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enzo InsigneGetty Images

'약속 지킨' 인시녜, 나폴리의 코파 이탈리아 준결승행 견인하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나폴리 주장이자 에이스 로렌초 인시녜가 결승골을 넣으면서 팀을 3연패 부진에서 구해냈다. 이와 함께 그는 어린 아이와의 약속을 지켜냈다.

최근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가장 분위기가 안 좋은 팀은 바로 나폴리라고 할 수 있겠다. 나폴리는 최근 세리에A 12경기에서 단 1승(5무 6패)에 그치며 11위까지 추락했다. 현재 성적은 6승 6무 8패 승점 24점으로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 마지노선인 4위 AS 로마(승점 38점)와의 승점 차가 어느덧 14점으로 벌어진 상태다. 이대로는 다음 시즌 챔피언스 리그는 고사하고 유로파 리그 진출조차 힘들어보일 정도다.

나폴리는 2019년 10월 19일, 헬라스 베로나와의 8라운드에서 승리한 이후 15라운드까지 세리에A 7경기 무승(5무 2패)에 그치는 부진에 시달려야 했다. 이에 아우렐리오 데 라우렌티스 나폴리 회장은 합숙 훈련을 지시했으나 선수들이 불복하면서 팀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결국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경질 수순을 밟았고, 그의 후임으로 선수 시절 안첼로티의 제자였던 젠나로 가투소 前 AC 밀란 감독이 새로 나폴리의 지휘봉을 잡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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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투소 부임 이후에도 나폴리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가투소 감독 데뷔전이었던 파르마와의 세리에A 16라운드에서 1-2로 패한 나폴리는 이어진 사수올로전에서 2-1로 승리하면서 8경기 무승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으나 다시 세리에A 3연패를 당하고 만 것.

특히 지난 주말, 산 파올로 홈에서 열린 피오렌티나와의 세리에A 20라운드 경기에서 나폴리가 졸전 끝에 0-2로 패하자 TV 중계 화면에 마리오라는 이름의 9살짜리 어린 나폴리 팬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잡혔다. 이 영상은 SNS를 통해 빠르게 세계 각지로 퍼져나갔다.

이에 나폴리 주장 인시녜는 본인의 SNS를 통해 "안녕 마리오. 우리 팀의 패배로 인해 너에게 눈물을 흘리게 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너에게 이제부터 우리가 좋은 시즌을 보낼 것이라고 약속할 수 있다. 우리와 함께 다시 웃게 해주겠다. 우리는 널 경기장에서 기다리겠다"라는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이러한 가운데 나폴리는 22일 새벽(한국 시간), 산 파올로 홈에서 라치오와 2019/20 시즌 코파 이탈리아 8강전을 치렀다. 경기 내용 자체는 고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폴리의 상대팀인 라치오는 파죽의 세리에A 11연승을 달리면서 가장 뜨거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팀이었다. 최근 세리에A 12경기에서 단 1승에 그친 나폴리와는 비교 체험 극과 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라치오는 시모네 인자기 감독 부임 이래로 코파 이탈리아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인자기가 라치오 정식 감독으로 부임한 2016/17 시즌, 라치오는 코파 이탈리아 준우승을 기록했다. 이어서 2017/18 시즌엔 준결승전까지 진출했으나 AC 밀란에 승부차기 끝에 아쉽게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리고 2018/19 시즌엔 결승전에서 아탈란타를 2-0으로 꺾고 마침내 코파 이탈리아 우승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하기에 라치오의 우위가 예상이 됐던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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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폴리엔 인시녜가 있었다. 인시녜는 경기 시작 2분 만에 피오트르 지엘린스키의 패스를 받아 단독으로 측면을 돌파해 들어가선 각도가 거의 없는 지점이었음에도 먼포스트로 정교한 슈팅을 가져가며 선제골을 넣었다.

사실 이 골 이전까지 인시녜는 2019년 2월 2일, 삼프도리아와의 2018/19 시즌 세리에A 22라운드 이후 산 파올로 홈에서 필드골이 전무했을 정도로 유난히 홈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페널티 킥으로만 3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어린 나폴리 팬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욕이 강해서였을까? 그는 원맨쇼에 가까운 플레이로 1년 만에 홈에서 필드골을 넣으며 홈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인시녜의 골 이후 라치오의 주도 속에서 경기가 전개됐다. 하지만 라치오는 9분경, 간판 공격수 치로 임모빌레가 페널티 킥을 차는 과정에서 미끄러지면서 실축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나폴리 오른쪽 측면 수비수 엘사이드 히사이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하면서 라치오의 파상공세가 이루어졌으나 기쁨도 잠시, 25분경 수비형 미드필더 루카스 레이바가 심판의 가혹한 판정으로 인해 퇴장을 당하는 악재가 있었다. 83분경엔 임모빌레의 강력한 논스톱 발리 슈팅이 골대 맞고 나오는 불운도 있었다. 이래저래 행운의 여신마저 나폴리를 향해 미소를 지어주는 인상이었다.

결국 나폴리의 인시녜의 골과 선수들의 헌신적인 육탄 방어에 더해 약간의 행운까지 따르면서 최근 세리에A에서 가장 잘 나가는 팀인 라치오를 1-0으로 꺾고 코파 이탈리아 준결승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9살 짜리 나폴리 팬에게 "다시 웃게 해주겠다"던 약속을 지킨 인시녜이다. 이것이 바로 주장의 품격이자 프로 선수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나폴리는 또 다시 산 파올로 홈에서 세리에A 최강 유벤투스와 21라운드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이 경기에서도 인시녜가 나폴리의 세리에A 3연패를 깨면서 마리오에게 다시 웃음을 선사해줄 수 있을 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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