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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베르트 Who?' 허더스필드, 철학의 연속성 고수하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최하위로 추락한 허더스필드 타운이 다비드 바그너 감독 후임으로 얀 지베르트를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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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베르트 Who?

허더스필드가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도르트문트 2군팀 감독 지베르트를 새 감독에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독일 타블로이드 '빌트'지 보도에 따르면 허더스필드가 만 36세의 젊은 감독 지베르트를 데려오기 위해 도르트문트 측에  30만 유로(한화 약 3억 8천만원)의 위약금을 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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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더스필드의 지베르트 감독 선임 소식은 단순히 영국을 넘어 독일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유는 그가 영국은 물론 독일에서조차 무명에 가까운 인물이기 때문. 이는 지난 주말, 허더스필드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의 2018/19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23라운드 경기에서도 일어났던 헤프닝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허더스필드 홈구장 존 스미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해당 경기에서 영국 스카이TV 중계 카메라는 지베르트와 닮은 인물을 관중석에서 포착했다. 이에 스카이TV 측은 지베르트라고 판단을 내리고선 리포터를 급파해 인터뷰를 단행했다. 하지만 정작 그 인물은 지베르트가 아닌 웨이크필드 축구 팬이면서도 '마틴 하우스'라는 복지 자선단체 대표인 마틴 워허스트였다.

이 헤프닝에 착안해 허더스필드는 지베르트 감독 선임을 발표하면서 흥미로운 동영상을 하나 올렸다. 바로 워호스트가 허더스필드 감독 사무실에 앉아서 전화통화를 하는 중에 지베르트가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웨이크필드 출신 마틴이 아닙니다"라고 멘트를 남긴 것. 이는 유쾌한 에피소드이면서도 역설적으로 지베르트가 대중은 물론 스포츠 관계자들에게 있어서도 생소한 인물이라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당연히 독일에서도 지베르트의 허더스필드 감독 부임에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같은 도르트문트 2군팀 감독에서 허더스필드로 넘어왔다고 하더라도 전임 감독이었던 바그너와는 결이 다르다. 그 이유는 총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바그너는 선수 시절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 마인츠를 거쳐 샬케에서 뛰면서 나름 지명도를 가진 공격수였다. 당시의 활약 덕에 미국 대표팀에 승선해 A매치 8경기에 뛴 경력이 있다(그는 프랑크푸르트 태생으로 미군 부친과 독일 모친 사이에 태어난 혼혈이다). 반면 지베르트는 마옌이라는 독일에서조차 이름이 생소한 소도시 출신으로 6부 리그에서 뛰던 무명의 선수로 만 23세의 어린 나이에 거듭된 무릎 부상으로 은퇴 후 일찌감치 지도자 생활에 접어들었다.

둘째, 바그너는 리버풀 감독 위르겐 클롭의 절친(클롭과 함께 마인츠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왔었고, 클롭의 부름을 받아 도르트문트 2군팀 감독에 부임했다)으로 부임 첫 해 도르트문트 2군을 레기오날리가 서부 1위로 이끌면서 3부 리가로 승격시켰고, 3시즌 동안 3부 리가에서 안정적으로 팀을 이끈 경력이 있다(2012/13, 2013/14, 2014/15). 반면 지베르트는 유스팀 감독직을 제외하면 레기오날리가 감독 경력 밖에 없다. 레기오날리가와 3부 리그는 상당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는 독일의 경우 3부 리가까지 프로 리그인데 반해 레기오날리가부터는 아마추어 리그에 속하기 때문.

마지막으로 바그너가 허더스필드 지휘봉을 잡았을 당시 팀은 챔피언십(잉글랜드 2부 리그)에 위치하고 있었다. 반면 현재 허더스필드는 비록 최하위라고는 하더라도 엄연히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구단이다. 즉 허더스필드의 위상 자체도 다르다고 볼 수 있겠다.


# 지베르트 선임, 이유는 철학의 연속성

그럼에도 허더스필드가 무명에 가까운 지베르트를 새 감독에 선임한 이유는 바로 전술 철학의 연속성에 기반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비록 현재 허더스필드가 EPL 최하위에 있다고는 하지만 바그너의 지도 하에서 2016/17 시즌 챔피언십 5위를 차지하면서 승강 플레이오프 끝에 45년 만에 EPL로 승격할 수 있었고, 지난 시즌엔 16위를 기록하면서 승격 첫 해 잔류에 성공했다. 그러하기에 허더스필드 측은 감독 교체 의사가 전혀 없었으나 바그너 본인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 사임을 결정했던 것이다. 이것이 허더스필드가 감독을 교체해야 했던 이유였다.

이에 호일 구단주는 지베르트 감독 선임과 관련해 "분명하게 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는 전임 가독 바그너 하에서 엄청난 성공을 즐길 수 있었다. 바그너와 지베르트는 많은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젊고, 야망이 있으며, 독일인으로 도르트문트 2군팀에서 왔다"라고 밝혔다. 즉 허더스필드는 구단 차원에서 바그너의 전술 및 구단 운영 철학을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고, 이를 계승 유지하고 싶어한다는 걸 직접적으로 선언한 셈이다.

기본적으로 바그너와 지베르트는 도르트문트 전술의 토대라고 할 수 있는 '게겐프레싱(Gegenpressing: 독일어로 직역하면 역압박으로 상대팀에게 소유권을 내주었을 시에 곧바로 압박을 감행하는 강도 높은 전방 압박을 의미한다)'을 공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베르트 역시 "우리의 플레이 스타일이 꽤 비슷하기에 공통점이 물론 있을 것이다"라고 인정했다.

게다가 허더스필드엔 바그너 감독의 영향으로 인해 에릭 둠을 비롯해 크리스 뢰베와 크리스토퍼 쉰들러, 압델하미드 사비리, 대니 윌리엄스 같은 독일 출신 선수들은 물론 크리스 리베와 엘리아스 카충가, 플로렌트 하데리오나이 같은 분데스리가 경력직 선수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욘 스탄코비치 역시 도르트문트 2군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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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베르트 선임 이유는 당장의 성공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당장 EPL 잔류를 위해 데려온 감독이라고 보기에는 위에서도 언급했듯 지베르트의 프로 감독 경력 자체가 일천하다.

지베르트의 강점은 바로 어린 선수 발굴에 있다. 그는 선수 은퇴와 동시에 독일 각종 연령대별 대표팀에서 코치 직을 수행하면서 다양한 유스 경력을 쌓았다. 게다가 보훔 19세 이하 팀 감독직을 수행하면서 괴칸 귈과 비탈리 야넬트 같은 독일 연령대별 대표 선수들을 육성해냈다. 도르트문트 2군팀에서도 제이든 산초(산초는 2017/18 시즌 전반기, 2군에서 새 리그 및 팀 적응도를 높인 후 후반기부터 도르트문트 1군에서 뛰기 시작했다)와 야콥 브룬 라르센의 성장을 도왔다.

게다가 바그너는 기본적으로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수비적인 전술을 구사하는 데 반해 지베르트는 기본적으로 공격적인 전술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스럽게 바그너가 4-2-3-1 포메이션을 주로 썼던 것과는 달리 지베르트는 4-3-3을 메인 포메이션으로 구사한다.

이에 도르트문트 단장 미하엘 초어크는 "대단한 감독이다. 그는 이 곳에서 본인의 업무를 훌륭하게 수행했다. 그는 EPL 감독이 될 자격이 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허더스필드 구단주 호일 역시 "우리는 그가 보훔 수석코치와 19세 이하 팀 감독직을 수행했을 때부터 주시하고 있었다. 이미 2년 전에 그와 처음으로 대화를 가졌고, 이후 줄곧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라며 단순히 바그너의 후계자라는 점에서 이루어진 즉흥적인 감독 선임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 도르트문트 유스팀, 새로운 감독들의 보고로 떠오르다

지베르트까지 허더스필드 신임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도르트문트 유스 팀이 젊은 감독들의 '보고(寶庫: 귀중한 물건을 간수하는 창고라는 의미의 단어)'로 급부상하고 있다. 비록 바그너는 경질됐으나 허더스필드의 EPL 승격을 이끌어냈고, 바그너의 뒤를 이어 도르트문트 2군 감독을 지도했던 다니엘 파르케는 노리치 시티 감독직을 수행하면서 현재 팀을 챔피언십 2위로 이끌고 있다. 이어서 파르케의 후임인 지베르트가 바그너의 뒤를 이어 허더스필드 지휘봉을 잡았다.

비단 이들이 전부가 아니다. 3년 연속 도르트문트 연령대별 팀(17세 이하와 19세 이하)을 독일 챔피언으로 이끌면서 '클롭의 애제자'로 명성을 떨쳤던 하네스 볼프는 슈투트가르트를 거쳐 현재 황희찬의 소속팀 함부르크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다. 함부르크 역시 독일 2부 리가 1위로 분데스리가 승격을 노리고 있다.

이들의 대부격이라고 볼 수 있는 클롭 역시 리버풀을 EPL 1위로 이끌고 있다. 클롭의 성공이 그의 제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 이 정도면 '클롭 학파'가 독일과 잉글랜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베르트는 만 36세로 허더스필드 지휘봉을 잡으면서 현역 EPL 최연소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그가 잉글랜드 무대에 젊은 피의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길 기대해 본다.

지베르트 "가장 중요한 사실은 난 얀 지베르트이며 내 길을 갈 것이라는 것이다. 클롭은 분명 동기부여가 되는 존재이다. 하지만 그와 비교하지 말아줄 것을 부탁한다. 그는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성공을 거둔 뛰어난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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