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클럽 운영의 사명은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내는 팀의 조합을 이루어내는 일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경기장 안팎에서의 안정적인 팀운용을 핵심 요소로 꼽고 있는데, 최근 아스날이 겪고 있는 위기는 이런 의견을 뒷받침하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아스날은 한때 03-04시즌 ‘무패우승’이라는 신화를 달성한 팀이다. 비록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놓쳤지만 프리미어 리그의 그 어느 팀에게도 패하지 않은 대기록은 축구 역사에 오랫동안 남을 사건이다.
19세기의 프레스턴 노스 엔드의 무패우승 기록도 있기는 하지만, 현대 축구에서 '무패우승'의 위업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하기에 2000년대 초 아르센 벵거 감독이 "아스날은 그런 업적을 이룰만한 잠재력이 있는 팀"이라고 공언했을 때 비웃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다. 당시 이 합리적이고 박식한 프랑스인 감독이 약간 이상해진 것이 아닌가라고 언론에서 떠들기도 했지만, 결국 예언처럼 그의 이야기는 들어맞았다.
하지만, 아스날의 전설이라 불릴 수 있는 선수들이 하나 둘씩 떠나면서 무패 우승이라는 클럽의 신화가 빛이 바래지고 있다. 미드필드를 종횡무진 누볐던 주장 파트릭 비에이라를 시작으로 아스날의 전설들이 떠나기 시작한다.
비에이라의 이탈 이후 아스날은 우승컵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승부차기까지 갔던 2005년 FA컵이 아스날의 마지막 우승 트로피가 되었고,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경기에서 비에이라는 마지막 킥을 성공시켰다.
파트릭 비에이라 (2005년 7월 유벤투스로 이적, 현 인터밀란 소속)
비에이라가 없는 아스날의 허전함은 10대의 축구신동이었던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영입함으로써 희망이 보였다. 비에이라를 내보내고 스페인의 젊은 피를 들여온 벵거 감독의 결정은 2006년 챔피언스 리그 유벤투스와의 경기에서 파브레가스가 당시 비에이라가 뛰고 있던 유벤투스의 중원을 농락하면서 그 정당성을 입증 받았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아스날은 비에이라만큼의 영향력을 가졌던 선수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그의 경기 지배력, 주장으로서의 지도력, 상대의 공격을 끊는 능력과 경기에 대한 집중력은 아스날 신화의 중심축이었다.
그는 아스날을 떠난 이후 무려 4번이나 세리에A 우승컵을 들어올렸으며, (그 중 한 번은 심판의 승부조작이 연루된 칼치오폴리 스캔들로 인해 취소되었다) 인테르 소속으로 2번의 수페르코파 이탈리안 매치를 우승했다.
데니스 베르캄프 - 2006년 5월 (은퇴)
비행 공포증이 있는 이 네덜란드 선수의 예술적인 패스 기술에는 한계란 없었다. 티에리 앙리는 베르캄프(현재 40세)에 대해 "움직이기도 전에 어디로 갈지를 알아채고 패스를 넣어주는 능력을 가진 완벽한 파트너"라고 칭했다.
그의 볼터치는 환상적이었고 골문 앞에서는 침착하고 냉정했으며 세컨드 스트라이커의 모범답안이라고 할 수 있는 그의 뛰어난 플레이는 많은 공격수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그는 2006년 은퇴하기 직전까지 구단에 늘 신의를 보였으며, 그와 필적할만한 선수는 아직까지 찾아보기 힘들다.
로베르 피레 - 2006년 5월 (비야레알로 이적)
이 촘촘한 턱수염을 지닌 프랑스 출신 선수는 시시콜콜 따지기를 좋아하는 팬들 사이에서 1998년의 오베르마스와 2002년의 피레스 둘 중 누가 더 좋은 선수인지를 따지는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논쟁에서 오베르마스가 꼽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왜냐하면 피레스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왠만한 스트라이커들도 무색케할 만큼의 골 기록을 당시 남겼기 때문이다.
아스날에서의 마지막 경기(챔피언스리그 바르셀로나와의 결승전)에서는 골키퍼 옌스 레만의 퇴장으로 인해 생긴 전술상의 이유로 20분 정도밖에 뛰지 못했다. 그 후 비야레알에서의 그의 활약을 보면 벵거 감독이 그를 내보낸 건 너무 성급한 선택이 아닌가 할 정도이다.

솔 캠벨 - 2006년 8월 (포츠머스로 이적)
콜로 뚜레와 갈라스 조합은 두 선수가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언제나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마틴 키언 이래로 아스날에는 격렬한 공중볼 경합을 벌이는 수비수가 많지 않았지만 솔 캠밸은 공중볼 처리에도 능숙했으며, 또한 큰 경기에 강한 선수였다(아래 사진 - 2006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의 헤딩 골).
그는 토니 아담스, 키언, 투레 등 어떠한 선수와 수비 조합을 이루더라도 제 기량을 다했다. 이후 포츠머스에서는 아스널에 남아있었더라면 차지하지 못했을 우승컵(2007년 FA컵)을 들어올리며 떠나기로 한 자신의 결정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이제 아스날 팬들은 이번에 영입한 토마스 베르마엘렌도 캠밸만큼 공중볼에 강하기를 절실히 바랄 것이다.

애쉴리 콜 - 2006년 8월 (첼시로 이적)
애쉴리 콜의 첼시 이적은 2006년 여름 이적 시장 마감 직전에서야 이루어졌지만 오랜 기간 동안 예상되었던 이적이기도 했다. 그가 구단 뒤에서 첼시와 벌인 애정행각은 이미 잘 알려져있었고 당시 첼시 감독이었던 주제 무리뉴가 "풀백 수비수로는 너무 작다"는 이유로 영입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아스날에서 콜과 피레스는 왼쪽 측면을 지배했고, 둘은 텔레파시를 주고받듯이 서로를 잘 이해했다. 그를 비판하는 이들은 이런 표현을 거부하겠지만, 현재 그는 FA컵을 무려 5번이나 들어올린 ‘FA컵의 전설’로 알려져있다.
첼시 이적 이후 한동안 부진에 빠지는 듯 보였으나 지난 시즌부터 비로소 첼시에서도 아스날에서 보여주었던 기량을 되찾기 시작했다. 이에 힘입어 그는 지난 시즌 첼시 팬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로 뽑히기도 했다.

비산 로렌(Bisan Lauren) - 2007년 1월 (포츠머스로 이적)
카메룬 국가대표 비산 로렌은 골닷컴이 선정한 지난 10년간 아스날을 통틀어 최고의 오른쪽 풀백 수비수이다. 지난 시즌 포츠머스를 끝으로 현재 소속팀이 없는 32세의 로렌은 원래 오른쪽 윙이었으나 벵거의 요청으로 인해 오른쪽 풀백으로 보직을 변경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갑작스런 보직 변경에도 불구하고 강한 체력과 대인 방어능력을 바탕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는 아스날과 함께 더블 우승을 두번 달성했고 3번의 FA컵 우승 경험이 있다. 하지만 아스날에서 보낸 마지막 날들은 별로 유쾌하지 않았다. 엠마누엘 에보우에와 저스틴 호이트(현재 선더랜드 소속)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으며, 현재는 바카리 사냐가 같은 포지션에서 기복 없는 기량으로 꾸준히 출전하고 있다

티에리 앙리 - 2007년 6월 (바르셀로나로 이적)
유럽 대륙으로부터의 러브콜을 오랫동안 거부해온 아스날은 결국 클럽의 가장 날카로운 무기이자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스트라이커인 앙리를 2년 전 바르셀로나로 이적시키게 된다.
그의 이적은 비록 수개월 동안 팬들을 안타깝게 하기는 했지만 다행히 클럽의 성적은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스날에 대한 앙리의 애정은 이적한 현재에도 여전하며 많은 팬들은 그를 전설로 여기고 있다.
앙리는 아스날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아깝게 놓친 경험 (2006년)이 있지만, 바르셀로나의 유니폼을 입고 맨유를 2-0으로 무력화시키며 결국 자신의 평생 숙원이었던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기쁨을 맛보았다.

프레데릭 융베리 – 2007년 7월 (웨스트햄으로 이적, 현재 시애틀 사이더스 FC)
미드필드에서 날카롭게 패널티 박스로 침투해서 골을 마무리 짓는 융베리의 능력을 제대로 대체할 선수는 아직까지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아스날에서의 마지막 시즌에 이르러서는 그의 기량이 예전만 못했다. 현재는 안드레이 아르샤빈 정도만이 융베리나 로베르 피레스의 전성기 시절 득점력을 지니고 있다고 보여진다.

옌스 레만 – 2008년 6월 (슈트가르트로 이적)
'미친 옌스(Mad Jens)'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레만은 믿음직한 골문 수비 뿐만 아니라, 별난 행동으로도 유명했다. 라미 샤반을 비롯해 골키퍼 영입에 있어서만큼은 유난히 실패를 자주 맛보았던 벵거 감독이 아스날의 전설적 골키퍼 시먼을 대체할 만한 선수를 영입할 수 있을까 우려도 있었지만 레만은 그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챔피언스 리그에서 승승장구하며, 10경기 동안 무실점 기록을 세울 당시, 레만을 능가하는 골키퍼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07-08시즌 초반에 보여준 어이없는 실수들로 인해 후보 골키퍼였던 마누엘 알무니아가 출전 기회를 얻게 되었고, 08-09 시즌 그가 보여준 무난한 선방으로 벵거 감독은 당분간 골키퍼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상황이 되었다.

질베르투 실바(Gilberto Silva) - 2008년 7월 (파나티아코스로 이적)
그다지 눈에 띄지 않고 실력에 걸맞지 않게 평가절하되었던 선수가 바로 질베르투 실바이다. 그는 수비수 앞에서 보이지 않는 방패와 같은 역할을 해준 선수다. 그 덕분에 비에이라 등이 마음 놓고 공격을 할 수 있었고, 비에이라가 떠난 뒤 파브레가스 또한 그의 헌신적인 플레이 덕분에 이름을 날릴 수 있었다.
브라질의 월드컵 우승을 함께 한 그는 전형적인 ‘브라질 스타일’의 선수는 아니었다. 화려한 플레이도 없었고, 잔기술과도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그의 플레이는 매우 효율적이었고, 그가 결장했을 때에서야 비로소 사람들은 그의 진가를 알 수 있었다. 2008년 1월에 이미 라사나 디아라와 마티유 플라미니를 내보낸 아스날이 실바마저 내보내기로 한 선택은 결과론이지만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다

콜로 투레 - 2009년 7월 (맨시티로 이적)
아스날 무패신화 선수단의 마지막 선발 선수이다. 현재 남은 선수들은 03-04 시즌 당시 선발로 뛰지 않았거나(세스크 파브레가스, 가엘 클리시, 로빈 반페르시, 필리페 센데로스, 엠마누엘 에부에 등) 아예 없었던 선수들이다. 무패신화를 이룩했던 선수들이 모두 떠나버린 아스날의 현재 모습에 통탄하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투레는 동료 수비수인 윌리엄 갈라스와 사이가 틀어져 결국 구단에 스스로 이적 요청을 했고, 축구선수로서 한창 나이인 28세에 재벌 구단 맨체스터 시티에 합류했다. 하지만, 그의 전성기는 이미 지나지 않았냐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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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an Dawson /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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