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바이엘 레버쿠젠이 피터 보슈 신임 감독 체제에서 4연승 파죽지세를 이어오며 분데스리가 상위권 판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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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쿠젠이 달라졌다. 지난 2년 6개월 동안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던 레버쿠젠이 최근 4연승을 달리며 급부상하고 있다. 챔피언스 리그 단골 손님이었던 레버쿠젠은 손흥민이 토트넘으로 이적한 2016/17 시즌, 분데스리가 12위에 그치며 추락했다. 이는 2002/03 시즌 15위 이후 무려 14시즌 만의 가장 저조한 성적이었다. 결국 이 과정에서 로거 슈미트와 소방수로 부임한 타이푼 코르쿠트가 연달아 팀을 떠나야 했다.
지난 시즌엔 하이코 헤어리히 감독 체제에서 5위에 차지하며 2시즌 연속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획득하지 못했다. 유럽 대항전(챔피언스 리그 혹은 유로파 리그)을 병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망스러운 성적이었다. 그럼에도 루디 펠러 단장은 헤어리히를 신임했다. 하지만 레버쿠젠은 헤어리히 체제에서 전반기를 7승 3무 7패 승점 24점과 함께 분데스리가 9위로 마무리했다. 이에 펠러 단장도 끝내 헤어리히를 경질하고 보슈를 새 감독으로 임명하기에 이르렀다.
보슈 데뷔전이었던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와의 후반기 첫 경기에서 레버쿠젠은 0-1로 석패했다. 비록 패했으나 이 경기에서 레버쿠젠은 점유율에서 64대36으로 크게 우위를 점했고, 슈팅 숫자에서도 22대7로 3배 이상 많이 기록하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묀헨글라드바흐 골키퍼 얀 좀머의 환상적인 선방쇼(이 경기에서 좀머는 무려 10회의 유효 슈팅을 선방했다)와 골대 불운(67분경 카림 벨라라비의 슈팅이 골대를 강타했다)으로 인해 아쉽게 패한 레버쿠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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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묀헨글라드바흐전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레버쿠젠은 이후 4연승을 달리며 파죽지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와 함께 18라운드까지만 하더라도 7승 3무 8패 승점 24점으로 10위에 위치하고 있었으나 5위로 대폭 순위를 끌어올렸다. 보슈 감독 체제에서 4승 1패 골득실 +10으로 후반기 성적만 놓고 보면 분데스리가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는 레버쿠젠이다(2위는 바이에른으로 4승 1패 골득실 +6).
그렇다고 해서 일정이 수월했던 것도 아니었다. 분데스리가 6위 볼프스부르크를 원정에서 3-0으로 완파한 레버쿠젠은 이어진 독일 최강 바이에른 뮌헨과의 홈경기에서 먼저 전반전에 실점을 허용하고도 후반전에 3골을 몰아넣으며 3-1 역전승을 거두었다. 마인츠 원정에선 5-1 대승을 기록했고, 포르투나 뒤셀도르프와의 홈경기에선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한 경기 최다 패스 신기록(1053회)을 수립하면서 2-0 완승을 거두었다. 당연히 독일 현지에선 보슈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독일 타블로이드 '빌트'는 "4연승! 보슈가 최고다(Vierter Liga-Sieg in Folge - Bosz ist der Beste)"를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그러면 레버쿠젠의 달라진 점은 어떤 걸까? 바로 전술 변화에 있다. 이번 시즌 전반기에 레버쿠젠은 주로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동시에 배치하는 4-2-3-1 포메이션을 주로 가동했다. 하지만 보슈 부임 후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만 배치하는 4-3-3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하단 사진 참조: 바이에른전 선발 라인업).
Kicker그것도 통상적인 4-3-3이 아니다. 두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상당히 공격적인 4-3-3이다. 이를 위해 선수 경력 내내 측면 공격수 역할을 주로 담당했던 율리안 브란트가 중앙으로 이동해 레버쿠젠이 애지중지 키우는 '신성' 카이 하버츠와 함께 공격형 미드필더 라인을 구축했다. 참고로 하버츠는 개인 통산 분데스리가 16골 15도움 공격포인트 31개로 1999년생이나 그 이후에 출생한 유럽 5대 리그 선수들 중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 중에 있다.
브란트와 하버츠를 동시에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진시키면서 자연스럽게 레버쿠젠의 팀 득점은 늘어났다. 레버쿠젠은 원톱 케빈 폴란트가 득점 기복이 심하다는 게 단점이었다. 이는 폴란트가 정통파 공격수가 아닌 원래 이선 자원(폴란트는 선수 경력 내내 주로 측면 공격수를 수행하던 선수다)이었기에 파생하는 문제였다. 하지만 폴란트의 아래에서 브란트와 하버츠, 그리고 좌우 측면 공격수인 레온 베일리와 카림 벨라라비까지 공격에 가세하면서 득점 루트의 다변화를 가져올 수 있게 됐다.
특히 브란트의 중앙 이동은 브란트 본인에게도 득으로 작용했다. 브란트는 위협적인 킥과 빠른 스피드를 보유하고 있으나 드리블 기술은 다소 떨어지기에 측면 돌파에 있어 다소 약점을 드러냈다. 하지만 중앙에서 프리롤로 뛰기 시작한 브란트는 보슈 감독 체제에서 3골 3도움을 올리며 레버쿠젠 공격을 이끌고 있다.
게다가 이번 시즌 주전 경쟁에서 브란트와 벨라라비에게 밀려 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베일리도 주전으로 다시 발돋움하면서 2골을 넣고 있다. 폴란트 역시 약점인 득점 기복을 이타적인 패스로 만회하면서 2골 4도움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당연히 레버쿠젠의 팀 득점도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레버쿠젠은 18라운드까지만 하더라도 팀 득점 26골로 경기당 1.44득점에 그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4경기에서 무려 13골을 몰아넣으며 경기당 팀득점 3.25골을 기록하고 있다. 폴란트와 브란트, 베일리는 물론 하버츠와 벨라라비까지 동시 다발적으로 득점이 터져나오고 있는 레버쿠젠이다.
또 다른 전술적인 수혜자는 바로 수비형 미드필더 샤를레스 아랑기스이다. 아랑기스는 수비를 중요시 여기는 헤어리히 감독 체제에서 계륵으로 전락하면서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번 시즌 전반기 역시 아랑기스는 6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풀타임을 소화한 건 1경기 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약스식 패스 축구 철학을 고수하고 있는 보슈(그는 2016/17 시즌 아약스 감독 직을 수행하며 유로파 리그 준우승을 견인한 바 있다)는 패스에 능한 아랑기스를 후방 플레이메이커로 배치했다. 이는 당연하게도 레버쿠젠 전체의 점유율 상승 및 원활한 공격 작업으로 이어졌다. 실제 레버쿠젠은 전반기 점유율이 51.2%에 불과했었으나 보슈 감독 체제에서 무려 64.6%의 경이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심지어 뒤셀도르프와의 경기에선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한 경기 최다에 해당하는 1053회의 패스를 기록하며 84.2%라는 비상식적인 점유율을 기록했다. 참고로 분데스리가 점유율 1위는 바이에른으로 62.5%이고, 2위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56.9%이다.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라는 말이 있다. 레버쿠젠이 주도권을 잡은 채 공격을 전개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실점도 비약적으로 줄어들었다. 레버쿠젠은 18라운드까지만 하더라도 30골을 허용하면서 경기당 1.67실점을 기록하고 있었으나 최근 4경기에서 단 2실점에 그치며 경기당 0.5골을 내주고 있을 뿐이다. 경기당 유효 슈팅 횟수도 전반기 4.8회에서 보슈 감독 체제 2.6회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특히 수비 쪽에선 96년생 젊은 수비수 조나단 타의 활약상이 눈에 띈다. 그는 강력한 대인 수비와 안정적인 수비 리딩으로 레버쿠젠 수비를 이끌고 있을 뿐 아니라 보슈 체제에서 후방 빌드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당장 지난 주말, 뒤셀도르프와의 경기에서 그는 무려 206회의 볼 터치와 202회의 패스를 시도하면서도 무려 97%라는 경이적인 패스 성공률을 자랑했다. 참고로 206회의 볼 터치는 분데스리가 역대 3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이다.
다만 불안요소가 없는 건 아니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만큼 수비적으로는 상당히 위험요소가 큰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보슈가 지난 시즌 도르트문트 감독을 수행했을 당시 분데스리가 첫 7경기에서 6승 1무 무패를 달리며 구단 역대 최고의 출발을 알렸으나 이후 보슈식 공격 전술이 상대팀들에게 간파되면서 8경기 무승(3무 5패)의 슬럼프에 빠졌던 전례를 잊지 말아야 한다.
당장 레버쿠젠의 다음 상대는 도르트문트다. 최근 도르트문트는 분데스리가 3경기 연속 무승부 포함 공식 대회 5경기 무승(2무 3패)의 슬럼프에 빠졌다. 보슈 감독 개인에게 있어선 지난 시즌 경질의 아픔을 설욕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만약 보슈의 레버쿠젠이 도르트문트마저 꺾는다면 시즌 후반부 분데스리가 상위권 순위 경쟁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 보슈 부임 후 레버쿠젠 선수들 공격포인트
율리안 브란트 3골 3도움
케빈 폴란트 2골 4도움
카림 벨라라비 1골 3도움
카이 하버츠 3골
레온 베일리 2골
루카스 알라리오 1골
웬델 1골
샤를레스 아랑기스 1도움
미첼 바이저 1도움
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