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세 경기 남겨둔 황인범, MLS 진출의 득과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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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한국 대표팀 선수의 첫 미국행…MLS는 황인범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

▲소속팀 밴쿠버의 단연 핵심
MLS 전체 MF 중 가로채기 1위
▲매주 장거리 이동, 홈구장 인조잔디, 팀 부진으로 어려움 겪기도

[골닷컴, 미국 뉴욕] 한만성 기자 = 최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표팀 일정을 마치고 소속팀 밴쿠버 화이트캡스로 복귀한 황인범(22)이 득점포를 가동하며 전화위복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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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각) 투르크메니스탄을 상대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1차전 원정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그러나 결과와 관계없이 대표팀의 '경기력 논란'은 이번에도 이어졌다. 월드컵으로 가는 첫 관문에서 승점 3점을 챙기며 필요한 결과를 얻었지만, 경기 내용이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황인범을 향한 비난이 가장 거셌다. 황인범은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했고, 나상호의 선제골을 만들어낸 패스 시퀀스에서 돌파에 이은 컷백으로 상대 수비진에 균열을 내며 득점 상황에 관여하는 등 활발히 공수를 오갔으나 이후 결정적인 패스미스가 몇 차례 이어지며 팀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주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이후 대표팀이 노출한 저조했던 경기력과 관련된 모든 문제는 황인범의 탓이라는 여론이 형성됐다. 심지어 일부 팬들은 투르크메니스탄전 이후 황인범의 소셜 미디어(SNS) 계정까지 찾아가 '악플'을 다는 등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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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g In-beom 황인범

# 팬들의 사랑 한몸에 받는 황인범, MLS 진출은 성공일까?

그러나 투르크메니스탄전을 마친 후 밴쿠버로 복귀한 황인범은 우선 침체된 분위기를 전환시킬 만한 발판을 마련했다. 그는 15일 휴스턴 다이나모를 만난 2019년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31라운드 홈 경기에서 올 시즌 자신의 네 번째 골을 뽑아냈다. 그는 54분 페널티 킥으로 득점에 성공하며 선제골을 뽑아냈고, 결국 밴쿠버는 이날 휴스턴에 2-1로 승리했다.

골망을 가른 황인범은 골대 뒷편에 앉은 홈팬들을 향해 달려갔다. 그는 팬들과 차례로 하이파이브를 나눈 뒤, 한 팬과는 포옹을 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후 황인범은 팬이 건넨 팝콘이 땅이 떨어지자 미소를 짓고는 이를 집어먹은 후 운동장으로 돌아갔다. 관중 1만7382명은 열광했고, 밴쿠버 구단이 SNS로 공유한 황인범이 경기 도중 팝콘을 먹는 장면은 현지에서 큰 화제가 됐다.

Hwang In-beom 황인범

황인범은 올 시즌 밴쿠버 선수 중 압도적으로 가장 많은 득점 기회 창출 횟수(44회)를 기록 중이다. 그다음으로 많은 득점 기회를 창출한 프레디 몬테로(29회)는 황인범의 기록에 크게 못 미친다. 게다가 황인범은 가로채기 52회로 올 시즌 MLS에서 활약 중인 미드필더를 통틀어 FC 바르셀로나 출신 조나탄 도스 산토스(50회)를 제치고 선두에 올랐다. 이처럼 그는 공수에 걸쳐 두루 활약 중이다.

2019 시즌 MLS 미드필더 부문 가로채기
(9월 15일 기준)

52회 - 황인범 - 밴쿠버
50회 - 얀 그레구스 - 미네소타
50회 - 조나탄 도스 산토스 - LA 갤럭시
48회 - 션 데이비스 - 뉴욕 RB
39회 - 댁스 맥카티 - 시카고

단, 현역 한국 대표팀 선수로는 최초로 MLS에 진출한 황인범의 첫 시즌이 성공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우선 그가 밴쿠버의 핵심 미드필더로 자리매김했고, 평가 범위를 MLS 전체로 넓혀도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밴쿠버의 팀 성적이 워낙 부진한 데다 MLS 진출 후 여러 가지를 이유로 황인범이 대표팀에서 펼친 활약이 들쭉날쭉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황인범은 작년 아시안게임 우승 직후인 9월 코스타리카전에서 A대표팀 데뷔전을 치렀으며 10월 파나마전에서는 A매치 데뷔골까지 터뜨리며 주가를 높였다. 그러나 그는 11월 호주 원정 평가전에서 당한 왼쪽 무릎 부상을 안고 출전한 올해 1월 아시안컵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3월 볼리비아-콜롬비아와의 2연전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으나 지난 6월과 이달 경기에서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 혹독한 원정길, 홈구장 인조잔디 등…MLS 선수가 견뎌야 하는 현실

현재 황인범은 피로가 누적된 상태다. 그는 올 시즌 MLS에서 31경기에 출전했다. 부상 등의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그는 남은 세 경기에도 선발 출전해 총 34경기를 소화하게 될 전망이다. 이미 황인범은 한국과 MLS를 통틀어 프로 무대 데뷔 후 1부 리그에서 보낸 시즌 중 가장 많은 출전 횟수와 시간을 소화했다. 그는 대전에서 활약한 K리그2 시절 2016 시즌 35경기에 출전한 적이 있다.

게다가 황인범은 아산에서 시작한 작년 K리그2 시즌을 시작으로 23세 이하, A대표팀에서 아시안게임, 아시안컵, 각종 평가전을 소화했다. 또한, 그는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한 후 병역특례를 받아 시즌 도중 원소속팀 대전으로 복귀했다. 즉, 그는 지난 1년간 U-23과 A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며 소속팀 또한 아산에서 대전으로, 대전에서 밴쿠버로 바뀌는 극심한 변화를 겪었다.

황인범은 작년 3월 아산에서 K리그 시즌이 시작된 시점부터 최근까지 지난 1년 6개월간 휴식기도 없이 소속팀(아산, 대전, 밴쿠버)와 대표팀(U-23, A)을 통틀어 정확히 80경기에 출전했다. 수년간 A대표팀에서 활약한 해외파 선수라면 몸관리에 대한 노하우가 있을 수 있지만, 황인범은 이제 A대표팀에 데뷔한지 1년밖에 되지 않은 데다 해외 생활도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게다가 대전 시절 황인범은 대표팀 일정을 병행하지 않았고, 이동거리와 시간이 적은 국내에서 35경기를 소화했다. 그러나 올해 밴쿠버의 황인범은 1~2개월에 한번씩 대표팀에 차출된 데다 밴쿠버에서 MLS 원정 경기를 치르려면 매번 왕복으로 최소 5~6시간 이상을 이동해야 한다. 또한, MLS 구단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전세기를 띄우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구단이 선수의 편의를 고려해 이동 일정을 잡기가 어려운 건 물론 경유지를 거쳐야 할 때도 많다. DC 유나이티드에서 활약 중인 웨인 루니도 상용비행을 이용하는 MLS의 구단 운영 방식에 최근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황인범에게도 지난 1년 반 동안 소화한 출전 시간보다 이동의 빈도와 거리가 체력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더 큰 부담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밴쿠버의 홈구장 BC 플레이스 운동장은 100% 인조잔디다. 근육을 피로하게 만들고, 부상 위험을 키우는 BC 플레이스 인조잔디는 프레디 융베리,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등 MLS에서 활약한 빅리그 출신 선수들이 출전을 아예 거부하거나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운동장이다. 여기서 홈경기를 치러야 하는 황인범의 피로도에 인조잔디도 한몫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 "내가 선택한 길"이라며 MLS 진출한 황인범, 스스로 해법 찾아야

황인범이 밴쿠버로 이적하면 장거리 이동, 인조잔디 등을 이유로 몸관리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건 아니다. 그는 대전에서 팬들과 함께 가진 고별식에서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잦은 장거리 이동, 인조잔디 적응 문제 등은) 내가 이겨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에는 맨땅에서도 축구를 많이 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또한, 황인범은 밴쿠버로 이적한 올 시즌 도중 현장에서 몇몇 차례 '골닷컴 코리아'와 만난 자리에서도 "MLS 진출은 내가 선택한 길이다.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그러나 막상 겪어 보니 어려움은 더 컸다. 게다가 북미에서 활약하며 한국 대표팀을 오가는 일정은 황인범 전까지 누구도 경험한 적이 없는  '미지의 길'이다. 여기에 그는 일찌감치 올 시즌 MLS에서는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데다 컵대회에서 탈락한 소속팀 밴쿠버의 성적 부진 탓에 정신적으로 겪는 어려움이 가중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밴쿠버는 올 시즌 경기당 평균 팀 슈팅수가 10.4회로 MLS 24팀 중 최하위다. 황인범의 90분당 평균 슈팅수(1.6회)와 동료의 슈팅으로 연결된 기회 창출 횟수(1.6회)를 합치면 3.2회다. 주로 중앙 미드필더, 혹은 후방 미드필더로 출전하는 그가 매 경기 팀 슈팅수의 3분의 1가량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올 시즌 밴쿠버의 평균 공격 방향 비율 기록을 보면 중앙을 통해 이뤄지는 공격은 단 24%(왼쪽 40%, 오른쪽 36%)로 24팀 중 21위, 구역별 볼 소유 비율은 중원(middle third)이 42%로 최하위다. 황인범은 미드필더가 제 기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올 시즌 MLS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는 LAFC 또한 올 초 황인범 영입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나타냈지만, 그때는 이미 그가 밴쿠버 입단 협상을 상당 부분 진행한 탓에 끝내 영입에 실패했다.

황인범은 대표팀에서는 벤투 감독으로부터 '현대형 10번'의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이는 스타일로만 따지면 레알 마드리드와 크로아티아 대표팀에서 루카 모드리치와 비슷하게 빌드업 시에는 후방, 공격 시에는 상대 진영에서 볼을 운반해주는 역할을 뜻한다. 즉, 대표팀에서 황인범은 팀이 볼을 소유한 상황(possession phase)에서 운동장 모든 지역을 커버하며 경기를 운영해줘야 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A대표팀, 해외 진출 1년차에 불과한 데다 국내에서 활약한 시절에도 대다수 시즌을 K리그2에서 활약한 황인범이 이 역할을 100% 해주려면 과도기를 거쳐야만 한다.

이 역할을 소화하기에 벤투 감독이 부임 후 10번으로 낙점한 남태희, 한국 축구의 특급 유망주로 꼽히는 이강인은 공격적인 성향이 짙고, 정우영과 백승호 등은 후방 미드필더에 더 어울리는 '볼란테'에 가깝다. 현재 대표팀의 선수 구성을 볼 때, 벤투 감독이 요구하는 이 역할을 해줄 만한 선수는 황인범과 이재성뿐이다. 끝으로 황인범이 이달 초 터키 이스탄불에서 대표팀에 합류한 후 취재진과 만나 진행된 인터뷰 내용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겠다.

"대표팀 공격수들이 내게 요구하는 게 뭔지 안다. 그래서 실수가 나오더라도 시도하는 부분이 많은데,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판단 미스, 강약 조절의 문제가 많다는 걸 안다. 어떻게 하면 더 세밀하게, 침착하게 할 수 있을지 많이 생각하고 있다. 아직 과도기다.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다. 내가 절대 포기하지 않는 선수라는 걸 스스로 알고 있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해외 진출 후 유럽, 일본,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이 느끼는 외로움이 뭔지 실감하고 있다. 형들(구자철, 기성용)을 더 존경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형들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나도 은퇴할 무렵에는 박수를 받으면서 마무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벌써 하게 됐다. 좋은 길을 닦아주신 형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도 내 위치에서 분발해서 한국 축구에 좋은 도움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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