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ot Upamecano & Julian NagelsmannGetty Images

'속도와 압박에 변칙 가미' 라이프치히, 토트넘 완파하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RB 라이프치히가 한 단계 완성된 전술적인 완성도를 자랑하면서 토트넘을 3-0으로 완파했다.

라이프치히가 레드 불 아레나 홈에서 열린 토트넘과의 2019/20 시즌 UEFA 챔피언스 리그 16강 2차전에서 3-0 완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라이프치히는 토트넘 원정 1-0 승리에 이어 2전 전승으로 구단 역사상 최초 챔피언스 리그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독일 구단으로는 7번째 챔피언스 리그 8강 진출이다.

결과는 물론 내용 면에서도 라이프치히가 압도했다. 슈팅 숫자에선 13대6으로 2배 이상 많았고, 코너킥에서도 6대3으로 크게 앞섰다. 특히 차이가 두드러진 건 태클 숫자와 공중볼에 있었다. 라이프치히는 태클에서 32대9로 압도했고, 공중볼 획득에서도 21대7로 정확하게 3배가 더 많았다.

라이프치히는 시종일관 달리는 축구로 토트넘을 공략해 나갔다. 게다가 토트넘이 소유권을 획득하면 지체없는 태클로 다시 소유권을 가져왔고, 곧바로 역습으로 나섰다. 무엇보다도 라이프치히는 많은 스위칭 플레이를 이루면서 변칙적인 움직임과 빠른 공수 전환 속도(트랜지션), 그리고 좌우로 길게 길게 전환하는 패스로 공격을 풀어나갔다. 토트넘 입장에선 막기 힘들 수 밖에 없었다.

이 경기에서 라이프치히는 3-4-2-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파트릭 쉬크가 최전방 원톱에 섰고, 티모 베르너와 크리스토프 은쿤쿠가 아래에 포진했다. 앙헬리뇨와 노르디 무키엘레가 좌우 측면을 책임졌고, 마르첼 자비처와 콘라드 라이머가 중앙 미드필더로 나섰으며, 다요트 우파메카노를 중심으로 마르첼 할슈텐베르크와 루카스 클로스터만이 좌우에 서면서 스리백을 형성했다.

Leipzig Starting vs Tottenhamhttps://www.buildlineup.com/

일단 선수 구성부터 라이프치히는 변칙적이다. 통상적으로 스리백은 3명의 중앙 수비수를 배치한다. 하지만 라이프치히는 중앙의 우파메카노를 제외하면 측면 수비수인 할슈텐베르크와 클로스터만이 스리백을 맡는다. 중앙 미드필더에 서는 자비처는 원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와 측면 미드필더를 담당하는 공격적인 선수이다. 즉 전문 중앙 수비수 한 명과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라이머) 만이 척추 라인을 형성하는 다소 리스크가 있는 포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라이머는 중앙 미드필더지만 자주 측면 수비수 역할을 수행한 전례가 있다. 반면 무키엘레는 중앙 수비수도 소화할 수 있는 측면 수비수이다. 베르너와 쉬크는 최전방과 측면을 오가는 선수이고, 은쿤쿠는 측면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는 선수이다. 앙헬리뇨와 우파메카노 빼면 모두 멀티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선수들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이런 특성 때문인지 라이프치히 선수들은 시도 때도 없이 스위칭 플레이를 펼쳐나갔다. 다만 여기에는 분명한 시스템적인 움직임과 패턴이 있었다. 베르너는 좌우 측면으로 넓게넓게 스위칭하면서 기회만 생기면 장기인 빠른 스피드로 토트넘 수비 뒷공간을 파고 들면서 공격에 나섰고, 쉬크는 그 아래에서 연계플레이에 주력했다. 자비처가 사실상 공격수처럼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다면 은쿤쿠는 자주 미드필더 라인까지 내려와서 패스 공급해 주력했다. 라이머는 공격 시 자주 오른쪽 측면으로 빠져서 패스를 공급했고, 여기에 맞춰서 무키엘레가 중앙 커버에 나섰다.

심지어 중앙 수비수인 우파메카노조차도 간헐적으로나마 드리블로 공격에 가세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그는 83분경 드리블로 수비 2명을 제치고선 공격을 하는 장관은 연출해 홈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오직 앙헬리뇨만이 왼쪽 측면을 밟고 다니면서 양질의 크로스를 올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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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골도 터져나왔다. 먼저 10분경, 오른쪽 측면으로 빠져나간 라이머의 드리블 돌파에 이은 컷백(대각선 뒤로 내주는 패스) 패스를 베르너가 슈팅으로 가져간 게 토트넘 수비수 에릭 다이어 맞고 나오자 다시 베르너가 잡아서 패스를 내주었고, 이를 자비처가 강력한 논스톱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이어서 18분경, 라이머가 측면으로 빠지면서 대신 중앙으로 들어온 무키엘레가 왼쪽 측면으로 패스를 내준 걸 앙헬리뇨가 땅볼 크로스로 연결했고, 이를 베르너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넣었으나 이는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오면서 득점이 무산되고 말았다.

하지만 다시 3분 뒤(21분), 오른쪽 측면에 서있던 라이머가 길게 반대편으로 롱패스를 넘겨준 걸 토트넘 오른쪽 측면 수비수 세르지 오리에가 헤딩으로 걷어낸다는 게 머리 뒷부분에 맞고 뒤로 흐르자 이를 받은 앙헬리뇨가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골문 앞까지 쇄도해 들어온 자비처가 헤딩 슈팅으로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전반 종료 직전엔 무키엘레가 중앙으로 드리블을 치고 가다가 측면으로 패스를 내준 걸 베르너가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무키엘레가 오버헤드킥으로 가져간 게 빗맞으면서 바로 앞에 떨어진 걸 토트넘 수비가 걷어낸다는 게 쉬크 다리 맞고 골로 연결되는 듯싶었으나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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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에도 라이프치히의 공격 방식에는 변화가 없었다. 후반 11분경, 무키엘레가 부상으로 빠지자 원래 수비형 미드필더가 메인 포지션인 타일러 아담스가 대신 오른쪽 측면을 맡았다. 당연히 그 역시 무키엘레처럼 라이머가 측면으로 빠질 때면 중앙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어서 후반 14분경엔 은쿤쿠 대신 정통파 중앙 미드필더 아마두 아이다라를 교체 출전시켰다. 일정 부분 굳히기에 나섰다고 할 수 있겠다.

라이프치히의 마지막 교체 카드는 에밀 포르스베리였다. 그는 경기 종료 3분을 남기고 자비처 대신 교체 출전했다. 그는 투입되자마자 27초 만에 골을 넣으며 3-0 대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는 챔피언스 리그 역대 최단 시간 교체 골 3위에 해당한다.

라이프치히의 마지막 골 역시 전형적인 라이프치히 스타일의 골이었다. 아이다라가 측면으로 패스를 내준 걸 베르너가 치고 가다가 패스를 찔러주었고, 앙헬리뇨가 크로스로 연결한 게 토트넘 미드필더 해리 윙크스와 다이어 맞고 흘러나왔다. 어느새 페널티 박스 중앙까지 침투해 들어온 오른쪽 윙백 아담스가 루즈볼을 논스톱 슈팅으로 가져간 게 토트넘 수비 맞고 흘러나온 걸 포르스베리가 리바운드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라이프치히는 2016/17 시즌 분데스리가 2위를 차지하면서 승격팀 돌풍을 일으킨 이래로 지난 시즌까지 주로 4-2-2-2- 포메이션에 기반한 강도 높은 압박과 속공으로 상대를 공략해 나갔다. 다만 이로 인해 공격 폭이 다소 좁고 단조롭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천재'로 불리는 율리안 나겔스만의 지도 하에서 라이프치히는 한층 더 다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술도 상대에 따라 3-4-2-1과 3-4-1-2, 4-2-2-2, 3-1-4-2로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선수 개개인의 특징을 극대화하는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크로스는 뛰어나지만 수비력이 떨어져서 중용받지 못했던 앙헬리뇨가 나겔스만 체제에서 측면의 지배자로 거듭나고 있는 부분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이로 인해 호펜하임 시절 나겔스만 밑에서 대박을 친 선수들 중 이적하고 나서 잘 된 선수를 찾기 드문 편에 속한다. 이는 이들이 나겔스만 밑에서 시스템 축구를 하면서도 본인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축구를 구사했었기에 다른 구단에선 이러한 특징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다는 데에 기인하고 있다.

분명한 건 라이프치히 전술의 골자는 공격 숫자를 최대한 확보하면서 스위칭과 스피드를 살려 빠르게 공격을 마무리하고, 소유권을 상대에게 내줄 때면 곧바로 전방에서부터 가차없는 태클을 감행하면서 지연에 나선다는 데에 있다.

이렇듯 라이프치히는 나겔스만 하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챔피언스 리그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나겔스만 역시 만 32세 231일의 나이로 챔피언스 리그 역사상 최연소 8강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이미 나겔스만은 최연소 분데스리가 정식 감독(만 28세)부터 시작해 역대 최연소 독일 올해의 감독상(만 29세), 역대 최연소 챔피언스 리그 본선 감독(만 31세), 그리고 역대 최연소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 진출(만 32세 4개월 4일)에 이르기까지 역대 최연소라는 타이틀을 하나 둘씩 깨나가고 있다. 괜히 그가 천재로 불리는 게 아니다. 그와 라이프치히의 행보 하나하나가 곧 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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