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아스널이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이른 시간 주축 선수 두 명의 부상에 더해 교체 출전한 다비드 루이스의 연이은 실수로 0-3 대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아스널이 이티하드 스타디움 원정에서 열린 2019/20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28라운드(이 경기는 원래 3월 1일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맨시티가 해당 일에 애스턴 빌라와 리그 컵 결승전을 치렀기에 연기된 것이었다)에서 0-3으로 패했다. 이와 함께 아스널은 9승 13무 7패 승점 40점에 그치면서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 마지노선인 첼시(승점 48점)와의 승점 차를 줄이는 데 실패했다.
DAZN이 경기에서 아스널은 미켈 아르테타 감독 부임 후 줄곧 고수하던 4-2-3-1 포메이션이 아닌 4-3-2-1를 들고 나왔다. 공격형 미드필더(아르테타 체제에선 메수트 외질이 이 역할을 주로 맡았다)를 한 명 빼고 중앙 미드필더 1명(조 윌록)을 더 추가하면서 맨시티의 강점인 미드필더 라인을 저지하겠다는 포석이었다.
유스 출신 공격수 에디 은케티아가 최전방 원톱으로 나섰고, 주포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과 또 다른 유스 출신 측면 스페셜리스트 부카요 사카가 이선에서 공격 지원에 나섰다. 마테오 귀엥두지를 중심으로 그라니트 자카와 또다른 유스 출신 미드필더 조 윌록이 허리 라인을 구축했다. 키어런 티어니와 엑토르 벨레린이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고, 슈코드란 무스타피와 파블로 마리가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골문은 언제나처럼 베른트 레노 골키퍼가 지켰다.
https://www.buildlineup.com/하지만 아스널은 경기 초반부터 악재가 따랐다. 먼저 아르테타 체제에서 후방 빌드업의 키를 잡고 있는 핵심 미드필더 자카가 경기 시작 4분 만에 맨시티 미드필더 일카이 귄도간의 패스를 가로채는 과정에서 귀엥두지와 충돌하면서 발목 부상을 당해 이른 시간에 다니 세바요스로 교체됐다.
이어서 아스널은 20분경, 마리가 맨시티 오른쪽 측면 수비수 카일 워커의 오버래핑을 쫓아가는 과정에서 발목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베테랑 수비수 다비드 루이스가 마리를 대신해 투입됐다. 이른 부상으로 두 명의 선수가 교체되면서 원래 수립했던 전술적인 포석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한 아스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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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경기는 일방적인 맨시티의 공세 속에서 이루어졌다. 아스널은 20분경까지 슈팅 숫자에서 1대2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고, 점유율에서도 44대56으로 열세를 보이고 있었더라도 어느 정도 대응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리까지 교체되고 난 이후엔 점유율에서 30대70으로 크게 밀렸고, 슈팅 숫자에선 무려 2대18로 맨시티에게 압도 당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후반전엔 슈팅 1회에 그친 아스널이었다.
참고로 이 경기에서 아스널은 단 하나의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면서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일관했다. 아스널이 EPL 경기에서 유효 슈팅이 없었던 건 지금으로부터 34개월 전인 2017년 8월 27일에 열린 리버풀과의 경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리를 대신해 교체 출전한 루이스가 연달아 실수를 범하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나마 레노의 환상적인 선방쇼(레노는 첫 실점 이전까지 무려 5회의 슈팅을 선방하고 있었고, 이 경기 총 선방 횟수는 9회에 달했다) 속에서 아스널은 전반 종료 직전까지 0-0 무승부를 이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전반 정규 시간도 지나고 추가 시간 1분(45+1분)에 맨시티 에이스 케빈 데 브라위너의 패스를 걷어낸다는 게 무릎 맞고 뒤로 흘렀다. 이를 받은 맨시티 측면 공격수 라힘 스털링이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루이스의 실수 행진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후반 5분경, 또다른 맨시티 측면 공격수 리야드 마레즈의 침투 장면에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끄는 파울을 범했다. 이에 주심은 페널티 킥 선언과 동시에 완벽한 득점 찬스를 파울로 끊었다는 판단 하에서 퇴장까지 선언했다. 결국 아스널은 데 브라위너의 페널티 킥으로 추가 실점까지 허용하면서 루이스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부딪히는 악재가 발생했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루이스는 지난 시즌까지 첼시에서 3시즌 연속 EPL에서 페널티 킥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 아스널에 오자마자 벌써 4번째 페널티 킥을 상대에게 헌납하는 실수를 범했다. 당연히 이번 시즌 EPL 선수들 중 페널티 킥 허용에서 최다를 기록 중에 있다(루이스 외 9명의 선수들이 페널티 킥 2회를 허용하고 있다). 심지어 EPL 팀 기록으로 보더라도 무려 13개 팀이 4개 이하의 페널티 킥을 내주고 있다. 루이스 홀로 어지간한 EPL 팀들보다 더 많은 페널티 킥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찌감치 승기를 잡은 맨시티는 후반 20분경 마레즈와 베테랑 미드필더 다비드 실바를 빼고 베르나르드 실바와 유스 출신 미드필더 필 포덴을 투입하는 여유를 보였다. 이어서 후반 25분경엔 데 브라위너와 핵심 수비수 아이메릭 라포르테 대신 페르난지뉴와 로드리를 투입하면서 체력 안배에 나섰다.
여유있게 경기를 풀어나간 맨시티는 정규 시간이 지나고 추가 시간 1분경(90+1분), 스털링의 패스를 받은 베테랑 공격수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슈팅이 레노 골키퍼 다리를 스치고선 방향이 바뀌어서 골대 맞고 나온 걸 골문으로 쇄도해 들어오던 포덴이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추가하면서 3-0 대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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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널은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획득하기 위해선 EPL 4위 이내의 성적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맨시티전 대패로 EPL 4위 진입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게다가 아직 정밀진단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자카와 마리의 부상 기간이 길어진다면 잔여 시즌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기도 까다로워지게 된다.
당장 주말에 있을 브라이턴 호브 알비온과의 EPL 30라운드가 걱정이다. 아스널은 베테랑 수비수 소크라티스 파파스타토풀로스와 멀티 수비수 칼럼 체임버스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다. 장기 부상에서 돌아온 롭 홀딩은 아직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그는 아르테타 체제에서 EPL 경기는 첼시전 9분 출전이 전부이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여파로 교체 선수 숫자가 9명으로 늘어났음에도 벤치에 중앙 수비수는 루이스 한 명 밖에 넣지 못한 아스널이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마리가 부상을 당했고, 루이스가 퇴장을 당하면서 믿을 수 있는 전문 중앙 수비수는 무스타피 한 명만 남게 됐다. 브라이턴전에 홀딩이 무스타피 파트너로 선발 출전하고 벤치에는 2군팀에서 수비수를 승격시켜서 채워야 할 지경이다.
이에 루이스는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에서 "이번 패배는 전적으로 내 잘못이다. 팀의 잘못이 아니다. 감독은 대단했고, 우리 선수들을 10명이서 열심히 뛰었다"라고 자책했다. 하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이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