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대구] 박병규 기자 = 대구FC 최영은 골키퍼가 큰 부상 우려에도 강인한 정신력으로 90분을 소화하여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경기 종료 후 그라운드에 누워 대성통곡하였다.
대구는 지난 25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포항 스틸러스와의 26라운드 맞대결에서 세징야의 멀티골과 데얀의 골에 힘입어 3-2 승리를 거두었다. 이로써 3,030명이 입장한 올 시즌 마지막 홈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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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팀은 경기 내내 치열한 접전을 펼쳤지만 후반 14분 데얀의 득점에 힘입어 대구가 2-1로 리드하고 있었다. 그러다 후반 24분 포항의 코너킥 상황에서 전민광과 최영은이 공중볼 다툼 중 충돌하여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당시 최영은이 허리로 떨어졌기에 충격이 커 보였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에 긴급히 의료진과 앰뷸런스가 투입되었고 경기를 뛸 수 없다는 사인이 들어왔다. 포항전을 앞두고 훈련을 하다 경미한 부상을 입은 구성윤은 벤치에서 분주히 몸을 풀고 있었다. 긴박하게 돌아갔던 상황에 경기장은 고요해졌고 팬들의 걱정은 더해졌다. 양 팀 벤치는 물론 선수들도 큰 부상이 아니길 기도했다. 다행히 최영은이 스스로 일어나자 DGB대구은행파크에는 어느 때 보다 큰 박수가 쏟아졌다.
당시 상황은 긴박하게 흘러갔다. 충돌 후 다행히 최영은이 의식을 잃지 않고 고통만 호소하였기에 기도확보 같은 응급조치 매뉴얼이 발동되지 않았지만 허리로 떨어져 우측 골반에 충격이 가해졌다. 대구 관계자가 전해준 당시 상황을 요약해 보자면 최영은은 충돌 즉시 우측 골반 및 엉덩이 부위에 급성 마비가 발생하였고 긴급히 투입된 의료진이 일시적인 정형외과적 부상으로 판단하여 구급차를 요청하지 않았다. 동행한 트레이너가 자세 교정을 통한 하반신 마비 완화를 시도하였지만 생각보다 마비가 심각해서 몸이 떨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쇼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구급차 투입 및 추가 의료진이 긴급하게 투입되었다.
박병규다행히 트레이너와 의료진의 노력으로 마비와 통증이 완화되며 선수 본인이 몸을 스스로 움직였다. 몇 차례의 테스트 후 최영은이 경기를 계속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하였고 벤치에도 전달했다. 그러나 대구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전담 스태프를 부근에 배치하여 최영은만 집중 모너티링을 하였다. 재차 문제가 발생할 시 긴급히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구성윤 역시 투입이 보류되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출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최영은의 충돌 직후부터 의료진 투입 및 구급차 투입까지의 모든 상황이 1분 30초(69분 30초~71분)에 이루어졌다. 이후 그라운드에서 추가치료가 진행되었다.
팬들의 큰 박수 속에 일어선 최영은은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스스로 뺨을 때렸고 일류첸코에게 동점골을 허용하였지만 세징야의 결승골 이후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그라운드에 누워 펑펑 운 최영은에게 동료들이가 가장 먼저 달려갔고 이병근 감독대행도 달려가 위로해주었다.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최영은은 좀처럼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흐느끼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힘들게 말문을 뗐다. 그는 “승리할 수 있게 되어서 기분이 좋다. 경기 중 경합이 있었는데 그때 제가 정신이 너무 없어서 기억이 없다. 선수들이 전방에서 열심히 뛰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 고맙다”고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경기가 끝난 후 그라운드에 누워 대성통곡한 이유에 대해 “경합 상황에서 하반신에 힘이 풀리면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겁을 먹었다. 나중에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나서야 긴장이 풀리면서 감정이 복받쳐서 눈물이 나왔던 것 같다. 당시에는 너무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동료들이 달려와 준 것에 대해 “괜찮냐, 잘했다고 칭찬해주었다. 서로 포옹해주어서 더욱 감격스러웠다”며 고마워했다. 부상 직후 경기 출전이 불가하다는 사인이 들어왔다는 것을 알려주자 “그때는 제가 정신이 너무 없었고 모든 것이 무서웠다. 그래서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행히 하체 경직이 풀렸고 충분히 뛸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최영은의 이 같은 투혼은 그동안 경기에 제대로 나서지 못했던 갈증이 동반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대구에서 열띤 포지션 경쟁 중이다. 대구 입단 후 전임 조현우 골키퍼의 그늘에 가려져 기회를 받지 못하였지만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차출이 되자 공백을 메우기 위해 10경기에 출전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019시즌에도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여름, 조현우의 몸살로 경기 당일 급히 출전 소식을 들었다. 소중한 첫 기회였지만 너무 급작스러웠던 탓인지 의욕을 보이다 퇴장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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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우의 이적 후 올 시즌부터 8경기에 출전하며 기회를 받는 듯하였으나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여름에 보강된 국가대표 골키퍼 구성윤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지난 6월 21일 출전 이후 약 4개월 만에 기회를 잡은 최영은으로선 다시 실망감을 안길 수 없다는 각오였다. 특히 그는 실점의 책임감을 가장 강하게 안고 있었다. 최영은은 “오랜만에 경기에 들어갔기에 감사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실점 이후 책임이 크다고 생각하였고 끝까지 동료들과 싸워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투혼을 펼친 이유를 설명했다.
대구는 오는 1일 전북 현대와의 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있다. 마지막 경기의 골키퍼 장갑은 누가 착용하게 될지 모르지만 최영은이 보여준 투지는 팬들과 동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골닷컴 박병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