 핵심 미드필더 악셀 비첼은 언제나처럼 중심을 잡아주고 있고, 베테랑 측면 수비수 우카시 피슈첵도 든든하게 후방에서 후배들을 지탱해주고 있으며, 중앙 수비수 마누엘 아칸지 역시 한층 세련된 플레이를 펼쳐보이고 있다. 백업 골키퍼 마빈 히츠마저 연신 선방쇼를 펼치면서 주전 골키퍼 로만 뷔어키의 부상 공백을 훌륭하게 메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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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원톱 공격수 파코 알카세르의 업그레이드가 가장 고무적인 부분이다. 지난 시즌 파코는 분데스리가에서 18골로 바이에른 간판 공격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에 이어 득점 2위를 차지했다. 다만 파코가 선발 출전 시엔 부진을 면치 못했다는 단점이 있었다.
지난 시즌 파코는 교체 출전한 15경기에서 12골을 몰아넣는 괴력을 과시했다. 참고로 교체 선수 12골을 분데스리가 역대 한 시즌 최다에 해당한다. 교체 출전 시간은 총 353분으로 29분당 1골이라는 믿을 수 없는 득점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정작 선발로 나선 11경기에선 6골에 그쳤다. 142분당 1골로 이 역시 준수한 수치라고 할 수 있지만 교체 출전과 비교하면 초라해보이는 기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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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코가 교체 출전 시에 비해 선발 출전 시 득점력이나 전체적인 경기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바로 키핑 능력이 떨어지는 데에 기인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선발 출전 시엔 상대 수비수들에게 집중 견제를 당하면서 제대로 된 볼 터치조차 가져가지 못하다가 체력만 소진된 채 교체되기 일쑤였다. 도리어 상대 선수들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점에 교체 출전해 득점 사냥에 나서는 게 더 효과적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는 잦은 부상 여파로 인해 풀타임을 소화할 체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문제도 갖추고 있었다. 이것이 루시앵 파브르 도르트문트 감독이 중요 경기 때면 파코보다 마리오 괴체 '가짜 9번(정통파 공격수가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가 최전방에 배치되는 걸 지칭하는 포지션 용어)' 전술을 주로 가동했던 이유였다.
이번 시즌은 다르다. 공식 대회 3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전부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게다가 3경기 연속 골을 넣으면서 4골 1도움이라는 호성적을 올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키핑에서 발전한 모습을 보이면서 상대 수비의 압박에서도 버텨내는 힘이 생겼다. 심지어 이전과는 달리 수비 가담까지 성실하게 해주고 있다. 이에 비첼은 "파코가 오른쪽 측면 수비까지 커버를 내려와서 가로채기를 성공시켰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모르겠다"라며 웃어보였다. 지난 시즌까지의 파코는 스코어러였다면 이번 시즌 들어 한 명의 확실한 9번 원톱 공격수로서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기존 선수들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주는 가운데 새로 가세한 신입생들도 빠르게 팀에 녹아들면서 도르트문트를 한층 더 짜임새 있는 팀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이미 도르트문트에서 오랜 기간 뛰었던 전임 주장 훔멜스는 3년 만에 돌아오자마자 안정적인 수비와 뛰어난 빌드업 능력을 보여주면서 수비진의 리더로 떠오르고 있다. 그가 버티고 있기에 그의 수비수 파트너 아칸지와 앞선에 위치한 수비형 미드필더 바이글이 모두 편하게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왼쪽 측면 수비수 니코 슐츠는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공수 전반에 걸쳐 준수한 활약상을 펼치고 있다. 지난 시즌 왼쪽 측면 수비는 도르트문트의 최대 약점 중 하나였다. 베테랑 마르첼 슈멜처부터 아슈라프 하키미, 하파엘 게레이루는 물론 심지어 중앙 수비수인 아브두 디알루까지 다양한 선수들이 뛰었으나 모두 기대 이하였다. 이제서야 믿고 쓸 수 있는 왼쪽 측면 수비수가 등장한 셈이다.
토르강 아자르 역시 현란한 발재간으로 도르트문트 측면 공격에 활기를 더해주고 있다. 부상으로 인해 분데스리가 개막전에서야 처음으로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린 브란트는 교체 투입되어 데뷔골을 넣으면서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었다.
개막전에서 도르트문트는 경기 시작 1분 만에 실점을 허용하면서 불안한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곧바로 2분 뒤에 로이스의 패스에 이은 파코의 골로 동점을 만든 데 이어 후반에만 4골을 몰아넣는 괴력을 과시하며 5-1 대역전승을 거두었다. 이에 독일 스포츠 전문지 '키커'는 분데스리가 1라운드 베스트 일레븐에 파코(2골 1도움)와 비첼(2도움), 그리고 훔멜스를 선정했다. 가장 많은 숫자의 선수들이 베스트 일레븐에 이름을 올린 도르트문트이다.
물론 도르트문트는 과거에도 초반 반짝하다가 후반부에 무너지는 모습을 노출하곤 했다. 2017/18 시즌엔 페터 보슈 감독 체제에서 분데스리가 7라운드까지 6승 1무 무패 파죽지세를 달렸으나 이후 추락하면서 4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지난 시즌 역시 한 때 바이에른보다 승점 9점 차의 큰 우위를 점했으나 시즌 막판 역전을 허용하면서 승점 2점 차로 아쉽게 2위에 그친 바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아직 도르트문트의 우승을 점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다만 이번 시즌의 도르트문트가 선수 개개인의 면면만 놓고 보면 2013/14 시즌 이래로 가장 안정적인 전력을 구축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즉 충분히 대권에 도전할 자격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겠다. 괜히 바이에른이 뒤늦게서야 이반 페리시치와 필리페 쿠티뉴, 그리고 미카엘 퀴상스까지 영입하면서 전력 보강에 나서고 있는 것이 아니다.
비첼 "수비는 단지 수비수만 하는 것이 아니다. 공격수 포함 모든 선수들이 수비적인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 관점에서 놓고 보면 우리는 지난 시즌보다 한층 더 좋은 팀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