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on Chang-hoon, 2019Getty

선발 제외 잦은 권창훈, 이유는 팀 전술 불안정

[골닷컴] 한만성 기자 = 무에서 유를 창조한 구단으로 프랑스 리그1의 다크호스가 된 디종 FCO가 올 시즌 부진하며 권창훈(24) 또한 꾸준한 출전 기회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디종은 7일(한국시각) 올림피크 리옹을 상대한 2018/19 리그1 3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3-1로 승리했다. 디종은 올 시즌 중반부터 줄곧 강등권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이날 리그 3위 리옹 원정에서 향상된 경기력은 물론 상대가 두 차례나 자책골을 헌납하는 행운까지 겹치며 승리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최근 리그1 아홉 경기에서 1무 8패로 부진한 디종은 1월 이후 첫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올 시즌 일곱 경기를 남겨둔 디종은 20팀으로 구성된 리그1에서 현재 18위로 강등 위기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리그1은 시즌 후 19, 20위 두 팀이 2부 리그로 자동 강등된다. 이후 18위 팀은 2부 리그 3~5위 세 팀간 승격 플레이오프를 치러 올라온 한 팀과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한다. 디종은 리옹을 꺾으며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권인 18위로 올라섰지만, 17위 아미앵 SC에 여전히 승점 7점 차로 밀린 만큼 험난한 여정을 앞두고 있다. 게다가 19위 SM 캉, 20위 EA 갱강은 나란히 디종을 단 승점 1점 차로 맹추격 중이다. 디종은 여전히 생존권보다는 자동 강등권에 더 가까운 셈이다.

게다가 절대적인 것 같았던 권창훈의 팀 내 입지도 최근 들어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그는 팀이 승리한 리옹전에서는 후반 추가 시간에 교체 출전하는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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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치 못한 달롤리오 감독과의 결별

지난 시즌 11골 3도움으로 맹활약한 권창훈은 작년 5월 최종전에서 오른쪽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심각한 부상을 당해 약 7개월 만인 12월에나 복귀전을 치렀다. 이후 예상치 못한 변수도 있었다. 권창훈은 12월 복귀 직후 지롱댕 보르도와의 12월 쿠프 드 라 리그(프랑스 리그컵) 경기, 리그1에서 AS 생시테티엔을 상대로 교체 출전하며 실전 감각을 끌어 올렸으나 정작 디종은 2연패를 당했다. 그러면서 디종은 리그컵 조기 탈락, 리그1에서는 강등권인 18위로 시즌 전반기를 마무리하며 올리비에 달롤리오 감독을 경질했다.

달롤리오 감독은 권창훈이 프랑스 무대에서 수준급 선수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도움을 준 인물이다. 달롤리오 감독은 2017년 1월 권창훈을 영입한 후 그가 시즌 도중 팀에 합류해 적응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서둘러 큰 책임감을 짊어지게 하기보다는 1군과 2군을 오가며 점진적으로 팀 전술에 익숙해지고, 편하게 몸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왔다. 이후 달롤리오 감독은 지난 시즌 권창훈이 적응을 마친 모습을 보여주자 그에게 좌우 측면 공격수는 물론 최전방 공격수, 공격형 미드필더 등 다양한 역할을 맡기며 신뢰를 보냈다. 이에 권창훈은 빼어난 경기 운영 능력과 득점력으로 보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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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달롤리오 감독은 디종에서 보여준 지도력으로 프랑스 축구계의 호평을 받은 인물이다. 무엇보다 그는 재정이 넉넉지 못한 디종이 프랑스 2부 리그에 머무른 2012년 부임해 공격적인 4-3-3, 4-2-3-1 포메이션을 골자로 한 과감한 전술 운용으로 새 바람을 일으켰다. 그는 디종을 리그1 승격을 이룬 2016/17 시즌 16위, 권창훈이라는 무기를 장착한 2017/18 시즌에는 11위로 이끌었다.

현재 아스널 사령탑을 맡은 우나이 에메리 감독 또한 파리 생제르맹(PSG)을 이끌던 작년 1월 디종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그들은 매우 좋은 축구를 구사하는 쇼맨십이 강한 팀"이라고 칭찬했다. 에메리 감독은 "디종의 경기를 보면서 나는 그들의 축구를 사랑하게 됐다. 그들이 이런 축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은 권창훈, 프레데릭 사마리타노 같은 선수 덕분이다. 디종은 공을 소유하며 경기를 풀어가는 매력적인 팀"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디종은 PSG와의 맞대결에서 0-8 참패를 당했다. 리그1의 절대강자 PSG를 상대로도 물러서지 않는 공격 축구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상적인 공격 축구를 추구한 달롤리오 감독은 권창훈이 전력에서 제외된 올 시즌 초반부터 부진에 시달렸고, 끝내 경질을 피하지 못했다.

# 감독 교체하고도 이어진 성적 부진

문제는 디종이 달롤리오 감독을 앙트완 콤부아레 감독으로 대체한 후에도 팀 성적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디종이 콤부아레 감독 부임 후 이날 리옹을 꺾기 전까지 지난 3개월간 리그1에서 거둔 유일한 승리는 권창훈이 결승골을 터뜨리며 모나코를 2-0으로 꺾은 지난 1월 말 경기였다.

다만, 콤부아레 감독은 부임 직후에는 권창훈에게 큰 기대감을 나타냈었다. 권창훈은 감독 교체 후 열린 첫 경기였던 1월 쉴팅하임과의 쿠프 드 프랑스(컵대회) 경기에서 올 시즌 첫 선발 출전을 기록한 뒤, 리그1 후반기 첫 경기였던 몽펠리에 HSC전(1월 13일)을 시작으로 보르도, AS 모나코, 앙제 SCO, 올림피크 마르세유를 상대로 연이어 선발 출전하며 팀 내 입지를 굳건히 지켰다. 심지어 권창훈은 결승골을 뽑아낸 모나코전이 끝난 후에는 프랑스 일간지 '레퀴프'가 선정한 리그1 이주의 팀에 킬리얀 음바페(20), 에딘손 카바니(31, 이상 PSG) 등과 함께 포함됐다.

콤부아레 감독 또한 2월 초 지역 언론매체 '인포스 디종'을 통해 "나는 선수 개개인보다는 팀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단 권창훈은 우리의 자산과 같은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팀 성적이 계속 곤두박질치며 강등 위기가 엄습하자 콤부아레 감독도 곧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디종은 전반기 달롤리오 감독 체제에 이어 콤부아레 감독 부임 초기에 다섯 경기를 치르기까지 리그1에서 총 23경기를 소화했는데, 이 중 대다수 경기에서 공격적 4-3-3이나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그러나 콤부아레 감독은 부임 직후 다섯 경기 성적이 1승 1무 3패로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2월 15일 님 올림피크 원정에서 수비에 치중하는 다이아몬드형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님 올림피크 원정은 디종이 다이아몬드형 4-4-2 포메이션을 가동한 첫 번째 경기이자, 부상에서 돌아온 권창훈이 1월 처음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린 후 벤치 명단으로 밀린 첫 번째 경기이기도 했다.

# 끝내 콤부아레 감독이 내린 결단, 공격 자원 희생

다만, 디종은 권창훈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한 채 다이아몬드형 4-4-2 포메이션을 처음 가동한 님 올림피크 원정에서도 0-2로 완패했다. 권창훈은 이를 시작으로 디종이 치른 최근 여덟 경기 중 다섯 경기에서 선발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콤부아레 감독은 권창훈이 출전한 세 경기에서 4-2-3-1과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그러나 콤부아레 감독은 권창훈이 빠진 최근 다섯 경기에서는 아예 수비수 숫자를 대폭적으로 늘린 5-3-2, 혹은 미드필드진이 무게 중심을 뒤로 뺀 다이아몬드형 4-4-2 포메이션을 썼다. 권창훈은 최근 약 2개월간 디종이 4-2-3-1이나 4-4-2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공격 자원을 네 명 배치할 때는 출전했지만, 수비를 중시해 공격 자원을 제한할 시 교체 요원으로 출전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가 수원삼성을 떠나 디종으로 이적한 뒤, 적응기를 거친 2016/17 시즌을 제외하면 약 2개월 사이에 선발 명단에서 다섯 차례나 제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디종이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데도 콤부아레 감독이 수비력 개선에 힘을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디종은 올 시즌 현재 리그1에서 48실점을 헌납하며 최하위 갱강(53실점)에 이어 두 번째로 수비가 부실한 팀이다. 이 때문에 콤부아레 감독은 수비력이 조금이라도 개선되지 못하면 올 시즌 승격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심지어 콤부아레 감독은 최근 들어 수비력 안정을 꾀하기 위해 상황에 따라 수년간 디종의 간판 공격수로 맹활약한 줄리우 타바레스(30)의 위치를 기존 포지션인 최전방에서 측면으로 바꾸고, 득점 능력은 떨어지지만 수비 가담 능력이 돋보이는 벤자민 자노(28)를 최전방에 배치하고 있다.

타바레스는 디종이 2부 리그에 머무른 2012년 팀에 합류해 줄곧 한 팀에서만 활약했고, 지난 시즌에는 리그1에서 12골을 터뜨리며 팀 내 유일하게 권창훈보다 많은 득점을 기록한 선수다. 반면 자노는 주포지션이 최전방 공격수이면서도 개인 통산 한 시즌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이 없다. 그러나 자노는 올 시즌 90분당 평균 태클 시도 횟수 1.8회, 가로채기 1회를 기록 중이며 공격수로 활약하면서도 파울이 2회에 달할 정도로 상대팀이 공격을 전개하는 작업을 방해하는 능력이 탁월한 선수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디종은 지난 2월 이후 권창훈이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다섯 경기에서 성적이 1승 4패로 여전히 신통치 않다.

# 권창훈의 최근 입지는 일시적…게다가 올여름 이적 가능성 크다

만약 디종이 올 시즌 강등권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승강 플레이오프 끝에 2부 리그행이 확정된다면, 권창훈은 팀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심각한 부상에서 복귀한지 반년밖에 지나지 않은 올여름은 그가 새로운 도전에 나설 완벽한 시기가 아닐 수는 있다. 그러나 프랑스는 물론 독일 분데스리가 쪽에서는 그동안 그가 리그1과 한국 대표팀에서 펼친 활약상을 익히 파악하고 있다.

이적시장 관련 정보 매체 '트란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권창훈의 시장 가치는 750만 유로(현재 환율 기준, 한화 약 95억 원)로 디종에서 미드필더 나임 슬리티, 측면 수비수 발렌틴 로지에(이상 800만 유로) 다음으로 높다. 다만, 권창훈이 불과 약 2년 전 수원삼성에서 이적료 약 150만 유로에 디종에 입단한 점을 고려하면 이적시장에서 그의 가치가 얼마나 가파르게 올랐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실제로 권창훈이 부상을 당하기 전부터 그를 영입하는 데 관심을 나타낸 몇몇 독일 분데스리가 구단은 여전히 그를 주시하고 있다. 권창훈은 디종과 오는 2021년 6월까지 계약을 맺고 있다. 그러나 디종이 올 시즌 2부 리그로 강등되면 권창훈에게 관심을 둔 유럽 1부 리그 구단은 오히려 더 수월하게 그를 영입하는 데 박차를 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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