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탄천종합운동장] 서호정 기자 = 성남FC를 새롭게 이끌게 된 김남일 신임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장에서 “이제 빠따(몽둥이)는 잊어주시길 바란다”는 부탁을 남겼다. 선수단 운영의 제1원칙을 신뢰와 소통이라고 말한 그는 “과거 철없던 시절의 얘기였다”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지난 23일 성남의 새 사령탑에 임명된 김남일 감독은 26일 오후 성남의 홈 구장인 탄천종합운동장 내 기자회견실에서 취재진을 만났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그는 “감독으로서 첫 발을 내딛는다. 부담감이 없지 않다. 경험 등에 대해 우려하시는 것은 결과를 통해 보여드리겠다. 시즌이 끝나고 평가받도록 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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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쑤 쑤닝, 대한민국 A대표팀, 전남 드래곤즈 코치를 거쳐 성남에서 감독으로서 첫 걸음을 시작하는 김남일 감독은 “내가 가진 강점을 바탕으로 해 소통하는 감독이 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빠따 발언’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2002 한일월드컵을 통해 전국민의 사랑을 받는 스타가 된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의 강점은 터프하면서도 안정된 수비와 전방으로 보내는 전진 패스였다. 그 이상으로 화끈한 입담도 늘 화제였다. 2002년 당시 김남일 어록이 인기를 끌었을 정도다.
지도자로 변신해서도 불쑥 나오는 그의 과격한(?) 입담은 화제였다. 2017년 7월 A대표팀 코치로 선임된 뒤 전임 감독 체제에서 와해된 대표팀 분위기에 대해 묻는 질문에 “마음 같아서는 빠따라도 치고 싶은데…”라고 답한 것이 대표적이다. 과거 김남일을 기억하는 이들은 “역시”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일각에서는 시대착오적인 발언이라며 애민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선수와 코치로서 그가 실제로 그런 문제를 일으킨 적은 한번도 없지만 괜한 오해를 살 뻔했다.
그런 경험 탓인지 이날 김남일 감독은 정제된 발언을 하려고 애썼다. 미리 준비해 온 코멘트들을 보면서 답하기도 했다. 소통에 강점이 있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발언에 자연스럽게 빠따 질문이 나오자 감독으로서는 미리 선을 긋는 모습이었다.
자신이 만들어가고자 하는 팀의 컨셉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남일 감독은 “올해 성남은 수비적인 측면에서 강했다. 공격적 부분도 잘 하도록 과감하고 용감한 플레이를 시도하겠다. 적극적이고 강인한 수비로 실점을 줄이며 결과를 내 가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수들이 즐길 수 있는 축구를 지향한다고도 얘기했다. 자신의 현역 시절처럼 단순하고 딱딱하며 정적인 축구보다, 경기장 위에서는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플레이를 하도록 운동장 안팎에서 선수들을 돕겠다고 했다.
성남 감독 취임 후 직면한 과제는 선수단 구성이다. 현재 성남은 FA(자유계약)로 풀린 선수 대부분을 잡지 못한 상황이다. 외국인 선수도 전원 교체 예정이다. 시즌 개막까지 남은 두 달여의 시간 동안 훈련을 통해 팀을 만들어가기 전 대대적인 스쿼드 교체부터 자신의 지향점에 맞게 진행해야 한다.
이적설이 많은 골키퍼 김동준에 대해서는 “나와 팀에 꼭 필요한 선수다. 이적은 절대 없다. 이미 개인 미팅을 갖고 뜻을 전했다”라고 못 박았다. 성남과 2년 계약이 남았지만 김동준은 골키퍼에 대한 수요가 높은 올 겨울이적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김남일 감독은 팀의 핵심인 만큼 김동준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이어서는 “외국인 스트라이커 영입이 1순위다. 홀딩 미드필더와 센터백도 보강하겠다”라고 말했다. 코칭스태프로는 2019시즌 김태완 감독을 도와 상주 상무의 돌풍을 견인한 정경호 코치가 수석코치로 합류하는 것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부임 첫 시즌에 젊고 역동적인 팀을 더욱 발전시켜 잔류가 아닌 파이널A(상위 그룹) 진출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힌 김남일 감독은 그를 위해서 “소통의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서로가 필요한 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팀 분위기부터 만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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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구단 감독이 된 만큼 과거의 카리스마 넘치고, 다가서기 어려웠던 모습을 지우고 자신이 먼저 팬들과 시민들에게 다가가겠다는 약속했다. 실제로 이날 김남일 감독은 기자회견 종료 후 기자회견장을 돌며 40여명의 취재진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로는 “프로는 결과로 말을 해야 한다. 성남 팬들이 자랑스러워 할 만한 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시민구단 감독으로서 지역민들과 함께 팀을 키워가도록 할 것이다. 이 팀이 어떻게 발전할 지 지켜봐주시고 응원, 격려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