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AS 로마가 스리백을 가동하기 시작한 이후 시즌 마지막 8경기에서 7승 1무 무패 행진을 달리면서 전술 변화 효과를 톡톡히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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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가 유벤투스와의 2019/20 시즌 세리에A 최종전에서 3-1 역전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로마는 비록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 마지노선인 4위 진입에는 실패했으나 마지막 8경기에서 7승 1무 무패라는 호성적을 올리면서 세리에A 시즌 마무리를 성공적으로 지었다. 8경기 성적만 놓고 보면 세리에A 전체 1위(2위는 AC 밀란 6승 2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로마이다.

세리에A 마지막 8경기 성적(그래프 캡처: Whoscored)
로마가 마지막 8경기에서 무패 행진을 달린 데에는 전술 변화가 주효했다. 이번 시즌 파울루 폰세카 감독이 새로 부임한 로마는 우디네세와의 29라운드까지만 하더라도 5라운드 아탈란타전을 제외하면 줄곧 4-2-3-1 포메이션을 고집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침이 심한 모습을 보이면서 좀처럼 상위권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특히 로마는 28라운드 AC 밀란전과 29라운드 우디네세전에 연달아 0-2 완패를 당한 데 이어 30라운드 나폴리전에서도 1-2로 패하며 3연패의 부진에 빠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로마는 나폴리전에서 30분경, 핵심 수비수 크리스 스몰링이 부상을 당해 3경기에 결장하는 악재가 발생했다. 이에 폰세카 감독은 울며 겨자먹기 형태로 중앙 수비수 3명을 세우는 3-4-2-1 포메이션을 가동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변화는 주효했다. 이를 기점으로 로마는 7승 1무 무패 행진을 달리면서 막판 경이적인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유일한 1무는 로마와 마찬가지로 마지막 8경기에서 무패를 기록한 인테르(5승 3무)와의 경기였다. 그 외 파르마와 브레시아, 엘라스 베로나, SPAL, 피오렌리나, 토리노, 그리고 세리에A 9시즌 연속 우승에 빛나는 유벤투스까지 차례대로 꺾으며 파죽지세를 달린 로마였다.
로마가 마지막 8경기에서 선발로 활용한 선수들의 면면은 출전 시간 순서대로 대입하면 아래와 같다. 에딘 제코가 최전방 원톱 역할을 수행했고, 로렌초 펠레그리니와 헨리크 미키타리얀이 이선에서 공격 지원에 나섰다. 아마두 디아와라와 조르당 베레투가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용어)를 형성했고, 레오나르도 스피나촐라와 브루누 페레스가 좌우 측면을 책임졌다. 호제르 이바녜스를 중심으로 알레산다르 콜라로프와 잔루카 만치니가 스리백을 구축했다.
로마 스리백 변화의 효과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스리백으로 전환하자 로마의 수비가 안정세를 찾기 시작했다. 실제 로마는 30라운드까지 무려 42골을 상대에게 내주면서 경기당 1.4골을 실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스리백으로 전환한 이후 8경기에서 단 9골을 허용하면서 경기당 실점이 1.1골로 줄어들었다. 무엇보다도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아탈란타에서 영입한 만치니가 전 소속팀에서 줄곧 뛰었던 스리백에서 한층 더 안정적인 수비를 펼치면서 로마 수비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https://www.buildlineup.com/둘째, 로마의 고질적인 약점인 오른쪽 측면 수비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었다. 원래 로마의 주전 오른쪽 측면 수비수는 이번 시즌 시작 시점만 하더라도 신임 주장에 임명됐던 알레산드로 플로렌치였다. 플로렌치는 위대했던 선배들인 프란체스코 토티와 다니엘레 데 로시의 계보를 잇는 로마 유스 출신 선수였다. 하지만 그는 폰세카 감독의 신뢰를 받지 못하면서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발렌시아로 임대를 떠나야 했다.
플로렌치의 백업으로는 다비데 산톤과 첼시에서 임대로 영입한 다비데 자파코스타가 있었으나 산톤은 크게 특징이 없었고, 자파코스타는 개막전만 뛴 후 장기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나있었다. 이로 인해 스피나촐라가 전반기에 주로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뛰어야 했다.
이에 폰세카 감독은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상 파울루 임대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브루누를 주전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활용했다. 문제는 브루누는 수비에 고질적인 약점이 있었다는 데에 있다. 하지만 스리백으로 전환하자 브루누의 수비 부담은 줄어들었고, 공격력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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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스리백 전환과 함께 스피나촐라와 기존 로마 베테랑 왼쪽 측면 수비수 콜라로프의 역할 분담 및 공존이 가능해졌다. 콜라로프는 2017년 여름, 로마에 입단한 이래로 줄곧 주전 선수로 맹활약을 펼쳤으나 어느덧 30대 중반(만 34세)에 접어들면서 스피드 저하는 물론 예전만한 운동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폰세카는 스리백 전환과 함께 콜라로프를 스리백의 왼쪽 중앙 수비수로 활용하면서 스피나촐라를 왼쪽 윙백 주전으로 고정시켰다. 이 역시 주효했다. 콜라로프의 스피드는 센터백에선 여전히 경쟁력이 있었다. 게다가 강점인 왼발 킥을 바탕으로 후방 빌드업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스피나촐라 역시 오른쪽 측면 수비수인 브루누와 마찬가지로 수비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공격력이 좋은 측면 수비수이기에 윙백에 더 어울리는 선수였다.
좌우 윙백들이 수비 부담을 덜은 채 적극적으로 측면 공격을 지원해주자 이선에 위치한 펠레그리니와 미키타리얀도 한층 더 수월하게 공격을 진행할 수 있었고, 백업인 디에고 페로티와 카를레스 페레스도 파괴력을 더할 수 있었다. 백업 공격수인 니콜라 칼리니치 역시 전반기 부진을 씻고 전반기 마지막 8경기 중 4경기에 선발 출전해 3골을 넣으며 30대 중반(만 34세)의 베테랑 공격수 제코의 부담을 줄여주었다.
게다가 십자인대 부상에서 돌아온 로마가 애지중지 키우는 '신성' 니콜로 차니올로는 부상 방지 차원에서 짧은 출전 시간 만을 부여받았음에도 2골 1도움을 올리면서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여주었다. 자연스럽게 로마의 팀득점은 30라운드까지 54골로 경기당 1.8득점이었으나 이후 8경기에서 23골로 경기당 2.9득점까지 치솟았다.
물론 전술 변화와 함께 전술적으로 피해를 본 선수들도 있기 마련이다. 특히 젱키스 윈데르와 저스틴 클루이베르트 같은 유망한 측면 공격수들이 설 자리가 사라졌다. 미키타리얀과 펠레그리니, 그리고 차니올로는 모두 측면에서도 설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공격형 미드필더 성향이 강한 선수들이기에 3-4-2-1 포메이션에서 하프 스페이스를 효과적으로 공략하면서 한층 빛을 발하고 있다. 반면 전문 측면 공격수들은 포메이션 변화에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윈데르와 클루이베르트는 모두 이적설에 이름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제 로마는 세비야와 유로파 리그 16강전을 앞두고 있다. 만약 세리에A에서의 마지막 8경기 기세를 살려 유로파 리그에서 우승한다면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 획득도 가능하다. 다만 로마에게 악재가 있다면 핵심 수비수 스몰링이 원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임대 복귀했다는 데에 있다. 스리백으로의 변화 자체가 스몰링 부상을 시작으로 이루어진 것이었기에 그 없이도 로마는 첫 4경기에서 준수한 수비력을 보여주긴 했다. 하지만 스몰링이 부상에서 돌아오자 폰세카 감독은 마지막 4경기에 모두 그를 선발 출전시키면서 풀타임을 뛰게 했을 정도로 그에 대한 높은 신뢰를 보여주었다. 즉 유로파 리그에서 성과를 올리기 위해선 스몰링 없이도 수비에서의 안정감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