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륀발데어 슈타디온Goal Korea

“압박해!” 선수들의 목소리만 들리는 독일의 무관중 경기 풍경 [GOAL LIVE]

[골닷컴, 뮌헨] 정재은 기자=

3일 오후 독일 뮌헨의 그륀발데어 슈타디온으로 향했다. 1860뮌헨과 바이에른 뮌헨II(2군)이 함께 사용하는 홈구장이다. 오랜만에 찾은 경기장의 하늘은 맑았다. 곧 이곳에서 정우영(20)이 있는 바이에른II과 프로이센 뮌스터가 2019-20 3.리가(독일 3부 리그) 29라운드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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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3-2 바이에른II의 승리로 끝났다. 전력과 집중력의 차이가 불러온 결과다. 관중석에서 목청 높이던 양 팀 벤치 선수들의 모습에서도 차이가 났다. 관중이 없기 때문에 유독 잘 들려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골닷컴>이 다녀온 독일 무관중 경기의 풍경은 이렇다. 

그륀발데어 슈타디온Goal Korea

독일의 분데스리가, 2.분데스리가, 3.리가의 코로나19 안전 규정은 전체 동일하다. 기자석에 앉는 취재기자 인원 숫자를 10명으로 제한했다. 상위리그일수록 경쟁이 치열하다. 예를 들어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은 구단에서 출입 가능한 언론사를 10개 지정한다. 각 언론사 중 한 명씩 경기장에 출입할 수 있다. 타 구단의 시스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3.리가는 별개로 신청하는 시스템이다. <골닷컴>은 경기 일주일 전 아직 취재석 자리가 남았는지 문의했고, 마지막 자리를 받았다. 보통 바이에른II 경기에는 취재진이 20~30명가량 오기 때문에 경쟁이 그리 치열하지 않았다. 바이에른의 홈경기 경우 평균 70~80명 정도가 출입하고, 2.분데스리가는 40명~50명가량이 취재석을 찾는다. 경기의 중요성이 클수록 인원은 더욱 늘어난다. 

취재 신청이 완료된 후 독일축구협회(DFB)가 지정한 안전 수칙 파일을 받았다. 경기장 출입 전 신상정보도 작성해야 했다. 이름과 소속 언론사, 취재 경기 일자 등을 작성했다. 

그륀발데어 슈타디온Goal Korea

경기장 앞에 도착했다. 경기장에는 취재진을 위한 입구가 따로 마련되어있다. 보통 취재진 전용 창구에서 신분을 확인하고 기자증을 받아 곧장 입구로 향한다. 코로나19가 풍경을 바꿔놓았다. 창구로 가기 전 체온 검사를 실시했다. 미리 작성해온 신상 정보를 제출하고, 체온 검사를 받고, 정상 판정이 나오면 창구로 가서 기자증을 받을 수 있다. 

기자증을 받고 경기장 안에 들어갔다. 층마다 손 소독제가 구비되어 있다. 경기장 관계자가 그 앞에 서서 손 소독제를 이용하도록 안내했다. 기자실은 이용할 수 없다. 보통 기자실에서 취재진끼리 만나 담소를 나누고, 구단에서 식사를 제공받고, 커피나 차를 마신다. 경기 후에는 그곳에서 남은 기사를 처리한다. 접촉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는 공간이기 때문에 DFB는 독일 1~3부 리그 기자실을 모두 폐쇄했다. 

대신 작은 쇼핑백에 간단한 먹을거리를 담아 취재진에게 제공했다. 바나나와 요구르트, 샌드위치 등이 준비되어 있다. 각자 자리를 잡고 앉은 후 간식을 먹을 수 있다. 

바이에른 뮌헨 쇼핑백Goal Korea

쇼핑백을 들고 기자석에 앉았다. 기자석과 관중석에 앉은 사람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최소 두 자리씩 간격을 두고 앉았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나 동료들과 팔 뒤꿈치를 부딪히며 인사를 나눴다. 그때 미디어 관계자가 지나가며 당분간 믹스트존 인터뷰는 열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역시 접촉을 피하기 위해서다. 

양 팀 선수들이 잔디 상태를 확인하러 그라운드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고개를 돌려 관중석을 바라보고, 기자석에 몇 명이 앉아 있는지 손으로 세었다. 그들에게도 신기한 풍경이었을 거다. <골닷컴>은 정우영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알고보니 머리가 그새 많이 자랐다. 양손으로 머리를 귀 뒤로 넘기는 그의 모습에서 리그 중단 기간이 꽤 길었음을 실감했다. 

물론 마스크를 껴서 알아보기 더 힘들었을 수도 있다. 워밍업과 경기 중을 제외하고는 선수들도 모두 마스크 착용이 의무다. 경기 중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건 양 팀 감독 두 명과 그라운드 위 선수들뿐이다. 교체 멤버들이나 의무팀, 코치진 등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경기 시작 시각이 가까워졌다.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선수들이 간격을 벌려 그라운드 위에 섰다. 고개를 숙여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했다. 곧 한쪽 무릎을 꿇어 인종차별에 대항하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1분 동안 양 팀 선수들은 무릎을 꿇었다. 취재진과 관계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텅 빈 경기장,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그라운드 위. 그들의 메시지는 더욱더 또렷하게 들려왔다. 

인종차별 대항Goal Korea

경기가 시작됐다. 교체 멤버들은 모두 관중석으로 올라와서 거리를 두고 앉았다. 관중이 없어 그라운드 위 선수들의 목소리, 교체 멤버들의 목소리가 모두 잘 들렸다. 양 팀 감독보다 벤치 멤버들이 더 목소리를 높여 동료들을 격려했다. 여기서 양 팀의 차이와 공통점이 보였다. 

먼저 공통점은 이렇다. 상대 팀이 자기 팀 골대 바로 앞까지 전진했을 때 그들은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바이에른II도, 뮌스터도. 상대 팀 교체 멤버들은 “더 압박해!”라고 소리를 지르지만, 반대편은 아무 말 하지 않고 동료들의 수비를 지켜봤다. 급박한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자칫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륀발데어 슈타디온Goal Korea

차이점은 이렇다. 뮌스터는 그라운드 위 동료들이 바이에른II 문전까지 향했을 때 목소리를 힘껏 높인다. 위치를 지정해주고, 어디로 패스하라며 지시한다. 바이에른II은 공격할 때뿐만 아니라 중원 싸움에서도 동료들을 코치했다. 특정 선수 이름을 부르며 “앞으로!”, “옆에!” 등의 단어로 위치 선정을 도왔다. ’목 안 아플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격했다. 

이건 1군에서도 보이는 모습이다. 바이에른은 경기 중 감독의 코치보다 동료끼리의 코치와 독려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벤치에 앉은 선수도 경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한다. 스벤 울라이히(31)가 “나는 벤치에서 동료들이 더 나아갈 수 있게 밀어준다”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그 문화가 2군까지 고스란히 내려온 듯했다. 

정우영Goal Korea

쫓고 쫓기는 싸움에서 결국 바이에른II이 3-2 승리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날 정우영은 교체로 출전해 추가 시간 포함 총 34분을 소화했다. 번뜩이는 움직임이 몇 차례 있었지만 공격 포인트를 만들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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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후 취재진은 앉은 자리에서 기사를 마감했다. 기자실이 폐쇄되었기 때문에 일할 곳이 마땅치 않다. 보통 선수단과 같은 출구를 사용하지만 이날은 출구도 달랐다. 공지한 대로 믹스트존 인터뷰도 없었다. 퇴근 시간이 빨라졌지만, 방금 막 90분을 뛰고 나온 선수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점은 아쉬웠다. 코로나19는 작은 경기장 속 풍경을 참 많이 바꿔놓았다. 

사진=정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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