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세트피스 강점을 백분 살려 유벤투스의 약점을 공략하며 2-0 승리를 거두었다.
아틀레티코가 완다 메트로폴리타노 홈에서 열린 유벤투스와의 2018/19 시즌 UEFA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이와 함께 8강 진출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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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내용 자체는 백중세였다. 유벤투스가 점유율에서 63대37로 크게 앞서면서 경기를 조금 더 주도적으로 풀어나갔으나 아틀레티코가 단단한 수비에 더해 에이스 앙투안 그리즈만을 중심으로 효과적인 역습을 펼치면서 위협적인 장면들을 더 많이 연출해냈다.
특히 50분경엔 그리즈만의 환상적인 스루 패스를 받은 아틀레티코 공격수 디에고 코스타가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에서 슈팅을 가져갔으나 골대를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이어서 3분 뒤, 아틀레티코 측면 미드필더 코케의 센스 있는 원터치 스루 패스를 받은 그리즈만이 골키퍼 키를 넘기는 로빙 슈팅을 시도했으나 이는 아쉽게도 골대를 강타했다.
물론 유벤투스 역시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앞세워 공격 기회들을 만들어 가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1차전 원정이라는 특성상 유벤투스는 수비 쪽에 무게 중심을 둔 채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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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했던 경기에 균열을 가져온 건 바로 세트피스였다. 아틀레티코는 세트피스 공격에 있어 정평이 난 구단이다. 그리즈만과 코케라는 확실한 키커가 있고, 두 중앙 수비수 디에고 고딘과 호세 마리아 히메네스는 물론 미드필더 사울 니게스 역시 제공권에 있어선 일가견이 있는 선수들이다. 짠물 수비와 효과적인 역습에 더해 세트피스 한 방으로 아틀레티코는 최근 9년 사이에 유로파 리그 우승 3회와 챔피언스 리그 준우승 2회를 기록하면서 토너먼트 대회에서 강세를 이어오고 있었다.
게다가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감독은 58분경, 코스타를 빼고 마찬가지로 헤딩 슈팅에 있어선 강점이 있는 공격수 알바로 모라타를 교체 출전시키면서 제공권을 강화했다. 이어서 61분경엔 중앙 미드필더 토마스 파티를 빼고 마찬가지로 킥에 일가견이 있는 측면 미드필더 토마스 르마를 투입하면서 공격 강화에 나섰다.
Getty Images반면 유벤투스는 단단한 수비를 자랑하는 팀이지만 제공권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미 지난 해 10월에도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유벤투스 감독이 직접 "우리는 최근 6골 중 4골을 비슷한 방식으로 허용했다. 크로스를 하는 선수를 더 강하게 압박하고, 박스 안에서도 더 강하게 상대를 수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유벤투스 수비수 중에서 레오나르도 보누치는 제공권에 유난히 약한 선수로 정평이 나있다. 통상적으로 중앙 수비수의 공중볼 획득 성공률은 60%를 넘어야 한다. 실제 보누치의 중앙 수비수 파트너인 조르지오 키엘리니의 이번 시즌 공중볼 획득 성공률은 무려 73.2%에 달한다. 이에 반해 보누치의 공중볼 획득 성공률은 48.4%로 중앙 수비수들 중에선 합격점 미달을 넘어 최하급에 해당한다. 아틀레티코의 강점과 유벤투스의 약점이 직접적으로 부딪히게 된 셈이다.
결국 세트피스에 이은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아틀레티코의 두 골이 모두 터져나왔다. 비록 69분경 모라타의 헤딩골은 공격자 파울이 선언되어 비디오 판독(VAR) 끝에 아쉽게 취소됐으나 78분경, 르마의 코너킥을 모라타가 헤딩 슈팅으로 가져간 걸 유벤투스 공격수 마리오 만주키치와 페널티 박스 안에서 (히메네스에게 밀려서) 넘어져 있었던 보누치 맞고 흐른 걸 히메네스가 슬라이딩 슈팅으로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이어서 83분경 그리즈만의 간접 프리킥을 고딘이 백헤딩 슈팅으로 연결한 걸 만주키치가 걷어내자 이를 고딘이 재차 리바운드 슈팅으로 2-0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우루과이 대표팀에서도 함께 중앙 수비수 콤비를 이루고 있는 고딘과 히메네스는 수비에서도 빈틈이 없는 모습을 보이면서 무실점을 이끌어냈고, 사이좋게 세트피스에서 골을 넣으며 2-0 승리를 견인했다. 참고로 둘이 한 경기에서 동시에 골을 넣은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아틀레티코는 유벤투스전에서 2골을 모두 세트피스로 추가하면서 이번 시즌 챔피언스 리그 11골 중 4골을 세트피스로 넣는 괴력을 과시했다. 반면 유벤투스는 챔피언스 리그에서 세트피스 골은 전무한 가운데 이 경기에서 세트피스로 2실점을 추가하면서 챔피언스 리그 6실점 중 4실점을 세트피스에서 허용하고 말았다. 그마저도 남은 2골 중 한 골은 페널티 킥이다. 즉 정지되지 않은 정상적으로 경기가 전개되는 상황에서 실점한 건 한 골이 전부다.
이에 키엘리니는 경기가 끝나고 '스카이 스포르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틀레티코가 세트피스에서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 더욱 집중해야 했다. 이제 우리는 재시작 버튼을 눌러서 이 부분에 대해 되돌아 봐야 한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편 유벤투스는 이번에도 세트피스에서 2실점을 허용하면서 최근 공식 대회 7실점 중 6실점을 세트피스로 허용하고 있다. 1995/96 시즌 우승 이래로 챔피언스 리그 우승 없이 무려 7회의 준우승에 그치면서 최다 준우승이라는 다소 아쉬운 기록을 올리고 있는 유벤투스가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1억 1700만 유로(한화 약 1493억)라는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들여 호날두를 영입한 건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위해서였다. 지금 시점에선 이미 버스가 지나간 다음일지도 모르지만 유벤투스가 숙원인 챔피언스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려면 약점인 세트피스 수비를 개선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