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하르 최민수Goal Korea

‘새 도전’ 케빈 하르,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고 싶었다” [GOAL 인터뷰]

[골닷컴] 정재은 기자=

골키퍼 케빈 하르(20, 한국명 최민수)가 새로운 도전을 한다. 2020-21시즌부터 2.분데스리가의 에르츠게비르게 아우에에서 뛴다. 비록 세 번째 골키퍼지만 하르는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고 싶었다”는 이유로 과감히 2부행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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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은 새 도전을 앞둔 하르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가 아우에를 선택한 이유와 입단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해 U-20 대표팀과 만들어낸 기적 같은 이야기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케빈 하르 최민수Goal Korea

하르는 국내에서 혼혈 골키퍼로 유명하다.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복수국적자다. 2017년 신태용 감독의 U-20 대표팀에 발탁되며 한국에 처음 ‘최민수’라는 이름을 알렸다. 당시에는 월드컵에 함께하지 못했지만, 2년 후인 지난해 정정용 감독의 U-20 대표팀과 함께 폴란드에 가서 U-20 월드컵 준우승이라는 역사를 함께 썼다. 

독일 무대에서도 고군분투했다. 슈튜트가르트와 함부르크 유스 아카데미에서 성장했고, 지난해부터 성인 무대인 함부르크II(2군)에서 뛰었다. 함부르크 유스 아카데미에서 많은 기회를 잡지는 못했지만 2019-20시즌 레기오날리가(4부 리그)에서 12경기를 소화했다. 하르는 “함부르크 유스로 뛸 때 한국의 U-20 대표팀을 자주 오갔고, 또, 대표팀에서 부상을 입어서 와서 뛰지 못한 기간이 길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은 좋았다. 프로팀에서 골키퍼가 내려와서 뛸 때를 제외하곤 주로 내가 뛰었다. 괜찮은 시즌을 보냈다”라고 말했다. 

하르는 함부르크에서 2020년 6월부로 계약이 종료됐다. 함부르크는 오래전부터 하르와의 재계약을 추진했다. 특히 골키퍼 코치의 하르를 향한 애정이 컸다. 하르는 함부르크의 제안을 거절했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다. 내가 남았다면 다시 레기오날리가에서 뛰게 된다. 나는 더 높은 단계에서 뛰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하르는 말했다. 

“골키퍼 코치는 나를 반드시 지키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 내가 뭘 해야하는지 알았다. 물론 그와 함께 운동할 수 있어 좋았다. 그랬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을 거다. 여전히 연락도 주고받는다.”

케빈 하르 최민수Goal Korea

함부르크와 계약이 끝나고 지난 7월부터 하르는 자유 계약 신분이 됐다. 에이전트 파트릭 윌리엄스는 하르의 새로운 팀을 찾는 데 열중했다. 잉글랜드 하부리그, 독일 3, 4부 리그에서 하르를 원했지만 하르에게 그다지 매력적인 선택지는 아니었다. 매일 피트니스 센터에 나가 운동하고, 친구들과 가끔 축구도 하며 묵묵히 더 좋은 기회를 기다렸다. 

그렇게 두 달이 흘렀다. 아우에의 골키퍼 코치 다니엘 하세가 하르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게 같이 훈련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현재 아우에의 골키퍼 상황을 설명했고, 한 자리가 비어 나와 함께 훈련하고 싶다고 했다.” 아우에가 전지훈련을 떠나는데 골키퍼 자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주전 골키퍼 마틴 메넬(32), 새 자원 필립 클레빈(26) 뿐이었다. 

하르는 에이전트와 상의 후 아우에 전지훈련에 참여하기로 했다. 전화를 받은 당일인 8월 12일 밤 11시에 그는 아우에로 떠났다. 다음날 오전 선수단과 함께 코로나19 테스르를 받고 전지훈련지 폴란드로 향했다. “지금까지 혼자 트레이닝을 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내게 굉장히 좋은 기회였다. 높은 수준에서 훈련을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일주일간 하르는 아우에에서 연습 경기도 뛰며 훈련에 임했다. 함부르크II에서와는 또 다른 수준의 훈련이었다. “차이가 느껴졌다. 확실히 프로, 2부 리그라서 달랐다. 우리 주전 골키퍼가 32세인데, 함께 훈련하며 많이 배웠다. 이미 2부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고 실력도 굉장히 좋다. 그런 선수를 훈련장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됐다.”

케빈 하르 최민수Goal Korea

훈련이 끝난 후, 하르는 아우에에서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나를 영입하고 싶다더라”라고 하르가 설명했다. “기뻤다. 4부리그에서 2부리그로 올라설 기회니까 말이다. 비록 내가 많이 뛰지 못하더라도 훌륭한 골키퍼와 함께 훈련하며 배우고 더 나은 레벨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아우에와 1년 계약으로 입단했다. 아우에에서 하르는 현실적으로 많은 많은 기회를 받기 힘들다. 세 번째 골키퍼이기 때문이다. 주전 골키퍼가 그라운드에 있고, 벤치 위에 앉는 건 주로 두 번째 골키퍼다. 세 번째 골키퍼는 기약 없는 기다림을 해야 한다. 하르는 개의치 않는다. 그는 “두렵지 않다. 이미 계약하기 전부터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세 번째 골키퍼가 될 것을 알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괜찮다. 나는 아직 어리고, 시간이 있지 않나”라며 웃었다. 

더 낮은 단계에서 더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었지만, 기회를 덜 받더라도 더 높은 단계에서 제대로 배우자는 건 온전히 하르의 선택이었다. “이곳에서 많이 배우고 더 나은 선수가 되는 게 목표”이기 때문이다.  

마침 환경도 딱 좋다. 아우에는 인구 1만 6천 명이 있는 소도시다. 하르가 아우에에서 지낸지 2주 만에 식당 직원, 빵집 아저씨와 친하게 지낼 정도로 작고 정겨운 곳이다. “1년 동안 축구에만 집중하려 한다. 함부르크보다 도시가 확실히 작다. 다른 데 신경을 돌릴 여지가 없다, 하하.”

U-20 대표팀Goal Korea

인터뷰 막바지, 행복한 순간으로 잠깐 시계추를 되돌렸다. 2019년 U-20 대표팀과 함께했던 월드컵 여정이다. 어머니의 나라를 대표해 그는 동료들과 함께 준우승 역사를 썼다. 하르는 “정말 멋진 기억이고 경험이었다. 월드컵 준비 과정부터 환상적이었다. 그런 팀에 함께할 수 있어 좋았다. 매일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 친구들과 지냈다. 그렇게 지내본 적이 처음이었는데 너무 좋은 기억이다”라고 말했다. 

하르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U-19대표팀, U-20대표팀에서 늘 많은 주목을 받았다. 독일에서 온 골키퍼라는 타이틀이 있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큰 부담은 없었을까? “개인적인 압박감은 없었다. 월드컵 전에 모든 선수가 갖는 그런 압박감, 긴장감은 있었지만 나 자신에 대한 압박감은 없었다. 나는 독일에서 왔으니까 뭔가 더 보여줘야 하고, 더 증명해야 하고, 그런 생각은 전혀 없었다. 멋진 경기장에서 계속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어 즐거웠다.”

그의 ‘긍정 마인드’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독일에서 온 골키퍼라는 부담감도, 새로운 팀에서 기회를 받기 힘들다는 두려움도, 하르에겐 없다. 일단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배우고, 즐길 뿐이다. 그에 따른 결과를 통해 다음 단계를 설계한다. 아우에에서 하르는 “열심히 운동하며 많이 배울 예정이다. 그러고 나서 그다음을 계획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을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현재는 코로나 때문에 힘들지만, 이 기간이 지나면 꼭 가고 싶다. 한국 가족도 만나고, 서울에 가서 대표팀 친구들도 만나고 싶다. K리그 경기도 보고 싶다”라며 위시리스트를 잔뜩 나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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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방문하고 싶은 경기장은 어디일까? “대구의 새로운 경기장(포레스트 아레나)에 꼭 가고 싶다. 예쁘더라. 가서 꼭 직관할 거다!” 

사진=케빈 하르 제공,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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