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서호정 기자 = 이강인은 만 10세이던 2011년 발렌시아 유스팀에 입단했다. 가족의 생활 근거지가 아예 한국에서 스페인으로 옮겨졌다. 2017년 4월 18세 이하 대표팀에 소집되기 전까지 이강인은 스페인 현지에서 축구를 하고,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일상이 익숙했다.
2017년 AFC(아시아축구연맹) 19세 이하(U-19) 챔피언십을 기점으로 연령별 대표팀과 함께 하는 접점이 많아진 이강인은 2살에서 3살 많은 형들과 대화를 하며 다시 한국어가 익숙해졌다고 고백한 바 있다. 한때 스페인축구협회가 귀화를 추진한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이강인의 가족은 그럴 일은 없다고 단호히 거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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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나라에서 성장기를 보냈지만 조국을 향한 이강인의 마음은 애틋하다. 이번 U-20 월드컵 내내 이강인은 경기 시작 전 국가가 울리면 입을 크게 벌리고 따라 부른다. 외국 선수들이 월드컵 등에서 경기 시작 전 열정적으로 국가를 따라 부르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지만 한국은 축구 선수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소극적인 분위기다. 지난 러시아월드컵 때 애국가를 너무나 진지하게 부르던 김신욱의 모습은 찬사보다 웃음거리가 됐다.
이강인은 일본과의 U-20 월드컵 16강전을 하루 앞둔 4일 공개된 대한축구협회 KFATV 영상에서 “동료, 관중, 팬들 모두 애국가를 크게 불러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했다. 그는 왜 그렇게 애국가를 크게 부르느냐는 질문에 “그냥 좋아서…”라며 웃음을 지었다.
이기고자 하는 마음에서 지고 싶지 않아 더 크게 부르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이강인은 “포르투갈전에서 상대 선수들이 국가를 크게 부르더라. 그런 데서 기선제압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나도 크게 부르고 있다”라고 말앴다.
조국을 향한 마음은 이강인의 신가드(정강이 보호대)에서도 확인된다. 부모님, 두명의 누나와 함께 직접 색칠했다는 신가드에는 한글과 영문으로 크게 ‘대한민국’이 적혀 있다. 가족의 이니셜 외에도 태극기와 붉은색 선이 그려졌다.
이강인은 “대회에 오기 전 가족들과 함께 만들었다. 이걸 들고 오게 됐다”라며 ‘수제 신가드’에 대한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유럽 한복판에서 10대 시절을 보내며 프로 무대까지 왔지만 그 시간 동안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이강인의 가족이 온전히 품고 온 것이다.
지난 3월에는 A대표팀에서 처음 소집됐다. 비록 데뷔전은 치르지 못했지만 이강인은 그 시간을 통해 또 다른 성장을 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선배들과 생활하고, 훈련하며 태극마크라는 상징의 의미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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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A매치를 위해 A대표팀에 합류한 백승호는 U-20 월드컵을 치르는 이강인에 대해 “강인이 본인이 정말 중요한 대회라고 생각하고 임하는 것 같다. 매 경기 절실함이 보인다”라고 얘기했다. 왼발을 이용한 탁월한 테크닉과 킥 외에도 이강인은 국가 이름을 건 연령별 대항전에서 강한 승부욕과 팀을 향한 투지를 발휘 중이다.
오는 5일 오전 0시30분 폴란드 루블린 아레나에서 8강으로 가기 위한 운명의 승부에서 일본을 만난 이강인은 자신과 동료들뿐만 아니라 경기를 지켜보는 대한민국의 모두가 우렁차게 애국가를 부르자는 제안을 했다. 가장 어린 선수의 그런 부탁은 가슴 속에 뭉클함을 가져다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