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erry Henry Zinedine Zidane France Brazil World Cup 2006

'아트사커'의 지단, 또 한 번 브라질 침몰 시키다[탑골축구#8]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럽은 물론 모든 대륙의 리그가 휴식기에 들어섰다. 축구 팬들 역시 밤잠을 설치게 했던 축구 경기들의 중단으로 조금은 무료한 한 주를 보내고 있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어, 축구 팬들을 즐겁게 할 리그가 재개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기간은 미정이다. 짧을수록 좋다. 한 번은 유럽 클럽대항전을 중심으로, 그리고 나머지 한 번은 국가 대항전 경기를 중심으로 과거 축구 팬들을 즐겁게 했던 명경기들을 리뷰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골닷컴] 박문수 기자 = 축구는 역시 아트다.

모두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프랑스는 해냈다. 1998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에서 헤더 슈팅으로만 두 골을 가동하며 브라질을 격파했던 지단. 8년 뒤 열린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에서도 아트 사커 지휘관으로서 클래스 있는 플레이를 펼치며 브라질전 승리를 이끌었다.

그렇게 프랑스는 대회 결승까지 진출하며 8년 만에 월드컵 정상을 노렸지만, 연장 지단의 퇴장 그리고 승부차기에서 트레제게의 실축에 발목이 잡히며 준우승에 그쳤다. 그렇게 12년 이후, 레블뢰 군단은 다시 한번 월드컵 정상을 차지하며 세계 챔피언에 올라섰다.

Ronaldinho Brazil France 2006 World Cup
# 언제 그리고 어디에서
2006년 7월 1일 밤.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발트 슈타디온'에서 격돌했다. 결과는 프랑스의 1-0 승리였다. 그리고 이 경기 최우수 선수는 지네딘 지단이었다. 여우와 같았다. 능수능란한 움직임으로 화려함을 자랑했던 브라질 선수들을 끝까지 괴롭혔다.Zinedine Zidane Kaka France Brazil World Cup 2006
# 선정 이유
선수로서 지단의 은퇴 무대였다. 한 차례 대표팀 은퇴 이후, 번복했고 돌아온 이후 대표팀의 월드컵 준우승을 이끌었다. 4년 전만 해도 프랑스는 가장 강력한 월드컵 우승 후보였지만, 조별 예선에서 떨어지는 굴욕을 맛봤다. 독일 월드컵에서도 프랑스 대표팀은 조별 예선에서 다소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줬다. 1승 2무. 조2위 자격으로 16강에 진출했다.

토너먼트에 들어선 순간. 달라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지네딘 지단이 있었다. 이제는 선수가 아닌 레알 마드리드의 사령탑이 익숙한 지단이지만, 독일 월드컵 토너먼트는 지단을 위한 무대였다. 은퇴를 앞둔 마지막 레전드의 화려한 고별전이었다. 물론 가장 마지막 경기에서는 박치기 퇴장으로 또 한 번 이슈 몰이를 했지만.

가장 지단다운 경기를 보여준 매치업이 바로 브라질과의 8강전이다. 선수진만 화려했던 브라질을 상대로 지단의 프랑스는 철저히 상대를 농락했다. 그리고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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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 독일 월드컵 당시 브라질 상황
2002 한일 월드컵 우승으로 부활에 성공한 브라질. 2004 코파 아메리카와 2005 컨페드컵 우승 여기에 아드리아누와 카카 등 신예 선수들의 등장으로 단숨에 2006 독일 월드컵 우승 후보 0순위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브라질은 여러모로 문제가 있는 팀이었다.

2006 Ronaldo Brazil Ghana
첫 번째는 밸런스다. 호나우지뉴와 카카를 동시에 기용하기 위해 펠레가 뛰던 시절 주로 사용했던 4-2-4(4-2-2-2) 전술을 메인 대형으로 내세웠다. 게다가 호나우지뉴와 카카는 공존 자체가 안 되는 유형이다. 호나우지뉴를 왼쪽으로 그리고 카카를 중앙에 두자니 오른쪽에 믿을 맨이 없다. 전술 변화가 따르면 아드리아누나 호나우두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일명 마법의 4중주로 불리는 호나우지뉴, 카카, 호나우두, 아드리아누 네 명의 공격수를 모두 활용하기 위해 무리한 4-2-2-2전술을 내세웠고 결국 프랑스에 완패했다. 카푸와 카를루스 또한 공격적이라 자연스레 뒷공간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는 선수들 컨디션이다. 호나우두와 아드리아누 그리고 호나우지뉴 모두 부진했다. 호나우두는 이미 또 한 번 장기 부상에서 회복된 상태였고 아드리아누의 폼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였다. 1년 전 컨페드컵에서 파괴력 넘친 플레이를 보여줬던 아드리아누가 아니었다. 호나우지뉴 또한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기점으로 부진한 상태였다. 그나마 제 역할을 해낸 선수는 카카였다. 문제는 이 카카 또한, 선호 포지션이 아닌 다른 곳에서 뛰어야 했다.

세 번째는 부담감 그리고 정신력이다. 선수진이 화려하니, 유명한 선수들만 적극적으로 기용했다. 앞서 말한 마법의 4중주가 대표적인 예다. 폼이 좋은 선수로 팀을 꾸려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경기력 자체가 떨어졌고, 8강에서 탈락했다. 선수들 정신력도 문제다. 워낙 멤버가 좋은 탓에 안일했다. 프랑스전 실점 당시 카를루스는 신발 끈을 묶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 2006 독일 월드컵 당시 프랑스 상황
브라질과는 정반대였다. 지금에 와서야 최고 선수진을 보유한 팀이라고 호평받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프랑스는 지역 예선에서부터 힘겨운 모습을 보여줬다. 조별 예선에서도 스위스와 대표팀을 상대로 2경기 연속 무승부를 거뒀다. 토고전 승리로 기사회생했지만, 한때 유럽에서 잘 나가던 프랑스와는 조금 달랐다. 2002 한일 월드컵 조별 예선 탈락 그리고 유로 2004에서의 부진도 프랑스에 대한 평가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브라질이 화려함에 발목이 잡혔다면 프랑스는 실리로 브라질의 발목을 잡았다. 지단을 최대한 살리면서 좌, 우측면에 활동량이 좋은 말루다와 리베리를 그리고 비에이라와 마켈렐레로 중원을 구성하며 지단에 힘을 실어줬다. 이미 공존에 실패한 앙리와 트레제게 투 톱 카드는 과감히 버렸다. 대신 앙리가 선발 원톱으로 나섰다. 호나우두와 아드리아누 그리고 호나우지뉴와 카카를 모두 활용하려 했던 브라질과는 사뭇 다른 행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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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 독일 월드컵 8강전 브라질 0-1 프랑스 리뷰
16강 가나전 3-0 승리에도 브라질의 경기력은 좋지 않았다. 페헤이라 감독은 전술 변화를 통해 프랑스 공략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일단 아드리아누를 벤치로 보냈다. 대신 주니뉴를 투입했다.

호나우두를 전방에 그리고 호나우지뉴를 그 아래에 배치했다. 카카의 위치를 바꾸면서 주니뉴와 제 호베르투를 3선에 내세웠다. 에메르송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파헤이라가 꺼내든 카드는 지우베르투 시우바였다. 포백에는 카푸와 루시우 그리고 주앙과 카를루스가, 디다가 골문을 지켰다.

결과적으로 브라질 선수 중 제 역할을 해낸 선수는 제 호베르투 한 명이었다. 호나우두는 갈라스와 튀랑을 상대로 고전했고 호나우지뉴의 움직임도 썩 좋지 않았다. 3선에 주니뉴를 배치해 패스 흐름을 조율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마법의 4중주 중에서 그나마 제 역할을 해냈던 카카 또한 고전했다.

프랑스는 브라질의 약점을 알았다. 전술 변화에도 대응책을 마련했다. 지단을 좀 더 자유롭게 두면서 비에이라와 마케렐레가 활발한 움직임 그리고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통해 브라질 중원을 꽁꽁 묶었다. 그리고 리베리와 말루다 또한 측면 미드필더임에도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며, 브라질의 전진 자체를 틀어막았다.

12년 전 94 미국 월드컵에서는 실리 축구를 기반으로 월드컵 위너가 된 파헤이라 감독이었지만, 독일 월드컵에서는 달랐다. 브라질답지 못하다는 비판으로 브라질다운 축구를 구사하려고 했지만, 상대는 이미 그 패를 알고 있는 상태였다.

결국 결과는 1-0 프랑스의 승리였다. 사실 말이 좋아 1-0이지, 3-0 이상으로 패배했어도 할 말이 없을 경기력이었다. 참고로 이날 브라질의 유효 슈팅은 단 한 개였다. 이마저도 별로 위협적이진 못했다.

무엇보다 이날 브라질 선수 중 그 누구도 지단을 막지 못했다. 늘 웃음기가 있던 호나우지뉴의 표정도 이날 만큼은 어두웠다. 여러 명의 선수가 지단을 압박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Thierry Henry Zinedine Zidane France Brazil World Cup 2006
결승 골이 터진 건 후반 12분이었다. 프리킥 상황에서 지단이 올려준 공을 앙리가 차분히 밀어 넣으며 브라질 골망을 흔들었다.

실점 당시 브라질 선수들의 위치도 문제였다. 프랑스 선수들은 다섯 명이 문전에 있었고 이 중 세 명의 선수는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다. 오른쪽에 있던 앙리는 왼쪽 측면 수비수인 카를루스가 머뭇거리면서 자신의 신발 끈을 확인하던 틈을 타 과감한 쇄도로 결승포를 쏘아 올렸다.

적극적인 방어도 없었다. 그냥 나사가 풀린 모습이었다. 앙리의 골은 브라질이 막을 수도 있었다. 최소한 카를루스나 시우바도 위치만 잘 잡았어도 앙리의 쇄도를 막을 수 있었다.

앙리의 득점 이후 브라질은 공격진들을 대거 투입하며 반격을 노렸지만 효과가 없었다. 가장 브라질다운 축구를 구사하고자 했던 팀이 난적 프랑스를 맞이해 애매한 전술 변화 그리고 선수들의 나태한 모습 등, 디펜딩 챔피언답지 못한 모습만 보여주며 프랑스에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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