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마어 호프

분데스리가 팬들이 '안티 호프'를 외치는 이유는?

[골닷컴] 정재은 기자=

최근 분데스리가가 이토록 시끄러웠던 적이 없다. 1, 2부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경기 중단 사태가 벌어진다. 분데스리가 팬들의 공격적인 걸개 때문이다. 2019-20 분데스리가 24라운드 호펜하임과 바이에른 뮌헨 경기는 두 차례나 중단됐다. 바이에른 원정 팬들이 두 차례나 수위가 높은 욕을 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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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틀로 보자면 팬들과 독일축구협회(DFB)의 대립이다. 중심에는 디트마어 호프라는 인물이 있다. 호펜하임의 대주주로 잘 알려진 호프는 분데스리가 팬들이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호프는 수십년 동안 독일 축구에 몸담고 있는 인물이다. 그가 왜 이토록 심한 공격을 받고 있는 걸까? <골닷컴>이 그 이유를 정리했다. ‘안티 호프’ 사태 이해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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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마어 호프가 누구야? 

호프는 호펜하임의 대주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유년기 시절 호펜하임 유소년팀에 몸을 담기도 했다. 1972년 소프트웨어 회사 SAP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다. 지금 그의 순자산은 159억 달러(약 19조 원)로 독일에서 손꼽히는 부자다. 

호프는 1990년부터 호펜하임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당시 호펜하임은 8부리그, 즉, 지역 아마추어 리그에 있었다. 호프가 투자를 시작한 지 6년 만에 호펜하임은 5부리그까지 상승했다. 

그는 SAP에서 퇴직한 후부터 구단 투자에 더 집중했다. 2006년 랄프 랑닉 감독을 선임하며 2년 만에 분데스리가 1부리그 진입에 성공했다. 호펜하임 역사상 첫 1부 진출이었다. 

호펜하임 홈구장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호펜하임은 하부리그에 있을 때 5,000석 관중석 규모의 디트마어-호프-슈타디온에서 뛰었다. 1부 진출 후 그들은 위치에 걸맞은 규모의 홈구장이 필요했다. 호프가 나섰다. 그가 사비 1억 달러(약 1,185억 원)를 투자해 관중석 30,150석 규모의 라인 네카어 아레나를 설립했다. 

호펜하임

분데스리가 팬들이 호프를 왜 싫어하는 거야?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호펜하임이 분데스리가에서 잘나가는 이유는 결국 호프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분데스리가에는 클럽 구성원과 팬들이 구단 지분의 51%를 차지한다는 ‘50+1 룰’이 있다. 리그 전통적인 정책이다. 호펜하임은 다르다. 호프가 무려 96% 지분을 차지한다. 그의 거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호펜하임이 8부리그에서 1부리그까지 올라온 셈이다. 유럽 무대까지 노리는 팀이 됐다. 2018-19 시즌에는 율리안 나겔스만 전 감독(현 라이프치히 감독) 체제에서 UEFA 챔피언스리그까지 뛰었다. 

호펜하임은 진스하임의 작은 도시다. 호펜하임 인구는 3,272명밖에 되지 않는다. 라인 네카어 아레나는 진스하임에 위치해 있다. 인구 35,442명이 되는 도시다. 호프의 지원 덕분에 진스하임에 거대한 규모의 홈구장 설립이 가능했다.  

그래서 분데스리가 팬들은 호펜하임을 ‘가짜 클럽’이라 여긴다. 도르트문트 서포터즈는 이미 오랫동안 ‘상업적 축구에 반대한다’라는 플래카드를 들며 호프를 비난하는 중이다. 

바이에른 뮌헨Goal Korea

2011년에 한 사건이 있었다. 도르트문트전서 호펜하임 직원이 도르트문트 서포터즈 석에 기계를 설치해 크게 소음을 냈다. 도르트문트 팬들의 ‘안티 호프’ 노래를 묻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도르트문트 팬 몇 명은 두통을 호소하고, 이명을 겪었다. 경찰까지 출동했던 커다란 사례다. 

이후 도르트문트의 호펜하임에 대한 반감이 더 커졌다. 결정적 이유가 최근 또 생겼다. 도르트문트가 지난해 12월 호프에 대항하는 걸개를 걸었다. DFB는 도르트문트 팬들이 호펜하임 원정석에 향후 2년 동안 출입할 수 없다는 집단징계(Kollekivstrafen)를 내렸다. 3년 전 DFB가 더는 시행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그 징계를 또 내린 거다. 

DFB가 약속을 어기고 집단징계를 또 시행하자 이번에는 도르트문트 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의 서포터즈까지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게 바로 지난 주말이다. ‘안티 호프’ 걸개를 경기장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가장 주목을 많이 받은 경기가 호펜하임과 바이에른 뮌헨의 맞대결이었다. 바이에른 울트라스는 ‘Alles beim Alten(변한 게 없다), Der DFB bricht sein Wort(독일축구협회는 자기가 한 말을 지키지 않았다), Hopp bleibt ein Huhrensohn(호프는 여전히 개XX다)’라는 걸개를 걸었고, 경기는 두 차례나 중단됐다. 

바이에른 뮌헨

‘안티 호프’에 대한 반응은 어때?

호펜하임과 바이에른의 경기가 끝난 후 한스-디터 플리크 바이에른 감독과 칼 하인츠 루메니게 바이에른 CEO는 호프에게 사과했다. 원정 팬들의 행동을 두고 “추악하다”라고 표현했다. 

호프는 스포츠 전문 매체 <슈포르트 아인스>에 이렇게 말했다. “그 멍청한 녀석들이 내게 뭘 원하는지 안다면 내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내게 왜 그렇게 공격적인지 모르겠다. (독일 축구의) 암흑기를 떠올리게 된다.”

분데스리가 팬들은 DFB의 대응 방식을 비난하고 있다. 왜 인종차별 문제에는 이렇게 대응하지 않냐는 의견이 대다수다. 일례로 지난 2월 4일 열린 2019-20 DFB 포칼 16강이 있다. 샬케와 헤르타 베를린 경기서 나이지리아계 독일인인 요르단 토루나리가(22, 헤르타 베를린)가 인종차별을 당했다. 샬케 팬들이 원숭이를 흉내 내고 각종 인종차별적 발언을 쏟아냈다. 감정이 격해진 토루나리가는 결국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바이에른 울트라스 그룹 ‘Red Fanatic Muenchen’은 “DFB는 인종 차별 피해자를 조롱하는 DFB의 행위다. 인종 차별 사건도 처벌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구단은 팬들에게 '안티 호프'를 멈추라고 하지만 팬들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구단과 팬들의 갈등은 당분간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DFB는 아직 입장 발표가 없다. 

디트마어 호프

 도대체 50+1 룰이 뭐야? 

’50+1 룰’을 자세히 알아보자. 분데스리가 팬들이 자부심을 갖고 있는 전통적인 정책이다. 특정 기업이나 개인이 구단의 50%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클럽 구성원과 팬들이 구단 지분의 51%를 소유해 대기업이나 외국 자본보다 더 큰 힘을 가진다. 구단의 전통적인 정체성을 유지하고 리그의 상업화를 막기 위해서 생긴 룰이다. 

예외가 있다.기업이 특정 구단에 20년 이상 투자를 해온 경우는 예외다.  볼프스부르크와 레버쿠젠은 ‘노동자의 클럽’이라 불린다. 애초에 기업이 설립한 구단들이다. 각각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과 거대 제약 회사 바이어가 소유하고 있다. 

호펜하임도 예외에 속한다. 호프가 20년 넘게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라이프치히는 특별한 경우다. 그들은 레드불이 49%, 클럽 구성원이 51%를 차지해 50+1룰을 지키는 듯 보이지만 사실 구단 이사진 17명이 레드불 관계자다. 결국 특정 기업의 힘이 라이프치히를 지배하고 있다는 뜻이다. 분데스리가 팬들이 라이프치히를 적대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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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규모로 ‘50+1 룰’을 잘 지키고 있는 대표적 구단은 바이에른이다. 그들은 세계 전역에 구단 관계자가 있다. 또 전세계 약 300,000명 팬이 구단에 투자한다. 바이에른의 거대 스폰서 알리안츠, 아우디, 카타르 항공의 구단 지분율은 총 49,99%다. 

사진=Getty Images, <골닷컴> 데니스 멜처, 호펜하임 SNS, 바이에른 뮌헨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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