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 분석

설기현, 경남에 ‘유럽 시스템’을 심는 중

[골닷컴] 박병규 기자 = 유럽에서 10년 간 선수 생활을 한 경남FC 설기현 감독이 팀에 유럽 시스템을 이식시키고 있다. 정확하게는 ‘자율 속 강한 책임감’이다. 

설기현 감독은 올 시즌 경남의 지휘봉을 잡으며 프로 감독에 첫 데뷔했다. 성균관 대학교를 이끈 바 있지만 프로는 또 다르기에 모든 것이 새롭다. 신임 감독이기에 욕심도 많고 의욕도 넘치지만 권위를 내세우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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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젊은 감독’답게 과감한 변화로 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우선 훈련 방식이 크게 바뀌었다. 설기현 감독은 현역 시절 벨기에 앤트워프를 시작으로 안더레흐트, 잉글랜드 울버햄튼, 레딩, 풀럼 등에서 10여 년간 생활했다. 이미 유럽의 훈련 방식과 시스템, 사고방식에 익숙하다. 

감독이 되어서도 유럽식 시스템을 팀에 이식시켰다. 경남은 주로 오전 훈련을 진행하는데 길어야 2시간이다. 짧은 시간 안에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한 뒤 해산한다. 추가 훈련이나 웨이트 훈련이 필요한 선수들은 개인적으로 진행한다.  

단체 생활도 없다. 보통 훈련이 끝난 후 곧장 퇴근이기에 점심 식사도 자율이다. 클럽하우스에서 친한 동료들끼리 먹어도 되며, 근처 식당을 이용하거나 가정이 있으면 집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도 된다. 간혹 경기를 앞두고 오후 비디오 미팅이 있을 때에는 커피 타임까지 보장하며 넉넉한 휴식 시간을 준다. 이 외에도 훈련장 및 홈경기 당일 출, 퇴근은 모두 개인 차량을 이용한다. 클럽하우스에서 생활하는 선수들만 구단 버스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설기현 분석

설기현 감독은 원정 경기 이동 시 선수단의 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 선수들이 불편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대신 설기현 감독은 일부 코칭 스태프들과 개별로 이동한다. 자가용, 버스, 기차 등에서 틈틈이 스마트 기기로 스태프와 전략을 구상한다. 

리더십도 수직적보다 수평적이다. 프로 감독은 처음이기에 본인이 부족함이 있다는 것을 항상 인식하고 있다. 그렇기에 코칭 스태프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적극 반영한다. 팀 내에 설기현 감독보다 연상인 코치진들이 있지만 나이보다 실력에 더 큰 의의를 두었다는 평가다. 이들은 항상 다양한 토의를 거친다. 특히 지난 30일 대전전에서 경남이 하성민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로 전반에 고전하자 이들은 하프타임에 곧장 라커룸으로 가지 않고 벤치에서 의견을 나누었다. 이외에도 구단 직원들과도 적극적으로 교류한다. 설기현 감독은 방송 출연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경남의 홍보를 위해서라면 적극적으로 나선다. 

설기현 경남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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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설기현 감독은 경남에 획기적인 시스템을 심으며 많은 것을 바꾸고 있는 중이다. 일부에서는 걱정하기도 하지만, 그가 정확히 전달하는 메시지가 있다. 바로 ‘책임감’이다. 설기현 감독은 “프로 선수는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며 자율 속에서 강한 책임감을 가지도록 요구하고 있다. 즉 훈련에서 나태하거나 철저히 경기에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면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는 냉정함이 이면에 숨어있다. 

경남은 1승 3무 1패로 K리그2 6위를 달리고 있다. 당장의 승격도 좋지만 설기현 감독은 어린 선수 육성 등 더 먼 미래를 바라보며 팀을 성장시키는데 집중하고 있다.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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