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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콜롬비아, 감독의 역량 차이가 승패를 가르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아르헨티나(이하 아르헨)가 콜롬비아와의 경기에서 0-2로 패하면서 불안한 출발을 알렸다. 반면 콜롬비아는 짜임새 있는 조직력과 적재적소의 교체 카드 활용으로 아르헨티나를 꺾으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가 많더라도 감독이 팀을 제대로 구성하지 못한다면 절대 승리할 수 없다. 아르헨과 콜롬비아의 2019 코파 아메리카 개막전이 이를 여실히 증명하는 경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아르헨이 콜롬비아에게 패한 건 이변이라고 칭할 만한 일은 아니다. 콜롬비아의 전력은 아르헨 못잖을 정도로 좋은 편에 속한다. 양 팀의 객관적인 전력 자체가 비등비등하다고 평가해도 무방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아르헨의 우세를 점칠 부분들이 있었다. 아르헨은 이 경기 이전까지 콜롬비아 상대로 19승 6무 5패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특히 2007년 11월 21일, 월드컵 예선 콜롬비아 원정에서 1-2로 패한 이후 5승 3무 무패를 이어오고 있었다. 유난히 콜롬비아에게 강세를 보이고 있었던 아르헨이었다.

하지만 아르헨의 경기력은 무기력하기 이를 데 없었다. 특히 전반전은 끔찍 그 자체였다. 아르헨은 전반전, 점유율에서 콜롬비아에게 45대55로 열세를 보였고, 슈팅 숫자에선 1대5로 크게 밀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4분경 수비수 니콜라스 오타멘디가 먼거리에서 시도한 중거리 슈팅 외엔 이렇다할 공격조차 해보지 못한 채 콜롬비아의 수비에 꽁꽁 묶인 아르헨이었다.

그나마 아르헨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부진하던 베테랑 왼쪽 측면 미드필더 앙헬 디 마리아를 빼고 로드리고 데 파울을 투입하면서 공격이 풀리기 시작했다. 실제 데 파울이 들어오면서 아르헨은 후반 20분경까지 슈팅 숫자에서 6대1로 콜롬비아에 크게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르헨은 후반 20분경 코너킥 혼전 상황에서 오타멘디의 헤딩 슈팅이 콜롬비아 수문장 다비드 오스피냐의 선방에 막힌 데 이어 에이스 리오넬 메시의 리바운드 헤딩 슈팅이 골대를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면서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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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콜롬비아는 부진하던 후안 콰드라도 대신 거친 플레이를 즐겨하는 전투적인 미드필더 예페르손 레르마를 교체 출전시키면서 응수에 나섰다. 포메이션도 4-3-3에서 4-1-4-1로 전환하면서 조금 더 중원 싸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레르마 투입 후 아르헨의 공격 흐름을 끊은 콜롬비아는 후반 26분경, 에이스 하메스 로드리게스가 오른쪽 측면에서 왼쪽 측면으로 길게 넘겨준 정교한 크로스를 받은 로저 마르티네스가 중앙으로 접고 들어오는 과정에서 아르헨 오른쪽 측면 수비수 렌소 사라비아를 제치고선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넣으면서 먼저 기선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다급해진 아르헨은 공세적으로 나섰다. 반면 여유가 생긴 콜롬비아는 케이로스의 장기인 속칭 '늪축구(점유율을 포기한 채 수비에 치중하면서 거칠고 끈끈한 조직력으로 상대를 괴롭히는 축구를 지칭하는 표현)'를 구사하면서 아르헨을 괴롭혔다.

케이로스는 경기 종료 10분을 남기고 승부수를 던졌다. 바로 베테랑 공격수이자 팀의 주장 라다멜 팔카오를 빼고 두반 사파타를 투입한 것. 공격하느라 지친 아르헨의 뒷공간을 공략하겠다는 포석이었다.

이는 주효했다. 사파타가 하프 라인 근처에서 단독 돌파로 아르헨 선수 3명을 제치고 들어가다가 측면으로 내주었고, 이를 받은 로저 마르티네스가 전진 패스를 연결한 걸 기습적으로 공격에 가세한 레르마가 크로스를 올린 것. 이를 사파타가 슬라이딩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결국 경기는 이대로 콜롬비아의 2-0 승리로 막을 내렸다.

원래 콜롬비아는 전력 대비 성적을 내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던 국가였다. 화려한 패스 축구를 구사하지만 수비가 안정적이지 못해 메이저 대회 토너먼트에서 조기 탈락하기 쉽상이었다.

케이로스 하에서 콜롬비아는 과거에 비해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맛은 조금 떨어졌지만, 대신 수비적으로 안정감이 있으면서 끈적끈적한 플레이를 통해 아르헨을 괴롭혔다. 실리적으로 변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에 반해 아르헨은 대체 무슨 축구를 추구하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따름이었다. 특정 감독이 팀을 지도할 때 있어 그만의 색체라는 게 있기 마련인데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이 이끄는 아르헨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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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간의 호흡도 맞지 않았다. 메시는 물론 세르히오 아구에로와 디 마리아, 오타멘디 같은 베테랑들은 기동력에서 문제점을 노출했다. 선제 실점 장면에서 돌파를 허용한 렌소 사라비아와 구이도 로드리게스, 구이도 피사로와 같은 비유럽파 선수들(사라비아와 로드리게스는 아르헨 자국 리그에서 뛰고 있고, 피사로는 멕시코 리그 소속이다)은 개인 기량 자체가 미달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두 감독의 역량 차이는 교체 카드에서 크게 두드러졌다. 콜롬비아는 경기 시작 14분 만에 왼쪽 측면 공격수 루이스 무리엘이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교체 카드 한 장을 소진해야 했다. 하지만 무리엘을 대신해 출전한 로저 마르티네스가 선제골을 넣었다. 2번째 골은 교체 출전한 사파타의 돌파에 이은 로저 마르티네스의 전진 패스에 이은 또 다른 교체 출전 선수 레르마의 크로스를 사파타가 골로 넣은 것이다. 즉 교체 출전한 선수 3명이 2골에 모두 관여한 셈이다. 케이로스의 교체 카드가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반면 아르헨의 교체 카드는 데 파울 정도만 일정 부분 효과를 발휘했을 뿐이었다. 후반 22분경, 구이도 로드리게스를 대신해 교체 출전한 중앙 미드필더 구이도 피사로는 선제골 장면에선 로저 마르티네스와 부딪치면서 넘어지는 촌극을 펼쳤고, 2번째 실점 장면에서도 사파타가 슬라이딩 슈팅을 감행할 때 뒤에서 구경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골을 넣기 위해 후반 33분경에 교체 출전한 백업 공격수 마티아스 수아레스 역시 슈팅 한 번 때려보지 못한 채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애당초 스칼로니는 아르헨 대표팀 지휘봉을 잡기 이전까지 감독 경력이 전무했다. 아르헨 전임 감독 호르헤 삼파올리 아래에서 세비야와 아르헨 대표팀 수석코치 직을 수행한 게 그의 지도자 경력의 전부였다.

하지만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에서 탈락하자 아르헨 축구협회는 삼파올리를 경질하고 스칼로니를 임시 감독으로 임명했다. 원래 계획은 2018년까지만 스칼로니가 맡고 2019년부터 정식 감독을 데려올 예정이었으나 여의치 않자 임시 감독이었던 그를 정식 감독으로 승급하는 졸속 행정을 펼친 아르헨이었다.

이렇듯 케이로스는 색깔이 뚜렷한 전술과 효과적인 교체 카드 활용으로 콜롬비아에 개막전 완승을 선사했다. 케이로스의 콜롬비아는 화려한 맛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앞으로의 경기들에서도 쉽게 지지 않는 축구를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스칼로니는 초보 감독 티를 팍팍 내면서 케이로스와의 지략 대결에서 완패했다. 아르헨이 코파 아메리카 개막전에서 패한 건 1979년 이후 40년 만에 처음이다. 이 쯤이면 단순한 1패를 넘어 아르헨의 향후 행보 자체가 위태로워 보일 정도다.

스칼로니는 코파 아메리카를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만약 아르헨티나가 우승한다면 난 감독에서 은퇴할 것이다"라는 농담을 건넸다. 어쩌면 이런 농담을 자신있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아르헨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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