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겪는 황인범 "내가 선택한 길, 이겨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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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ve Han
해외에서 맞은 첫 시즌에 황인범이 직면한 과제 '소속팀의 부진, 지친 몸' [한만성의 주간 MLS]

▲황인범, 15개월째 휴식이 없다
▲작년 3월부터 무려 68경기 출전
▲"흥민이형도 있는데…핑계 안 댄다"

[골닷컴, 미국 LA] 한만성 기자 = 68경기. 이는 어느덧 15개월째 쉼 없이 달린 황인범(22)이 작년 3월부터 최근까지 소화한 경기수다.

살인적인 일정의 출발점이 된 작년 3월만 해도 황인범이 이와 같은 강행군을 소화하게 될지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당시 황인범은 비교적 어린 만 21세 나이에 군입대를 택하며 K리그2 소속 아산 무궁화에 입단했다. 그러나 그는 작년 8월 열린 2019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김학범 감독이 이끈 23세 이하 대표팀 주전 미드필더로 맹활약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고 조기 전역의 혜택을 누렸다. 황인범은 아시안게임 직후 원소속팀 대전 시티즌으로 복귀하기도 전에 자신을 눈여겨본 파울루 벤투 감독의 호출을 받고 9월 초 성인 대표팀에 합류해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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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황인범은 어린 시절부터 유럽 구단들의 관심을 받은 유망주였다. 그러나 작년 여름 그가 순식간에 국내 2부 리그 군경팀 소속 선수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성인 국가대표로 성장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는 연이어 A대표팀 주장직을 맡은 구자철, 기성용이 은퇴를 앞둔 작년 하반기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은 후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황인범은 10월 파나마전에서는 데뷔골까지 터뜨렸고, 1월 UAE 아시안컵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한 후 유럽 진출의 기회도 있었으나 구단간 이적료 협상이 결렬되며 끝내 북미프로축구 MLS 구단 밴쿠버 화이트캡스로 이적했다.

황인범이 밴쿠버행이 확정된 후 줄곧 MLS는 도전의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점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지난 5월 미국 뉴저지주 해리슨에서 '골닷컴 코리아'와 만난 자리에서도 당장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먼 미래를 보고 팀이 갈수록 강해질 수 있게 초석을 다지는 게 자신의 책임이라고 밝히면서도 "1~2년 후에는 내가 여기에 있든, 다른 곳에 있든 지금은 그렇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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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많은 이들은 황인범의 MLS 진출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베르더 브레멘, 함부르크 SV 등 전통을 자랑하는 독일 분데스리가 구단이 황인범을 노린 데다 실질적으로 영입 제안까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결국 그가 유럽 무대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리그로 평가받는 MLS로 가게 되자 팬들의 불만이 빗발쳤다. 게다가 밴쿠버는 1부 리그 팀 사령탑을 처음 맡게 된 마크 도스 산토스 신임 감독 체제로 리빌딩에 돌입한 팀이다. 실제로 밴쿠버는 2019년 시즌을 앞두고 기존 선수 21명을 내보내고 19명을 새롭게 영입하는 대대적인 선수단 물갈이를 감행한 팀이다.

# 기대 이하의 팀 전력, 그러나 황인범은 "내가 선택한 길"

혹자는 황인범이 유럽 구단이 아닌 자신을 고액 연봉자를 뜻하는 영DP(Designated Player, 지정 선수)로 영입한 밴쿠버로 이적한 점을 두고 "도전이 아닌 돈"을 택했다는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MLS 선수노조 자료에 따르면 황인범의 올해 연봉은 최대 65만5000달러(약 7억6897만 원)로 캐나다의 높은 세율을 고려하면 K리그1 고액 연봉자와 비교해도 차이가 없다.

'골닷컴 코리아'는 지난 7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뱅크 오브 캘리포니아 스타디움에서 황인범과 만났다. 하필 밴쿠버는 이날 올 시즌 MLS에서 단연 선두 자리를 질주하고 있는 LAFC에 1-6 참패를 당했다. 황인범은 올 시즌 MLS에서 90분당 평균 득점 기회 창출 횟수가 1.9회로 팀 내 1위를 달리고 있다. 황인범을 제외한 나머지 밴쿠버 선수들의 기회 창출 횟수는 모두 1회 미만이다. 팀의 전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북미 지역 특성상 이동 거리가 멀다는 점도 황인범에게는 부담이다. 그러나 황인범은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며 핑계를 대지 않겠다고 말했다.

"프로 데뷔전에서 제주에 0-5로 진 적이 있긴 했다. 그런데 그때와 비교하면 이번에는 다른 느낌이다. 그때는 시작하는 단계였고, 지금은 프로 선수로서 자리를 잡은 상태다. 내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요즘은 체력도 체력이지만, 마음까지 회복해야 하는 상황이 항상 있다. 참 힘든 상황이다. 다만, 어차피 1-0으로 지든 6-1, 7-0, 10-0으로 지든 승점 3점을 잃는 건 똑같다. 이제 또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밖에 없는 게 프로 선수의 삶이다. 다시는 이런 경기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누구보다 나부터 준비를 잘해야 한다. 몇 분을 뛰더라도 항상 이 팀을 위해서 희생하고 헌신할 것이다."

밴쿠버의 포르투갈 출신 수장 도스 산토스 감독은 팀 성적과는 별개로 체계적인 선수단 관리와 훈련 방식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지도자다. 과거 첼시, 포르투 등에서 분석 업무를 맡은 경험이 있는 그는 밴쿠버에서도 드론을 띄워 훈련을 촬영한 후 분석하는 등 팀의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도스 산토스 감독은 지금 팀이 리빌딩 작업을 진행 중인 점을 강조하며 "과정을 믿고 인내해야 한다"고 재차 밝혔다. 이는 약 1~2년 후 유럽 진출을 꿈꾸는 황인범에게는 아쉬움으로 다가올 만한 발언이다. 그러나 그는 체력적인 어려움이 핑계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을 확고히 했다.

"당연히 참 힘든 부분이다. 팀이 더 좋은 경기를 하면서 이기기까지 한다면 몸도 덜 힘들고, 회복도 더 빠른 느낌이 분명히 있다. 지금 우리 팀은 이기는 경기보다는 비기거나 지는 경기가 많다. 그래서 회복을 하는 데 있어서도 더 힘든 부분도 있다. 지면서 배우는 것도 경험이라는 말도 있지만, 선수로서는 그렇게 안 할 수 있다면 안 하는 게 당연히 낫다. 그래도 이런 경험에 대해서도 결국에는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야만 먼 미래를 그릴 수 있다. 최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밴쿠버 이적은 내가 선택한 일이다. 계속되는 비행, 먼 이동 거리 같은 게 어렵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아직 황인범과 밴쿠버의 올 시즌 꿈은 살아 있다. 밴쿠버는 MLS 플레이오프 진출과 캐내디언 챔피언십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MLS 서부지구 11위 밴쿠버는 정규시즌 14경기를 남겨둔 현재 플레이오프 진출권이 주어지는 마지노선인 7위 팀 휴스턴 다이나모를 승점 7점 차로 추격 중이다. 또한, 밴쿠버는 현재 3라운드에 올라 있는 컵대회 캐내디언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면 다음 시즌 북중미축구연맹(CONCACAF)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획득할 수 있다. 밴쿠버는 11일 황인범을 비롯해 주전 선수를 대거 제외한 캘버리와의 3라운드 1차전 원정 경기에서 0-0으로 비겼지만, 주전급 선수들의 출전이 예상되는 오는 25일 2차전 홈 경기에서는 객관적인 전력상 우위를 점할 전망이다.

"처음 밴쿠버에 올 때, 마크(도스 산토스) 감독님과 문자를 통해 얘기한 게 있다. 이 팀의 목표가 뭐냐고 여쭤봤다. 감독님은 MLS 플레이오프 진출, 컵대회에서 우승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늘 선수들에게 상기시켜주신 부분이다. 다시 회복을 잘해서 컵대회에서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 자존심을 걸고 이겨야 한다."

# "체력적인 부담? 흥민이형 생각하면..."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황인범은 지난 약 15개월간 무려 68경기를 소화한 자신의 체력적인 부담도 결국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해당 기간 황인범만큼 많은 경기를 소화한 국내 선수는 손흥민(동일 기간 87경기 출전) 정도가 유일하다. 황인범은 직접 A대표팀 선배 손흥민(27)을 언급하며 현재 자신이 느끼는 체력적인 문제도 핑계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물론 MLS에 와서 겪어 보니 사실 정말 많이, 생각보다 더 많이 힘들다. 사실 감독님과 피지컬 코치님이 최근 말씀해주시기 전까지는 내가 작년 3월부터 몇 경기를 뛰었는지도 몰랐다. 한 50경기 정도 뛰지 않았을까 싶었다. 생각해 보니 나는 대표팀, 소속팀 경기를 다 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지금이 힘들어도 선수로서는 참 행복한 시간이다. 이 경험을 토대로 어떻게 하면 관리를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한국에 있었을 때보다 더 많이 신경 쓰고, 회복에만 집중해도 쉽지만은 않다. 정확히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몸을 더 생각하고, 더 아끼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뿐만이 아니라 유럽에 있는 선수들은 더 많은 경기에 뛴다. 특히 흥민이형은 내가 봐도 말도 안 되는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나도 흥민이형 같은 선수들,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무조건 매 경기 완벽하게 잘할 수는 없어도, 포퍼먼스가 크게 떨어지는 경기는 없게끔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많이 연구하고, 생각을 해야 한다."

황인범은 작년 A대표팀 데뷔했을 때만 해도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최근에는 대표팀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겹치며 경기력이 들쭉날쭉했던 탓에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소속팀 밴쿠버는 7~8월 내내 3~4일 간격으로 리그와 컵대회 경기를 병행한다. 9월에는 A대표팀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예선이 시작된다. 당연히 벤투 감독의 신뢰가 두터운 황인범이 차출될 가능성은 크다. 이후 10월에는 MLS 시즌이 종료되지만, 그가 소속팀의 비시즌 기간인 12월 국내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에 차출될 수도 있다. 그는 12월에도 대표팀에 차출되면 사실상 2년간 휴식 없이 달리게 된다.

그러나 황인범은 이마저도 자신이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벤치에만 앉아 있게 되더라도 대표팀에 합류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라도 헌신하고 싶다는 게 그의 마음이다.

"내가 보완해야 할 부분이 워낙 많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다. 채워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이 프리시즌이었다면 개인적인 부분, 대표팀을 위한 준비를 더 할 수 있지만, 리그를 계속 3~4일 간격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런 준비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9월부터는 월드컵 예선이 시작된다. 어느 포지션에서 뛰든, 몇 분을 뛰든, 경기를 안 뛰든, 대표팀은 늘 영광스러운 자리다. 불러주시는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오히려 대표팀 가는 게 여기서 원정 경기 왔다 갔다 하는 것보다 더 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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