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전주월드컵경기장] 서호정 기자 = 이동국의 클래스는 만 40세가 된 2019년에도 변함없다. 오히려 더 강한 책임감이 그라운드에서 표출됐다. 자신에게 주장 완장을 맡기며 전폭적 신뢰를 보낸 모라이스 감독에 대한 완벽한 화답이었다.
전북 현대는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베이징 궈안과의 2019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1차전에서 3-1 승리를 거두며 쾌조의 출발을 했다. 승리의 선봉에는 이동국이 섰다. 닷새 전 열린 K리그1 개막전에는 후반 교체 투입됐던 그는 이날 선발 출전했다.
주요 뉴스 | "[영상] 피구, "음바페는 호날두, 호나우두의 10대 때와 동급""
지난해까지 함께 뛰다 베이징으로 이적한 후배 김민재와의 대결을 피할 수 없었다. 베테랑답게 이동국은 김민재와 정면으로 부딪히기보다 간결한 볼터치와 연결로 동료들을 이용하는 노련미를 보였다.
전반에 로페즈가 연결해 준 결정적인 찬스를 김민재의 수비 때문에 놓친 이동국은 후반에 더욱 공격에 박차를 가했다. 결국 후반 3분 한교원의 패스를 몸을 던진 슛으로 연결해 결승골을 뽑아냈다. 후반 26분에는 왼발 크로스로 김신욱의 헤딩 쐐기골까지 도우며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경기 후 이동국은 “선발이든, 교체든 내게 주어진 임무가 있다. 그 임무를 100% 다 하기 위해 항상 준비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시즌을 치르겠다”라고 말했다.
전북에서 11번째 시즌을 맞는 이동국은 5년 만에 다시 주장을 맡았다. 그 동안 권순태, 신형민 등을 뒤에서 받쳐주는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그가 다시 어려운 임무를 맡은 것은 모라이스 감독의 권유 때문이었다.
모라이스 감독은 부임 직후부터 팀에서 이동국이 점하고 있는 위치, 영향력을 높이 샀다. 인터밀란 코치 시절 함께 한 하비에르 사네티에 비유하기도 했다. 만 41세에 현역 은퇴를 할 때까지 주장으로서 뛰어난 경기력을 펼치며 모범이 된 사네티처럼 이동국도 나이와 관계 없이 주장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 책임감은 탁월한 자기관리와 여전한 실력을 지닌 이동국에게 시너지 효과를 안겨줬다. 개막전에서 대구FC와 1-1 무승부를 기록했던 전북은 아쉬웠던 경기력을 베이징전에서 완벽하게 씻어냈다. 후반 21분 이주용과 교체돼 나올 때까지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그라운드를 빠져 나오는 그에게 큰 박수가 쏟아진 것은 당연했다.
이날 이동국은 자신의 챔피언스리그 36호골을 기록했다. 데얀과 챔피언스리그 통산 득점 35골로 공동 선두였지만, 다시 단독 선두로 나섰다. 올 시즌 데얀이 소속팀 수원과 함께 챔피언스리그에 나서지 못하는 만큼 이동국이 다시 격차를 벌리고 있다.
주요 뉴스 | "[영상] Goal 50 1위 모드리치 "챔스 4연속 우승 도전할 것""
하지만 이동국은 득점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는 “많은 골을 넣고 싶다. 그래서 오늘 경기를 빨리 잊어야 한다. 앞으로 많은 경기가 남아 있다”라며 곧바로 다음 일정 준비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어서는 “기록은 어차피 깨진다. 은퇴하는 순간 그 기록이 남아야 의미 있다”라며 매 경기,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모라이스 감독이 강조한 빌드업을 통해 거치는 축구가 베이징전에서 제대로 발휘된 부분에 대해선 “지난 경기에 못했던 것을 오늘 시도했다. 앞으로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