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독일 이탈리아박성재 디자이너

아주리 군단 다시 한 번 전차 군단에 비수를 꽂다[탑골축구#10]

코로나 19 확산으로 유럽은 물론 모든 대륙의 리그가 휴식기에 들어섰다. 축구 팬들 역시 밤잠을 설치게 했던 축구 경기들의 중단으로 조금은 무료한 한 주를 보내고 있다. 하루빨리 코로나 19가 종식되어, 축구 팬들을 즐겁게 할 리그가 재개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기간은 미정이다. 짧을수록 좋다. 한 번은 유럽 클럽대항전을 중심으로, 그리고 나머지 한 번은 국가 대항전 경기를 중심으로 과거 축구 팬들을 즐겁게 했던 명경기들을 리뷰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골닷컴] 박문수 기자 = 축구는 골로 말한다. 이왕 보는 거 골이 많이 들어갈수록 시원시원하다. 골이 적더라도, 재밌는 경기도 제법 있다. 그저 단순하고, 루즈하게 공만 돌리는 게 아닌 골은 없어도 적절한 움직임을 통해 서로서로 괴롭히는 구도다.

2006 독일 월드컵 준결승전인 독일과 이탈리아의 맞대결도 그랬다. 이 경기. 연장 종료 직전 이탈리아가 두 골을 가동하며 2-0으로 승리했지만, 90분 내내 그리고 연장전까지 골 없어도 축구의 재미를 느끼게 해준 경기 중 하나다.

# 언제 그리고 어디에서
2006년 7월 4일 열렸다. 장소는 도르트문트에 위치한 '베스트팔렌 슈타디온'이었다. 결과는 2-0 이탈리아의 승리였다. 경기 최우수 선수는 '레지스타의 교과서' 안드레아 피를로였다.

# 선정 이유
흥미진진했고, 팽팽했다. 전반 초반부터 접전이 이어졌고, 90분 동안 결과는 0-0이었지만 연장 그것도, 연장 후반 막판에만 두 골을 터뜨린 이탈리아 대표팀이 최종 스코어 2-0으로 승리했다. 그로소의 결승포 그리고 델 피에로의 차분한 마무리에 이은 추가 골은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그리고 델 피에로의 골이 터진 순간 카메라에 잡힌 독일 소녀의 눈물 또한 키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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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월드컵 독일 수정
# 2006 독일 월드컵 당시 독일 상황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독일. 기대보다 훨씬 높은 성적이었다. 냉정하게 대회 직전만 해도 독일은 우승 후보는 아니었다. 2년 전 유로 2000에서는 조별 예선에서 떨어졌고, 2년 후 유로 2004에서도 조별 예선에서 탈락할 만큼 세대교체가 안 된 상태였다. 당시 독일은 대진운이 좋았다. 쉽게 말해 히딩크호가 독일을 잡을 만한 팀들을 모두 꺾어줬다.

2006 독일 월드컵 때는 조금 달랐다. 유로 2004 이후 클린스만이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세대교체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젊은 기대주들이 대거 스쿼드를 메우기 시작했다. 한때 녹슨 전차 군단이라는 오명을 썼지만, 이 대회를 기점으로 서서히 하나의 팀으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독일 대표팀은 2006 월드컵을 기점으로 부활에 성공했고, 탄탄대로를 걸으며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정상을 차지했다. 우승 후보로 꼽혔던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조 최하위로 떨어졌지만.

조별 예선에서부터 무서웠다. 코스타리카와의 개막전에서 4-2로 승리했다. 폴란드와의 2차전에서는 종료 직전 뇌빌의 결승포에 힘입어 1-0 승리를 그리고, 에콰도르와의 최종전에서도 3-0으로 승리하며 3전 전승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토너먼트 첫 상대는 스웨덴이었다. 접전이 예상됐지만, 싱거웠다. 전반 4분과 12분 포돌스키가 연속 골을 가동하며 2-0으로 승리했다. 8강은 달랐다. 상대는 1990 이탈리아 월드컵 결승전 상대 아르헨티나였다.

치열한 접전이 이어졌고, 후반 4분 아얄라의 선제 득점으로 아르헨티나가 포문을 열었다. 당시만 해도 독일보다는 아르헨티나 전력이 좀 더 우세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페케르만 감독의 용병술이 실패로 돌아갔고, 후반 30분에는 클로제의 동점 골이 터지면서 경기는 1-1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승부차기 끝에 독일이 4-2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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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월드컵 이탈리아
# 2006 독일 월드컵 당시 이탈리아 상황
이탈리아의 상황도 썩 좋지는 않았다. 독일의 경우 세대교체 실패가 문제였다. 다시 말하면 선수진 자체가 좋지 않았다고 보면 된다. 이탈리아는 달랐다. 선수진은 좋았다. 심지어 감독도 그 유명한 트라파토니였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는 대한민국 대표팀에 덜미를 잡혔고, 유로 2004에서는 스웨덴, 덴마크에 밀려 조별 예선에서 떨어졌다.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대거 보유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최악에 가까웠다.

2006 독일 월드컵은 이탈리아 축구 자존심 회복을 위한 절호의 기회였고, 성공했다. 24년 만에 월드컵 우승에 성공했고, 통산 네 번째 월드컵 정상을 차지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탈락으로 마침표를 찍었지만. 1970년 멕시코 월드컵 때부터 이어진 이탈리아의 12년 주기설은 유효했다.

죽음의 E조에 속했던 이탈리아. 예선 첫 경기 가나전에서 2-0으로 승리했고 미국전에서는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체코와의 최종전에서는 2-0으로 승리했다. 이탈리아의 16강 상대는 호주였다. 히딩크와 4년 만에 만난 아주리 군단. 히딩크 호주가 예상보다 훨씬 좋은 전력을 보여주면서 조금은 고전했다. 그렇게 0-0 상황에서 후반 종료 직전 그로소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토티가 마무리하며 1-0, 가까스로 승리했던 이탈리아다. 8강은 무난했다. 스위스를 잡은 우크라이나를 상대해 3-0 대승을 거뒀다.

독일 이탈리아Squawka
# 2006 독일 월드컵 준결승 독일 0-2 이탈리아 리뷰
이 경기 크게 세 개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독일의 이탈리아 징크스다. 두 번째는 그로소의 결승포다. 세 번째는 델 피에로의 득점 이후 카메라에 잡힌 눈물을 흘리는 독일 소녀다.

이 경기 전까지 이탈리아는 독일과의 월드컵 맞대결에서 2승 2무를 기록 중이었다. 두 차례 승리 모두 월드컵 토너먼트였다. 1970년 월드컵 준결승에서는 4-2로 승리했고, 1982년 월드컵 결승전에서는 3-1로 승리했다. 1962년과 1978년 대회에서는 조별 예선에서 만나 모두 무승부를 기록했다. 스코어도 둘 다 0-0.

이번 경기에서도 독일은 이탈리아에 패하며, 이탈리아를 상대로 치른 월드컵 토너먼트 경기에서 전패를 기록하게 됐다. 두 번은 준결승이었고, 한 번은 월드컵 결승이었다. 여러모로 뼈아픈 패배였다.

참고로 유로 대회를 기준으로 하면, 이탈리아는 독일을 상대로 1승 3무를 기록 중이다. 유로 2012 준결승에서는 발로텔리 멀티 골에 힘입어 2-로 승리했다. 4년 뒤, 유로 2016 8강전에서는 승부차기 끝에 5-6으로 패했다. 유로 1998과 유로 1996 맞대결은 둘 다 조별 예선이었고, 결과는 무승부였다.

느낌상 이탈리아가 좀 더 수비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였지만, 예상과는 달랐다. 전반 이탈리아는 독일을 상대로 중원 장악에 성공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전반 4분에는 토티의 기습적인 프리킥으로 그리고 16분과 31분에는 각각 페로타와 토니의 슈팅이 이어졌지만,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피를로를 중심으로 이탈리아는 독일 수비진을 흔들었지만, 장신 수비수로 구성된 메첼더와 메르테사커 라인이 생각보다 더 견고했다. 독일 또한 전반 34분 클로제가 찔러준 패스를 받은 슈나이더가 노마크 기회를 잡았지만, 영점이 잡히지 않았다.

후반 들어 독일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 팀 모두 기대했던 득점포가 나오지 않았다. 독일의 경우 후반 17분 슈나이더의 패스를 받은 포돌스키가 결정적인 슈팅을 때렸지만, 그만 부폰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이후 양상도 비슷했다. 치열했지만, 골이 나오지 않았다.

90분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양 팀. 그렇게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전에서는 이탈리아가 주도권을 잡으며 경기를 이끌었다. 파상공세에 가까웠다. 연장 전반 1분 발락을 제친 이후 나온 질라르디노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비껴갔다. 1분 뒤에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공을 잡은 잠브로타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 또한 골대를 외면했다. 독일 또한 포돌스키가 두 차례에 걸쳐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부폰 선방에 막히며 이탈리아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연장 종료 2분 전. 이탈리아의 결승골이 터졌다. 주인공은 그로소였다. 이 대회 아주리 군단의 왼쪽 측면 수비수로 나섰던 그로소는 델 피에로의 코너킥을 받은 피를로가 절묘한 스루패스로 자신에게 공을 내준 틈을 타 논스톱 왼발 슈팅으로 독일 골망을 흔들었다. 피를로의 절묘한 패스 그리고 그로소의 정확도 높은 왼발 슈팅이 돋보였다. 독일 수비진이 피를로에 집중한 탓에 발락을 제외하면 어떠한 선수도 그로소를 막지 못했다.

이어서 델 피에로의 추가 득점이 터졌다. 역습 상황에서 질라르디노가 센스 있게 내준 패스를 쇄도하던 델 피에로가 포물선을 그리는 오른발 인사이드 슈팅으로 독일 골망을 재차 흔들었다. 2-0 상황에서 주심은 곧바로 종료 휘슬을 불었다.

이번 경기 승리로 이탈리아는 독일전 월드컵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게다가 독일의 경우 1935년부터 이어진 도르트문트 무패 신화가 깨졌다. 눈물을 흘린 독일 소녀는 물론, 홈 팀 독일 팬들 표정은 다소 어두웠다. 반면 이탈리아 팬들은 승리를 자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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