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유럽은 물론 모든 대륙의 리그가 휴식기에 들어섰다. 축구 팬들 역시 밤잠을 설치게 했던 축구 경기들의 중단으로 조금은 무료한 한 주를 보내고 있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어, 축구 팬들을 즐겁게 할 리그가 재개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기간은 미정이다. 짧을수록 좋다. 일주일에 두 번이다. 한 번은 유럽 클럽대항전을 중심으로, 그리고 나머지 한 번은 국가 대항전 경기를 중심으로 과거 축구 팬들을 즐겁게 했던 명경기들을 리뷰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골닷컴] 박문수 기자 =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가 올라온다. 그리고 페널티 박스에 있던 선수가 높이 뛰어올라 헤더 슈팅으로 연결했다. 당대 최고의 수문장도 막지 못했다. 그렇게 결승 골이 나오면서 주심이 종료 휘슬을 울렸다. 2-1.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모두가 환호했다.
2002 월드컵 4강 신화는 이제는 전설이 됐다. 여러 경기 중 가장 극적인 경기는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일 것이다. 이 경기 승리로 8강에 진출한 히딩크호는 스페인과의 승부차기 혈투 끝에 준결승에 안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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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정 이유
대한민국 축구팬이라면 이 경기를 두고두고 소장하고 싶을 것이다. 제아무리 네스타와 칸나바로가 부상과 경고 누적으로 빠졌더라도, 당시 이탈리아는 역대 최고의 멤버를 갖춘 팀이었다. 게다가 이 팀 4년 뒤에는 월드컵 정상까지 올랐다. 조금은 아니 많이 거칠었던 유럽의 강호를 상대로 히딩크호는 저력을 보여줬고, 연장 후반 12분 안정환의 극적인 골든골로 월드컵 8강에 안착했다.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그리고 스페인을 상대로 모두 승리한 대표팀이었다. 공교롭게도 2006년에는 이탈리아가 2010년에는 스페인이 그리고 2014년에는 대표팀 4강 상대 팀 독일이 월드컵 우승을 거뒀으니, 2002 4강 신화는 지금까지도 찬사받아 마땅한 성과물이다.
게다가 이 경기 전술적으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히딩크 감독은 멀티 플레이어를 적극 기용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이탈리아 관점에서 몰라서 못 막았다가 정확한 표현인 경기였다. 3-4-3 포메이션을 기본적으로 내세웠지만, 소소한 변화를 통해 이탈리아에 맞섰다. 급기야 후반 막판에는 5명의 공격 자원이 경기에 나섰지만, 선수들이 적재적소에서 뛰며 이탈리아를 무너뜨렸다.

# 2002 월드컵 이탈리아 상황 및 라인업
트라파토니 감독 체제 이탈리아는 유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였다. 멤버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전에는 나서지 못했지만, 수비진에만 해도 네스타와 칸나바로가 있었다. 율리아노와 파누치 그리고 마테라치도 명단에 있었다. 스리백 기준으로 말디니와 칸나바로 그리고 네스타라는 역대 최고의 조합을 만들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네스타는 부상으로 칸나바로는 경고 누적으로 대표팀전에는 나서지 못했지만.
공격진에는 델 피에로와 토티 그리고 비에리와 인자기, 델 베키오와 몬텔라가 있었다. 중원의 경우 디 비아조와 디 리비오 그리고 토마시와 가투소 등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쟁쟁한 선수들이 포진한 상태였다. 이탈리아가 지금까지도 2002 월드컵을 들먹이는 이유 또한 스쿼드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98 프랑스 월드컵에서의 좋은 활약으로 이탈리아 간판 공격수가 된 비에리는 두 대회에서만 8골을 가동했다. 토티는 비에리의 최고 파트너로서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한국전 트라파토니 감독 선택은 델 피에로와 토티 동시 기용이었다. 이전에는 비에리가 전방에 있으면서 토티가 뒤를 받치고 그 뒤에는 도니가 있었지만, 대한민국과의 맞대결에서 트라파토니 감독은 공격진의 변화를 줬다. 결과적으로는 실패였지만.
이탈리아 입장에서도 조금은 아쉬운 대회였다. 크로아티아전에서 다소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득점이 취소됐다. 1승 1패인 상태로 멕시코전에 나섰고, 1-1 무승부로 조 2위 자격으로 16강에 진출했다. 만일 크로아티아가 에콰도르와의 최종전에서 승리했다면, 이탈리아는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탈락할 수도 있었다. 최악의 수는 면했지만 월드컵 우승 후보가 16강에서 조기 탈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 2002 월드컵 대한민국 상황 및 라인업
대표팀의 대회 목표는 16강 진출이었다. 일단은 성공했다. 그런데 하필 16강 상대가 이탈리아였다. 앞서 말했듯 당시 이탈리아는 프랑스, 아르헨티나와 함께 대회 빅3로 꼽혔다. 공교롭게도 이탈리아마저 16강에서 떨어지면서 우승 후보 빅3가 모두 조기 탈락했다. 녹슨 전차 군단으로 불렸던 독일이 결승전까지 갈 수 있던 비결 또한 대표팀이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그리고 스페인이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잡았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을 정도.
불과 1년 전 프랑스에 0-5 그리고 체코에 0-5로 패하며 흔들렸던 히딩크호는 월드컵 본선에서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이전 친선 경기에서도 잉글랜드를 상대로 1-1 무승부를 기록했고, 프랑스전에서는 2-3으로 석패했다. 월드컵 본선에서도 승승장구했다.
폴란드전 2-0 승리로 48년 만에 월드컵 본선 첫 승을 거둔 히딩크호. 미국전 1-1 무승부는 아쉽지만, 루이스 피구와 세르히오 콘세이상 등을 보유하며 우승 후보 중 하나였던 포르투갈을 상대로 1-0으로 승리. D조 1위 팀 자격으로 16강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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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1-2 대한민국 경기 리뷰
예상대로 이탈리아가 공세를 이어갔다. 거칠었다. 공격 주도권을 잡으며 계속해서 대표팀을 흔들었다.
먼저 기회를 잡은 건 대표팀이었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페널티킥을 얻었다. 파누치가 설기현에게 파울을 범했기 때문. 안정환이 키커로 나섰지만, 부폰에 막혔다. 왼쪽 아래로 깔아 찬 공을 부폰이 그대로 막았다. 설상가상 대표팀은 전반 7분 비에리와 김태영의 경합 과정에서 김태영이 코 부상을 당하는 악재까지 겹쳤다. 타이거 마스크가 나온 이유도 이 경기 이 장면 때문이었다.
그리고 전반 18분 이탈리아의 선제 득점이 나왔다. 주인공은 비에리였다. 토티가 올려준 공을 비에리가 강력한 헤더 슈팅으로 대표팀 골망을 흔들었다. 최진철이 앞에 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후에도 주도권을 잡은 팀은 이탈리아였다. 계속 흔들었지만, 기회를 잡고도 살리지 못했다. 선제 득점 주인공 비에리의 결정력도 문제였다. 전반 38분 톰마시의 슈팅은 이운재 골키퍼 선방에, 후반 11분에는 델피에로 슈팅이 최진철을 맞고 굴절됐고, 비에리가 잡았던 결정적인 기회 또한 부정확한 슈팅으로 모두 날려 버렸다. 이탈리아 자체가 긴장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박성재 디자이너그렇게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43분 대표팀의 동점 골이 터졌다. 주인공은 설기현이었다. 파누치가 잘못 걷어낸 공을 설기현이 그대로 슈팅으로 연결하며 동점을 만들었다. 극적이었다. 운도 좋았다. 평범한 상황일 수 있었지만, 파누치가 배로 잘못 공을 걷어내면서 설기현에게 연결됐다. 물론 과정 자체가 인상적이었다. 원투 패스를 통해 활로를 열었다. 종료 직전 차두리의 오버헤더 슈팅도 백미쳤다.
동점에 성공한 대표팀은 서서히 이탈리아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반면 기회를 살리지 못했던 이탈리아는 자멸했다. 정점을 찍은 건 토티의 퇴장 상황이다. 굳이 안 해도 되는 과한 액션을 취했다. 주심은 가차 없이 경고를 꺼냈고, 경고 누적으로 토티는 퇴장을 당했다.
수적 우위를 점한 대표팀은 더욱더 이탈리아를 괴롭혔다. 물론 이탈리아도 기회가 없던 건 아니다. 대표팀 수비 실책을 틈타 후반 8분 가투소가 돌파 이후 슈팅을 때렸지만, 골문을 외면했다. 이윽고 나온 비에리의 슈팅도 허공을 향했다.

그렇게 경기 종료 직전 안정환의 극적인 골든골이 나왔다. 이천수의 패스를 이영표가 받은 후 왼쪽에서 올려줬고 이 공을 안정환이 차분히 머리로 밀어 넣으며 이탈리아 골망을 흔들었다. 극적인 2-1 역전승이었다.
그래픽 = 박성재 디자이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