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잉글랜드 풋볼 리그 컵(EFL컵) 3라운드 경기에서 10대 선수들을 대거 기용한 강호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 아스널, 첼시, 리버풀이 대승을 거두면서 4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6라운드가 끝난 가운데 주말 7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주중에 EFL컵 3라운드가 열렸다. 통상적으로 EFL컵은 유럽 대항전(챔피언스 리그와 유로파 리그)을 병행하는 EPL 상위권 팀들에게 있어선 가장 중요도가 떨어지는 대회이다. 이로 인해 EPL 상위권 팀들은 EFL컵에서 유망주들을 대거 기용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지금은 아스널을 떠난 전설적인 감독 아르센 벵거가 EFL컵에서 어린 유망주들로 팀을 꾸리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영국 현지 언론들은 EFL컵에 대해 '아스널 유스 박람회'라고 지칭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벵거가 EFL컵을 유망주들의 등용 무대로 활용하기 시작한 이래로 많은 EPL 상위권 팀들이 똑같이 유망주들을 적극 기용하기 시작하면서 EFL컵은 유망주들 보는 맛에 즐기는 대회로 변화해가는 모양새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유럽 대항전을 병행하는 EPL 상위권 팀들은 EFL컵 3라운드에서 10대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데뷔전 무대를 선사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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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맨시티부터 살펴보도록 하겠다. 맨시티는 챔피언십(잉글랜드 2부 리그) 3위에 위치하고 있는 프레스턴 원정에서 3-0 완승을 거두었다. 이 경기에서 맨시티는 라힘 스털링과 다비드 실바, 베르나르두 실바, 가브리엘 제수스, 리야드 마레즈 같은 주력 선수들을 다수 가동했으나 아직 만 20세가 넘지 않은 10대 선수 4명을 가동하면서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해당 주인공은 필 포든(만 19세)과 에릭 가르시아(만 18세), 아드리안 베르나베(만 18세), 그리고 테일러 하우드-벨리스(만 17세)이다.
이미 지난 시즌 케빈 데 브라위너가 장기 부상으로 나간 틈을 타서 준수한 활약상을 펼치면서 맨시티 최고의 재능이라는 평가를 들은 포든 67분경 골대를 강타한 걸 포함해 3회의 슈팅과 3회의 드리블 돌파, 그리고 2회의 키패스를 기록하면서 공격 전반에 걸쳐 높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가르시아는 19분경 전진 패스로 라힘 스털링의 선제골을 어시스트 했을 뿐 아니라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110회의 볼 터치와 94회의 패스, 그리고 95.7%의 패스 성공률을 자랑하면서 펩 과르디올라 감독 스타일의 빌드업에 능한 현대적인 중앙 수비수라는 걸 만천하에 알렸다. 수비적인 측면에서도 6회의 걷어내기와 2회의 가로채기, 1회의 슈팅 차단과 1회의 태클을 성공시키면서 높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 외 가르시아의 파트너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맨시티 막내 하우드-벨리스는 수비적인 부분에선 크게 보여준 것이 없으나 역시 펩의 철학에 맞게 교육받고 있는 유스 선수인 만큼 93.3%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베테랑 공격형 미드필더 다비드 실바를 대신해 교체 출전한 베르나베는 30분 남짓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3회의 키패스와 2회의 드리블 돌파를 성공시키면서 기대감을 높여주었다.
이번엔 아스널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아스널은 챔피언십 5위팀 노팅엄 포레스트를 상대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홈에서 5-0 기분 좋은 대승을 거두었다. 이 경기에서 아스널은 가브리엘 마르티넬리(만 18세)와 리스 넬슨(만 19세), 에밀 스미스 로우(만 19세), 부카요 사카(만 18세)로 이어지는 총 4명의 10대 선수를 출전시켰다. 조 윌록 역시 이제 막 만 20세가 된 어린 선수이다.
먼저 마르티넬리는 31분경에 선제골을 넣은 데 이어 경기 종료 직전 추가골을 넣으며 멀티골과 함께 경기의 시작과 마무리를 동시에 장식했다. 이제 그의 나이 만 18세 98일. 이는 2011년 9월 알렉스 옥슬레이드 체임벌린(만 18세 36일) 이후 가장 어린 나이에 첫 선발 출전 경기 골에 해당한다.
경기 시작 8분 만에 골대를 맞춘 넬슨은 이 경기에서 1골 1도움은 물론 슈팅 4회의 키패스 4회, 드리블 돌파 3회를 기록하면서 돌격대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패스 성공률 역시 96.2%로 상당히 준수한 편에 속했다.
그 외 10대 선수는 아니지만 만 20세의 윌록은 아스널 선수들 중 가장 많은 볼터치(107회)에 더해 골까지 신고하면서 왜 자신이 이번 시즌 중용되고 있는 지를 확실하게 입증해냈고, 스미스 로우를 대신해 교체 출전한 사카 역시 사실상 후반전만 소화했음에도 3회의 슈팅과 2회의 키패스는 물론 현란한 발재간으로 2회의 드리블 돌파를 성공시키면서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었다. 스미스 로우만이 전반 종료 직전 뇌진탕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아쉬움을 남겼을 뿐이었다.
이번엔 여름 이적시장 금지 조항으로 인해 선수 보강에 실패하면서 어린 선수들로 리빌딩에 나서고 있는 첼시를 살펴보겠다. 첼시는 그림스비 타운과의 경기에서 7-1 대승을 거두었다. 홈에서 그것도 4부 리그 팀을 상대한 만큼 다소 쉽게 경기를 풀어나간 첼시였다.
그렇다고 해서 첼시의 대승을 폄하할 이유는 없다. EPL 강호 토트넘은 4부 리그 구단 콜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비록 원정이라고는 하더라도 승부차기 끝에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또다른 EPL 구단 웨스트 햄튼 3부 리그 옥스포드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0-4 대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고, 본머스는 3부 리그 구단 버튼 알비온 원정에서 0-2로 무기력하게 패했다. 셰필드 유나이티드는 홈에서 3부 리그 구단 선덜랜드에게 0-1로 패해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오랜 기간 EPL에서 있었던 챔피언십 구단 스토크 시티 역시 4부 리그 크로울리 타운에게 승부차기 끝에 탈락했다. 심지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역시 홈에서 3부 리그 구단 로치데일 상대로 승부차기 끝에 간신히 4라운드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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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는 이 경기에서 무려 6명의 10대 선수들을 활용했다. 장기 부상에서 돌아온 칼럼 허드슨-오도이(만 18세)를 비롯해 리스 제임스(만 19세), 빌리 길모어(만 18세), 마크 구에히(만 19세)가 선발 출전했고, 파우스티노 안요린(만 17세)과 이안 마트센(만 17세)이 교체 출전했다.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서 어시스트를 기록한 크리스티안 풀리식 역시 만 21세에 불과하다.
이들 중 가장 눈에 띈 활약을 펼친 선수는 다름 아닌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제임스였다. 경기 시작 4분 만에 로스 바클리의 골로 1-0 리드를 잡은 시점에서 제임스는 7분경 기습적인 측면 침투에 이은 날카로운 땅볼 크로스로 미치 바추아이의 골을 간접적으로 도왔다(제임스의 크로스가 상대 수비 다리 맞고 살짝 굴절된 걸 바추아이가 잡아서 터닝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이어서 후반 11분경엔 정교한 크로스로 커트 주마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마지막으로 경기 종료 8분을 남기고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데뷔전에서 골을 넣는 괴력을 과시했다. 이 경기에서 제임스는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5회의 키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를 기록하면서 측면 수비수라고는 믿기지 않는 놀라운 공격 지원 능력을 과시했다).
이미 지난 시즌 첼시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돌격대장 오도이는 아킬레스건 부상에서 5개월 만에 복귀한 것임에도 연신 활발한 움직임을 구사하면서 최다 슈팅(6회)과 최다 드리블 돌파(3회)에 더해 키패스도 2회를 기록하면서 공격 전반에 걸쳐 높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무엇보다도 경기 종료 직전 골을 넣으면서 7-1 대승의 대미를 장식했다. 그 외 길모어 역시 4회의 키패스를 기록하면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구에히 역시 주마의 보호 아래에서 안정적인 수비를 펼쳐보였다.
마지막으로 리버풀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리버풀은 3부 리그 구단 밀튼 케인스 돈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두었다. 리버풀 역시 이 경기에서 하비 엘리엇(만 16세)을 비롯해 키-야나 후버(만 17세), 라이언 브루스터(만 19세), 커티스 존스(만 18세)가 선발 출전했고, 세프 판 덴 베르흐(만 17세)가 경기 종료 직전 교체 출전하면서 총 5명의 10대 선수들을 활용했다.
가장 주목을 받은 선수는 다름 아닌 엘리엇이었다. 엘리엇은 리버풀이 이번 여름에 풀럼에서 영입한 신예 공격형 미드필더로 이미 지난 시즌 만 15세 174일에 EFL컵 대회 역대 최연소 데뷔 기록을 수립한 데 이어 EPL 대회 역대 최연소 데뷔 기록(만 16세 30일)까지 수립한 선수였다. 이번엔 리버풀 소속으로 EFL컵에 출전하면서 구단 역대 공식 대회 최연소 선발 출전 기록을 달성했다(만 16세 174일).
이 경기에서 엘리엇은 비록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으나 11분경과 경기 종료 직전에 두 차례나 골대를 맞추는 신기를 보여주었다. 드리블 돌파는 4회로 가장 많았고, 슈팅(4회)과 키패스(3회) 모두 공동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공격 전반에 걸쳐 높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만 16세라고는 믿기지 않는 활약상이었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 후버는 후반 24분경 제임스 밀너의 크로스를 타점 높은 헤딩 슈팅으로 꽂아넣으며 2-0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는 리버풀 구단 역대 최연소 4위(만 17세 250일)에 해당하는 기록이자 외국인 선수로는 구단 역대 최연소 골에 해당한다. 다만 기대를 모았던 브루스터는 다소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도리어 존스가 정교한 패스와 슈팅을 구사하는 모습이었다.
한편 주말 웨스트 햄 원정에서 0-2로 패한 맨유는 이번 EFL컵에서도 3부 리그팀 로치데일 상대로 그것도 올드 트래포드 홈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실망 만을 안겨주었으나(심지어 폴 포그바까지 선발 출전시킨 경기였다!) 막내 공격수 메이슨 그린우드(만 17세)가 팀의 유일한 골을 넣으며 위안거리로 남았다. 그린우드는 일주일 전에 열린 아스타나와의 유로파 리그 조별 리그 1차전 홈경기에서도 유일한 골을 넣으면서 1-0 승리를 견인한 바 있다.
이렇듯 이번 EFL컵 3라운드를 통해 많은 새로운 영건들이 자신의 이름을 팬들에게 각인시켜주었다. EFL컵 대회가 진행될수록 더 많은 새로운 스타 탄생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EFL컵을 즐기는 하나의 관전포인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