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아스널이 승격팀 애스턴 빌라 상대로 0-1로 패했다. 이 경기에서 루카스 토레이라는 왜 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으로부터 중용을 받지 못하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아스널이 빌라 파크 원정에서 열린 애스턴 빌라와의 2019/20 시즌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37라운드에서 졸전 끝에 0-1로 패했다. 이와 함께 아스널은 13승 14무 10패 승점 53점에 그치며 7위 토트넘 핫스퍼(승점 58점)과의 승점 차가 4점으로 벌어지면서 EPL 순위로는 유로파 리그 진출권을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 아스널이 유럽 대항전(챔피언스 리그와 유로파 리그)에 진출하기 위해선 FA컵 결승전에서 첼시를 무조건적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해야 한다.
지난 EPL 36라운드에서 리버풀을 2-1로 꺾은 데 이어 주말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의 FA컵 준결승전에서도 2-0으로 승리하면서 결승에 진출한 아스널은 지친 주축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이로 인해 주말 맨시티전에 선발 출전했던 핵심 미드필더 그라니트 자카를 비롯해 키어런 티어니, 니콜라스 페페, 엑토르 벨레린, 에인슬리 메이틀랜드-나일스는 벤치에서 대기했고, 경미한 부상을 당한 슈코드란 무스타피는 아예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들을 대신해 루카스 토레이라와 세아드 콜라시냑, 에디 은케티아, 부카요 사카, 세드릭 소아레스, 롭 홀딩이 선발 출전한 아스널이었다.
포메이션은 언제나처럼 3-4-3이었다. 알렉산드르 라카제트가 최전방 공격수로 위치한 가운데 '주포'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과 은케티아가 좌우 측면에 서면서 공격 삼각편대를 형성했다. 다니 세바요스와 토레이라가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용어)로 나섰고, 사카와 소아레스가 좌우 측면을 책임졌다. 다비드 루이스를 중심으로 콜라시냑과 홀딩이 스리백을 구축했다.
https://www.buildlineup.com/하지만 기존 선수들을 대신해 선발 출전한 선수들이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로 인해 아스널은 경기 내내 졸전을 면치 못했다. 점유율에선 69대31로 크게 앞섰으나 정작 슈팅 숫자에선 7대8로 하나 더 적었다. 더 큰 문제는 유효 슈팅이 단 하나도 없었다는 데에 있다. 반면 빌라는 유효 슈팅을 3회 기록한 끝에 1-0으로 승리했다.
소아레스는 포지션상 매치업 상대(왼쪽 측면 공격수)인 애스턴 빌라 에이스 잭 그릴리시에게 연신 돌파를 허용하면서 흔들렸다. 특히 수비수 쪽 포지션임에도 소유권을 잃은 횟수가 무려 19회에 달했다. 소아레스의 부진 덕에 그릴리시는 빌라 선수들 중 가장 많은 볼터치(54회)와 파울 획득(5회), 가로채기(5회), 찬스 메이킹(3회), 드리블 돌파(3회)를 성공시키면서 1-0 승리의 주축 역할을 담당했다. 무엇보다도 코너킥 수비 상황에서 트레제게를 놓치면서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콜라시냑도 부진하긴 매한가지였다. 콜라시냑 역시 수비수임에도 소유권을 잃은 횟수가 13회에 달했다. 실점 장면에선 빌라 수비수 타이런 밍스와의 공중볼 경합에서 패하면서 실점의 빌미를 일정 부분 제공했다. 그 외 은케티아와 사카도 아직 미숙한 모습들을 드러냈다.
이들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지점은 바로 토레이라에게 있었다. 그는 전진 패스를 거의 구사하지 못하면서 후방 빌드업에 문제를 야기시켰다. 이것이 아스널이 점유율만 높은 채 슈팅을 빌라보다 더 제대로 가져가지 못하는 문제로 작용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 이 경기에서 토레이라는 최전방 공격수 라카제트에겐 단 하나의 패스도 공급하지 못했고, 오바메양에게도 패스 2회를 연결한 게 전부였다. 토레이라가 가장 많은 패스를 준 선수는 같이 수비형 미드필더를 구축한 세바요스(10회)였고, 그 뒤를 홀딩(7회)과 소아레스(7회)가 따랐다. 패스 성공률은 무려 95%에 달했으나 백패스와 횡패스 중심이었기에 그리 의미가 있는 지표는 아니었다. 전체 패스 대비 롱패스 비율은 2% 밖에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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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아스널 감독 아르테타는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 아래에서 수석코치 직을 수행하면서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당연히 후방 빌드업을 중시 여기고 있다. 그가 왼쪽 중앙 수비수로 왼발잡이를 고집하는 것도 이에 기인하고 있다. 왼발잡이 중앙 수비수 파블로 마리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자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포메이션을 바꾸면서까지 왼쪽 측면 수비수인 티어니와 콜라시냑을 돌아가면서 스리백의 왼쪽 중앙 수비수로 활용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이 아르테타가 아스널 지휘봉을 잡자마자 이적을 추진 중에 있었던 자카를 잡은 이유였다. 자카는 후방 빌드업에 능한 미드필더이다. 좌우로 길게 뿌려주면서 공격 방향을 설정하는 데에 일가견이 있고, 패스질도 상당히 좋은 선수다. 민첩성이 떨어지기에 수비에서 약점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지만 아르테타의 축구를 구현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자원이었다. 그러하기에 자카가 아스널 팬들에게 야유를 들으면서 이에 지쳐 헤르타 베를린으로 이적하려고 했을 때 설득해서 끝까지 붙잡은 아르테타였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토레이라는 아르테타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이는 토레이라가 패스 플레이에 있어선 그리 강점이 있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 특히 좌우로 뿌려주는 중장거리 패스에 약점이 있다. 강한 대인 수비와 왕성한 활동량으로 중원을 휘젓고 다니면서 짧은 패스를 주고 받는 스타일의 선수이다. 종적인 패스는 거의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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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기록만 보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시즌 토레이라의 전진 패스 비율은 24.8%에 불과하다. 백패스 비율은 18.7%이다. 반면 자카의 전진 패스 비율은 28%로 토레이라보다 높고 백패스 비율은 14.7%로 낮다.
무엇보다도 90분 환산 경기당 패스 숫자(토레이라는 아르테타 밑에서 중용되지 않았기에 전체 패스 숫자로 따지면 자카보다 크게 떨어진다. 그러하기에 변별성을 위해 90분 환산 기록으로 계산했다)도 자카가 66.3회로 토레이라(54.1회)보다 더 많은데 전체 패스 대비 롱패스 비율에서도 자카가 10.1%로 토레이라(6.7%)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작 롱패스 성공률은 자카가 66.7%로 토레이라(56.7%)보다 정확하게 10%가 더 높다. 자카의 이번 시즌 전체 롱패스 숫자가 186회로 토레이라(60회)보다 3배 이상 더 많음에도 더 높은 성공률을 기록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 빌라전에서 토레이라는 강점인 수비에서조차 부진을 보였다. 원래 토레이라가 자카보다 우위를 점하는 부분은 바로 수비에 있다. 실제 이번 시즌 볼경합 승률만 보더라도 토레이라가 56.1%로 자카(47.6%)에 앞서고 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토레이라는 수비적인 면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심지어 볼경합 승률은 33.3%에 불과했다. 반면 교체 출전한 자카는 볼경합 승률 60%를 자랑했다.
이에 아르테타 감독은 빌라에게 26분경 선제 실점을 허용하면서 전반전을 0-1로 마무리하자 후반 시작과 동시에 토레이라부터 빼고 자카를 교체 출전시켰다. 이는 토레이라 선발 카드가 철저히 실패로 돌아갔다는 걸 자인하는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토레이라는 프리미어 리그 주관 방송사인 '스카이스포츠'로부터 평점 4점을 받으면서 소아레스와 함께 이 경기 최악의 선수로 선정됐다.
그나마 아스널은 자카가 교체 출전하면서 전반전보다는 후반 들어 공격이 조금은 더 원활하게 돌아갔으나 이미 빌라가 전원 수비 형태로 전환한 이후였기에 공략하기 힘들었고, 이대로 경기는 0-1 아스널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
토레이라가 실력이 떨어지는 미드필더라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 단지 태클과 가로채기 같은 수비에 특화된 개성 강한 선수이고, 이런 특성이 아르테타 감독의 전술 스타일과는 상충된다는 데에 있다. 괜히 아스널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박스투박스형 미드필더 토마스 파티 영입과 연결되고 있는 게 아니다.
Sky Sport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