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백전노장 잔루이지 부폰이 환상적인 선방쇼를 펼치며 패배 위기의 유벤투스를 구해냈다.
유벤투스가 산 시로 원정에서 열린 AC 밀란과의 2019/20 시즌 코파 이탈리아 준결승 1차전에서 1-1 무승부를 거두었다. 이와 함께 소기의 성과를 올리는 데에 성공했다. 이제 유벤투스는 2차전 홈에서 승리하면 코파 이탈리아 결승에 진출하게 된다.
반면 밀란은 1-1 무승부에 더해 핵심 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경고 누적으로, 주전 왼쪽 측면 수비수 테오 에르난데스가 이 경기 퇴장으로 2차전 출전이 불가하기에 이래저래 힘든 2차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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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1-1 무승부였으나 경기 내용을 놓고 보면 시종일관 밀란의 우세 속에서 이루어졌다. 실제 슈팅 숫자에서 밀란이 21대14로 유벤투스에 크게 우위를 점하고 있었고, 특히 테오가 퇴장을 당하기 이전까지는 슈팅 숫자에서 18대7로 더 큰 격차를 보이고 있었다.
밀란은 이 경기에서 주말 인테르와의 밀라노 더비에서 나름 전술적으로 재미를 봤었던 4-4-1-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최전방에서 버텨주면 왼쪽 측면 미드필더 안테 레비치와 하칸 찰하노글루가 이선에서 침투해 득점을 노리는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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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기록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슈팅도 4회를 기록하긴 했지만 키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가 6회로 출전 선수들 중 최다였다. 이를 레비치가 연신 정교한 슈팅(슈팅 4회가 전부 유효 슈팅이었다)으로 가져가면서 유벤투스의 골문을 위협했다.
이 과정에서 유벤투스는 무려 11회의 유효 슈팅을 밀란에게 허용했다. 유벤투스가 한 경기에서 11개 이상의 유효 슈팅을 내준 건 2013년 8월 31일, 라치오와의 세리에A 경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래저래 유벤투스 입장에선 졸전이었다고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유벤투스에는 부폰이 버티고 있었다. 부폰은 이 경기에서 무려 10회의 유효 슈팅을 선방하면서 유벤투스 골문을 든든히 지켜주었다.
먼저 부폰은 22분경 밀란 오른쪽 측면 수비수 다비데 칼라브라이의 골과 다름 없는 슈팅을 손끝으로 선방해냈다. 이어서 28분경엔 유벤투스 중앙 수비수 마티아스 데 리흐트의 패스 실수에서 비롯된 위기 장면에서 레비치의 슈팅을 막았다. 후반 시작하고 1분경에도 이브라히모비치가 헤딩으로 떨구어준 걸 레비치가 강력한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다리로 선방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후반 6분경에는 밀란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사무 카스티예호의 골문 구석으로 향하는 날카로운 슈팅을 선방했고, 후반 14분경에는 이브라히모비치의 강력한 슈팅을 손끝으로 쳐냈다.
부폰의 연이은 선방쇼에도 유벤투스는 계속 경기 내용에서 밀리는 문제를 노출했고, 결국 선제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후반 16분경 밀란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사무 카스티예호의 크로스를 레비치가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골을 넣은 것.
다행히 유벤투스는 후반 26분경, 테오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하면서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었고, 이 때를 시작으로 파상공세에 나섰다.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환상적인 바이시클 킥을 칼라브리아가 손으로 막으면서 핸드볼 반칙과 함께 페널티 킥이 선언됐고, 호날두가 본인이 얻어낸 페널티 킥을 차분하게 처리하면서 경기는 1-1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부폰은 1995년 파르마에서 데뷔한 이래로 20년 넘게 세계 축구계를 호령하던 역사적으로도 손에 꼽히는 명 골키퍼이다. 이제 어느덧 만 42세에 접어들면서 주전 자리를 후배들에게 내주긴 했으나 그는 코파 이탈리아 준결승전 같은 중요한 경기에서 환상적인 선방쇼를 펼치면서 아직 건재하다는 걸 만천하에 알렸다.
그는 경기가 끝나고 이탈리아 대표팀에서 동료였던 위대한 수비수 파올로 말디니의 아들 다니엘 말디니와 유니폼을 교환했다. 그는 이에 대해 언론들과의 믹스드존 인터뷰에서 "난 엔리코 키에사(과거 이탈리아 대표팀 공격수)와 그의 아들(페데리코 키에사, 현 피오렌티나 에이스) 유니폼, 릴리앙 튀랑(파르마 시절 동료였던 프랑스의 전설적인 수비수)과 그의 아들(마르쿠스 튈랑, 현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 공격수) 유니폼, 그리고 조지 웨아(AC 밀란의 전설적인 공격수이자 현 라이베리아 대통령)와 그의 아들(릴 공격수 티모시 웨아) 유니폼을 수집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난 이들의 손자 유니폼을 교환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우스갯소리를 남겼다. 살아있는 전설인 그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리스펙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