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서호정 기자 = FC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2019시즌 전망을 밝힐 때마다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는 선수 보강과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현실을 인정하면서 “올해는 우리가 쫓아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없는 살림이라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최용수 감독의 선택은 가진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황현수, 박동진이다. 그리고 두 선수는 개막전 완승의 주연과 조연 역할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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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개막전에서 전반에 터진 황현수의 연속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공격적인 스리백 활용, 박주영의 조율, 새 외국인 선수 알리바예프와 주장 고요한의 종횡무진이 빛났지만 더 눈에 든 것은 기존 선수의 새로운 활용이었다.
2골을 터트린 황현수는 숨어 있던 득점 감각을 뽐냈다. 학창 시절 공격수를 보다 수비수로 전향한 그는 찬스에서 특유의 킬러 본능을 뽐냈다. 특히 두번째 득점 장면에서의 예리한 슛 감각은 공격수 같았다.
사실 황현수는 2018시즌 팀의 추락 이상으로 힘든 개인 시즌을 보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축구 인생의 꽃을 피우는가 싶었지만 오히려 전력에서 제외됐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게으르고, 남 탓을 한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어떻게든 바뀌어야 된다는 생각에 자세를 바꿨다”라고 말했다.
동계훈련 때도 주전은 아니었지만 황현수의 최선을 다 하는 자세를 최용수 감독이 눈여겨봤다. 오스마르와 김남춘, 그리고 대형 신인 김주성의 부상으로 스리백 구성에 애를 먹자 과감히 황현수를 발탁했다. 결국 황현수는 적극적인 수비, 그리고 공격 가담으로 승리의 주연이 됐다.
최용수 감독은 “1골 넣은 줄 알았는데 2골 넣었다고 하더라. 감독 자격이 없는 것 같다”라고 웃으면서도 “감각이 있다. 현수가 하나 해 줄 거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2017시즌 3골을 넣었지만 멀티골은 처음인 황현수는 “골이 들어가고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해트트릭 생각은 없었다. 팀이 승리를 가져와 기쁘다”라고 말했다.
박동진은 정반대 경우다. 지난 시즌 광주FC에서 서울로 이적한 그는 전천후 수비수로서 이름을 알렸다. 지난 시즌에도 측면 수비수를 봤다. 하지만 동계훈련에서 최용수 감독은 공격수 변신을 주문했다. 처음엔 공격수가 부족해 훈련 때 파트너로 세웠는데 특유의 저돌성가 적극성에서 희망을 찾았다.
페시치 영입 전까지 박주영 외에는 공격 자원이 부족했던 최용수 감독은 박동진을 본격적으로 스트라이커로 보게 만들었다. 경기 전 그는 “가진 것만 보여주면 된다. 바람잡이 역할이다. 동료들이 움직일 공간을 만들어주면 된다. 심플하게 하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후반 21분 조영욱과 교체돼 나오기 전까지 박동진은 최용수 감독의 미션을 잘 수행했다. 그의 적극성 때문에 포항 수비진이 뒤로 쳐졌다. 자유를 얻은 박주영은 다양한 플레이로 공격의 실마리를 잡아갔고, 물러난 수비로 인한 공간을 고요한과 알리바예프가 공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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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종료 직전에는 절묘한 칩슛으로 골대를 맞춰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공을 잡았는데 그냥 슛을 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칩슛을 한 것. 박동진은 “쉽게 해야 하는데 생각이 많았다”라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고요한은 “선수들과 감독님 모두 전반이 끝나고 빵 터졌다. 모두가 예상 못한 시도였다”라며 웃음을 지었다.
황현수와 박동진의 성공적인 활용에도 최용수 감독은 채찍질을 잊지 않았다. 그는 “이제 부상 중인 다른 선수들도 긴장해야 한다. 물론 오늘 잘한 선수들도 이 한 경기로 다 끝난 게 아니다. 우리는 팀원 모두가 경쟁하고, 공격과 수비를 위해 뛰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