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독일 분데스리가에선 대형 악수 스캔들이 하나 터져나왔다. 바로 헤르타 에이스 칼루가 페이스북 라이브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동료들과 악수하고 근접거리에서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한 기본 안전 수칙인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 것.
주요 뉴스 | "[영상] 카타르 조직위원장 "월드컵 준비 문제 없다""
먼저 칼루는 코로나19 테스트를 받으러 가는 과정에서 헨리크 쿠흐노 트레이닝 코치를 비롯해 동료 선수들과 악수를 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어서 칼루는 라커룸에서 여러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특히 그는 또다른 베테랑 공격수이자 팀의 주장이기도 한 베다드 이비세비치와 오랜 시간 대화를 했고(이들은 연봉 삭감과 관련해 불만을 토로했다), 이후 그는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복도를 지나가면서 노래를 부르듯 코로나 파티'를 외치는 몰상식한 행동을 보였다. 또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는 방에 들어가 선수들에게 말을 걸면서 방해를 하다가 검사관에게 제지 당하자 웃으면서 넘어가는 모습을 연출했다.
더 큰 문제는 쿠흐노 코치는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기간에 선수들에게 홈 트레이닝 안내서를 작성하고 배포한 인물로 팀 훈련이 재개된 4월 6일부터 브루노 라바디아 헤르타 신임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이전인 4월 9일까지 구장 훈련장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총괄 감독한 바 있다. 비단 칼루만이 아닌 라커룸에 앉아있는 다른 헤르타 선수들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혀 되지 않은 채 가까이 붙어서 대화를 나누거나 휴대폰을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 19 검체 체취를 담당하고 있었던 다비드 데멜은 칼루의 영상 속에서 마스크만 쓴 채 방호복을 입지 않고 있었다. 이 역시 독일프로축구연맹(DFL)이 발표한 안전 프로토콜에 위배되는 사안이다. 칼루의 영상 속에서 코로나19 안전 프로토콜이 지켜지는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볼래도 찾기 힘든 수준이었다.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당연히 칼루의 라이브 방송을 본 이들로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SNS엔 칼루와 헤르타 구단을 조롱하는 각종 패러디물들이 속출했다. 한스-요아힘 바츠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CEO는 "칼루의 비디오는 충분히 분노를 일으킬 만하다. 우리는 지켜야 할 규칙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 비디오 속에서는 규칙이 무시되는 모습이었다"라고 꼬집었고, 바이에른 뮌헨 전임 회장 울리 회네스는 "바보에겐 약도 없다"라고 독설을 내뱉었다. 바이에른 주장 마누엘 노이어 역시 "안전 규칙을 준수하는 건 각자의 팀과 주변 환경도 주요하게 작용한다"라며 헤르타 선수들의 안일했던 태도를 지적했다.
이에 DFL은 공식 성명서를 통해 "칼루의 영상 속에서 나온 헤르타 부스의 광경은 전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하면서 관용은 없다"라고 발표했다. 미하엘 프리츠 헤르타 단장 역시 "칼루는 헤르타에 큰 피해를 입혔다. 시즌 재개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중임에도 코로나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줬다"라고 비판했다.
헤르타는 즉각적으로 해당 영상을 삭제 조치를 시켰고, 칼루에게 무기한 훈련 및 출전 정지 징계 처분을 내렸다. 안 그래도 칼루의 계약 기간은 2020년 6월 30일까지였다. 즉 독일 현지에선 이번 징계로 더 이상 칼루가 헤르타에서 뛸 일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칼루는 이 사건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헤르타에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6시즌을 뛰면서 에이스로 활약했던 선수이다. 이는 기록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는 헤르타 소속으로 공식 대회에서 53골을 넣으며 현역 선수 최다이자 구단 역대로 따지더라도 10위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분데스리가 경기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그는 48골로 구단 역대 최다 골 5위에 당당히 이름 올리고 있다.
칼루 개인에게 있어서도 헤르타는 첼시(2006-2012)와 함께 가장 오랜 기간 함께 한 구단이다. 그마저도 첼시에선 백업 공격수였으나 헤르타에선 에이스이자 어린 선수들을 지탱해주는 베테랑 공격수였다. 각별한 의미가 있는 구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주요 뉴스 | "[영상] 언변의 마술사 무리뉴의 첫 기자회견"
이에 칼루는 '슈포르트아인스'와의 인터뷰에서 "진심으로 사과한다. 너무 큰 실수였다. 그 날 기분도 좋았고, 팬들에게 훈련장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카메라를 들었다. 실시간으로 중계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 언제나 행동을 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 영상으로 누군가를 곤경에 빠뜨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조심해야 했다. 헤르타는 전원 코로나19 1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에 우리가 우리 일을 잘 해내고 있는 모습을 화면에 담고 싶었다. 이 사건이 터지고선 당연히 선수단 전원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했다. 그들은 지난 몇 년간 내 형제와도 같은 존재들이었다. 그러하기에 그들로부터 용서를 받는 일이 중요하다. 모두 내 잘못이고, 내 어리석은 실수에 대한 책임이 있다"라며 사죄를 표했다.
그는 이어서 "클럽의 결정을 존중한다. 이는 나에 대한 일이 아닌 클럽에 관한 일이다. 그들은 어려운 시기에도 내 옆을 지켜주었다. 멋진 도시, 훌륭한 클럽에서 뛰었다. 아주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실수를 되돌릴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고 그렇게 하고 싶다. 이 곳에서 해피 엔딩을 맞이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선수 본인도 이 일로 헤르타와의 관계가 끝날 위기에 봉착했다는 걸 직감한 느낌의 인터뷰였다.
칼루의 인터뷰가 나오고 헤르타 선수단 내에서도 옹호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헤르타 핵심 수비수 카림 레키크는 인스타그램에 칼루와 함께 찍은 과거의 사진들을 여러 장 게시하면서 "난 먼저 칼루가 헤르타를 위해 그 동안 해준 일들과 축구를 위해 해준 일들에 대해 감사부터 전하고 싶다. 또한 그가 내 삶에 있어 개인적으로 얼마나 큰 영향을 줬는 지에 대해서도 고마음을 표하고 싶다. 그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멋지고 정직한 사람 중 한 명이다. 이것이 그가 단순히 나의 친구 그 이상의 형제와도 같은 존재와도 같은 이유이다"라고 밝혔다.
Karim Rekik Instagram현재는 노리치 시티에서 임대로 뛰고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 온드레이 두다 역시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걸 기억하라. 그 누구도! 난 그와 함께 뛸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신께 감사할 따름이다. 난 그로부터 많은 걸 배웠고, 그가 얼마나 크고 따뜻한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그의 주변 사람이라면 모두가 내 얘기에 동의할 것이다. 어떤 일이 있건 내가 항상 그의 뒤에 서있다는 걸 기억해주길 바란다"라고 지지의 목소리를 높였다. 헤르타 팬들 역시 칼루의 SNS 계정에 응원의 멘션들을 다는 모습이다.
하지만 동료들의 옹호 발언에도 칼루는 사실상 헤르타와 작별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 현지에선 사실상 그와 헤르타의 결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독일 타블로이드 '빌트'지는 "이별의 눈물(Traenen-Abschied)"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프리츠 단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재차 인터뷰를 통해 "칼루는 내 가슴 속 소중한 존재이다. 우리는 그를 비난할 수 없다"라고 각별한 애정을 전하면서도 "충격을 받았다. 이건 선수에 의한 심각한 위법 행위였다. 본인이 잘못한 일에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라면서 사건의 중대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렇게 칼루는 한 번의 실수로 정든 구단과 작별을 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