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아스널이 중원 싸움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게 앞서며 2-0으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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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널이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유와의 2018/19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30라운드 홈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이와 함께 아스널은 18승 6무 6패 승점 60점으로 맨유(17승 7무 6패 승점 58점)를 제치고 5위에서 4위로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이 경기에서 아스널은 3-4-1-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과 알렉상드르 라카제트 투톱에 메수트 외질이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고, 그라니트 자카와 아론 램지가 허리 라인을 구축했으며, 세야드 콜라시냑과 에인슬리 메이틀란드-나일스가 좌우 측면을 책임졌다. 주장 로랑 코시엘니를 중심으로 나초 몬레알과 소크라티스 파파스타토풀로스가 스리백을 형성했고, 베른트 레노 골키퍼가 골문을 지켰다.

맨유는 아스널 원정에 주중 파리 생제르맹(이하 PSG)과의 챔피언스 리그에서 가동한 플랫형(일자형) 4-4-2를 내세웠다. 로멜루 루카쿠와 마커스 래쉬포드가 투톱으로 포진한 가운데 폴 포그바와 디오구 달로트가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 나섰고, 네마냐 마티치와 프레드가 허리 라인을 형성했다. 루크 쇼와 애슐리 영이 좌우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고, 크리스 스몰링과 빅토르 린델뢰프가 중앙 수비를 책임졌다. 골문은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가 지켰다.
주중 PSG전에 징계로 결장한 포그바가 안드레아스 페레이라 대신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부상에서 복귀한 마티치가 스콧 맥토미나이 대신 프레드와 함께 허리 라인을 구축한 걸 제외하면 상당히 유사한 선발 라인업이었다(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에릭 바이가 경미한 부상으로 달로트로 교체된 이후엔 대다수의 시간을 지금과 동일한 선수 구성으로 경기를 소화했던 맨유였다). 주중 챔피언스 리그에서 기적을 일으키며 8강에 진출했던 기세를 이번 경기에서도 이어가겠다는 포석이었다.

하지만 맨유의 계획은 시작부터 어그러졌다. 램지와 자카의 왕성한 활동량을 앞세운 강도 높은 압박에 맨유 중원은 허리 싸움에서 열세를 보였다. 외질 역시 허리 싸움에 가세하다 보니 아스널은 중원에서 맨유보다 중원 숫자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게다가 포그바는 초반 측면에서 공수 전반에 걸쳐 다소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에 'BBC'의 EPL 하이라이트 리뷰 프로그램인 '매치 오브 더 데이(MOTD)'에 패널로 출연한 과거 맨유의 멀티 플레이어였던 필 네빌은 "전술 시스템상 맨유는 아스널보다 미드필더 숫자 싸움에서 열세를 보일 수 밖에 없다 보니 주도권을 내줄 수 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BBC MOTD
BBC MOTD실제 27분경까지 아스널은 점유율에서 맨유에 62대38로 크게 우위를 점했고, 코너킥에서도 3대0으로 앞섰다. 슈팅 숫자에서도 8대6으로 근소하게 앞선 아스널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2분경엔 자카에게 중거리 슈팅으로 이른 시간에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결국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유 감독은 27분경, 3-5-2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 투톱은 그대로였고, 달로트와 쇼가 좌우 측면을 책임진 가운데 마티치를 중심으로 포그바와 프레드가 허리 라인을 구축했다. 또한 영이 아래로 내려오면서 스몰링-린델뢰프와 함께 스리백을 형성했다. 허리 싸움에서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걸 인지한 솔샤르였다.

이후 맨유가 주도권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전술 변화를 가져온 27분 이후의 세부 기록들을 보면 점유율에선 맨유가 63대37로 아스널에 크게 우위를 점했고, 슈팅 숫자에서도 8대6으로 근소하게 앞섰다.
하지만 자카와 램지의 성실한 움직임으로 상대를 괴롭혔고, 스리백 수비진도 안정적인 수비를 통해 맨유 선수들의 페널티 박스 침투를 막아냈다. 그 뒤에는 베른트 레노 골키퍼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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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맨유는 믿었던 허리 라인에서 실수들이 발생했다. 먼저 아스널의 선제골 장면에선 마티치와 프레드가 서로 미루다가 자카에게 노마크 슈팅 찬스를 내주었다. 왼발 킥에 일가견이 있는 자카를 놓아둔 건 분명한 실수였다. 게다가 프레드는 68분경 라카제트의 돌파 장면에서 스몰링이 자리를 잡고 있었음에도 뒤에서 무리하게 파울을 범하면서 페널티 킥을 허용하는 대형 실수를 저질렀다. 포그바 역시 중원 싸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자 다소 신경질적으로 손으로 잡아채는 파울을 반복하다가 끝내 76분경 옐로 카드를 받고 말았다.
이 경기에서 램지는 무려 태클 8회를 성공시키면서 해당 부분에서 독보적인 최다를 기록했다. 이에 더해 활동량 12.56km와 전력질주 19회를 기록하며 해당 부분 전체 1위를 차지했다. 평균 속도 역시 7.59km/h로 가장 빨랐다. 가장 빨리 가장 많이 움직이면서 중원 싸움에서 아스널 쪽에 우위를 가져온 인물이 다름 아닌 램지였다. 이에 영국 스포츠 전문 채널 '스카이스포츠'는 램지에게 평점 8점을 부여하며 이 경기 최우수 선수(Man of the Match)로 선정앴다.
자카 역시 활동량 11.81km로 램지 다음으로 많았다. 이에 더해 아스널 선수들 중 가장 많은 볼 터치(79회)와 패스(64회)는 물론 크로스(5회)를 기록하며 아스널의 빌드업을 이끌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당연히 통계를 바탕으로 평점을 책정하는 'Whoscored'는 자카에게 이 경기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높은 평점 8.19점을 책정했다.
심지어 외질조차도 비록 수비에선 크게 도움이 되지는 못했으나 76분을 소화하는 동안 전력 질주 14회로 풀타임을 소화한 램지와 콜라시냑(18회), 나일스(15회) 다음으로 많았다. 활동량 역시 9.59km로 출전 시간 대비 상당히 준수한 편에 속했다. 게다가 찬스메이커답게 키패스 4회로 가장 많았고, 패스 34회를 시도해 31회를 정확하게 동료들에게 연결해주었다(패스 성공률 91.4%). 무엇보다도 상대 공격 진영에서 21회의 패스를 기록한 외질이다.
이에 반해 맨유 중원은 전력 질주 횟수 자체가 프레드 9회와 포그바 8회, 마티치 7회로 많지 않았다. 활동량에서도 아스널 중원 선수들에게 전체적으로 밀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당연히 팀 전체 활동량에서 아스널이 116.01km로 맨유(109.88km)보다 6.13km가 더 많았고, 전력질주 횟수에서도 122회로 맨유(109회)보다 13회가 더 많았다.
이렇듯 아스널은 중원 싸움에서 완벽하게 앞서면서 라이벌 맨유를 상대로 귀중한 승리를 거두었다. 반면 맨유는 솔샤르 감독 부임 이후 EPL 첫 패는 물론 공식 대회 원정 전승 행진에 제동이 걸리면서 4위에 진입한 지 단 일주일 만에 다시 5위로 내려앉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