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선수들 평균 위치 vs 잉글랜드OPTA

성장한 루카쿠, 벨기에 공격의 중심으로 떠오르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벨기에 간판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가 등지는 플레이에 있어 한 단계 더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잉글랜드전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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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가 루뱅에 위치한 덴 드레프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2020/21 UEFA 네이션스 리그 A시드 2조 5차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이와 함께 벨기에는 4승 1패 승점 12점으로 조 1위를 질주하면서 본선 진출에 유력해졌다. 이제 벨기에는 덴마크(3승 1무 1패 승점 10점)와의 홈 최종전에서 무승부만 거두더라도 본선에 오른다. 반면 잉글랜드는 벨기에전 패배로 2승 1무 2패 승점 7점에 그치면서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네이션스 리그는 각 조 1위만 본선 진출 자격이 주어진다).

벨기에는 평소처럼 3-4-2-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루카쿠가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고, 드리스 메르텐스와 케빈 데 브라이너가 이선 공격형 미드필더에 포진하면서 공격 지원에 나섰다. 토르강 아자르와 토마스 뫼니에가 좌우 측면을 책임졌고, 악셀 비첼과 유리 틸레망이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용어)를 형성했다. 제이슨 디나이어를 중심으로 얀 베르통언과 토비 알더베이렐트가 좌우에 서면서 스리백을 구축했다. 골문은 언제나처럼 티보 쿠르투아 골키퍼가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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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선발 라인업 vs 잉글랜드https://www.buildlineup.com/

이 경기에서 승리가 더 절실했던 팀은 잉글랜드였다. 벨기에는 잉글랜드전에 무승부만 거두더라도 덴마크와의 최종전에서 패하지만 않는다면 본선 진출이 가능했다(덴마크와의 1차전에서 2-0으로 승리했기에 승자승에서 벨기에가 앞서있다). 반면 잉글랜드는 이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본선 진출이 불가능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잉글랜드가 벨기에 원정임에도 더 공격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실제 슈팅 숫자에서 잉글랜드가 16대8로 벨기에보다 정확하게 두 배 더 많았다. 코너킥에서도 5대1로 크게 앞선 잉글랜드였다. 하지만 벨기에는 효과적인 역습을 통해 공격적으로 나서는 잉글랜드의 배후를 공략해 나갔다. 

벨기에 역습의 첨병에는 바로 루카쿠가 있었다. 벨기에는 루카쿠 외의 다른 선수들은 최대한 전진을 자제했다. 이는 벨기에 선수들의 잉글랜드전 평균 위치를 보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하단 그래프 참조). 데 브라이너가 역습 상황에서 정교한 패스를 공급해주면 루카쿠가 스피드를 살려 상대의 배후를 공략하거나 상대 수비를 등진 채 볼을 지키면서 동료 선수들이 공격에 가담할 시간을 끌어주었다.

벨기에 선수들 평균 위치 vs 잉글랜드OPTA

이 과정에서 벨기에의 선제골이 터져나왔다. 전반 9분경, 잉글랜드 수비수 에릭 다이어를 등진 상태에서 메르텐스의 패스를 받은 루카쿠가 키핑을 통해 상대 선수 3명을 유인하고선 패스를 내주었다. 이를 틸레망이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이어서 루카쿠는 11분경, 코너킥 수비 과정에서 잉글랜드 간판 공격수 해리 케인의 헤딩 슈팅을 골 라인 바로 앞에서 헤딩으로 걷어냈다. 케인의 헤딩 슈팅은 쿠르투아 골키퍼를 지나친 상태였기에 사실상 한 골을 막아낸 것과 다름 없는 결정적인 방어였다.

벨기에는 22분경, 메르텐스가 프리킥으로 골을 추가하면서 승기를 잡아나갔다. 이후엔 한층 더 일방적인 잉글랜드의 공세 속에서 경기가 전개됐다. 하지만 루카쿠가 지속적으로 잉글랜드의 배후를 공략하면서 위협을 가했다. 벨기에의 최전방에 루카쿠가 버티고 있기에 수비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던 잉글랜드였다.

특히 후반전 벨기에의 모든 공격 과정에는 루카쿠가 있었다. 먼저 후반 2분경, 루카쿠가 몰고 가다가 패스를 준 걸 데 브라이너가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골대를 벗어났다. 이어서 후반 31분경, 데 브라이너의 패스를 루카쿠가 원터치 패스로 밀어주었고, 메르텐스의 리턴 패스를 논스톱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다시 후반 40분경, 역습 과정에서 데 브라이너가 측면으로 내준 패스를 받은 루카쿠가 중앙으로 접고 슈팅을 시도한 게 상대 수비 맞고 굴절된 걸 비첼이 논스톱 슈팅으로 가져간 게 골대를 넘어갔다. 마지막으로 추가 시간에 역습 과정에서 틸레망의 환상적인 롱패스를 받은 루카쿠가 드리블로 중앙으로 치고 가다가 수비 한 명을 앞에 둔 상태에서 헛다리 짚기에 이은 왼발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살짝 빗나가면서 아쉽게 골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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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기에서 루카쿠는 벨기에 선수들 중 가장 많은 3회의 슈팅과 2회의 키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를 기록했다. 게다가 최전방 공격수로는 상당히 높은 89.5%의 패스 성공률을 자랑하면서 역습 상황에서의 연계 플레이에서도 높은 영향력이 행사했다. 벨기에의 총 슈팅 8회 중 6회가 루카쿠를 거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원톱 공격수의 모범 답안을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래 루카쿠는 191cm의 큰 키와 100kg에 가까운 당당한 신체 조건에도 등지는 플레이와 몸싸움에 다소 약점을 드러내면서 축복받은 몸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따랐다. 하지만 그는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가담하고 키핑을 해내면서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힘입어 세리에A 23골 포함 공식 대회에서 34골을 넣으면서 유럽 5대 리그 선수들 중 최다 득점 공동 4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루카쿠이다.

벨기에는 에이스 에당 아자르가 잦은 부상과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부진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아자르가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한다면 역습 시 드리블 옵션이 하나 사라지게 되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루카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진다. 이를 인지해서일까? 루카쿠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A매치 13경기에 출전해 15골 4도움을 올리는 괴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제 벨기에 공격의 중심을 잡고 있는 건 루카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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