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바이엘 레버쿠젠 신성 플로리안 비르츠가 만 17세 34일의 나이에 최강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골을 넣으면서 분데스리가 역대 최연소 득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레버쿠젠이 바이아레나 홈에서 열린 바이에른과의 2019/20 시즌 분데스리가 30라운드에서 2-4 역전패를 당했다. 이로 인해 레버쿠젠은 또 다시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 마지노선인 4위 진입에 실패했다. 레버쿠젠의 성적은 17승 5무 8패 승점 56점으로 4위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와 동률이지만 골득실에서 밀려 5위에 그치고 있다(묀헨글라드바흐 골득실 +21, 레버쿠젠 +16).
이 경기를 앞두고 레버쿠젠은 에이스 카이 하베르츠가 경미한 근육 부상으로 결장했다. 결국 레버쿠젠은 선제골을 넣고도 바이에른의 파상공세에 휘둘리면서 2-4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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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레버쿠젠에게 있어 한 가지 악재가 더 있다면 바로 바이에른 간판 공격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와 특급 도우미 토마스 뮐러가 이 경기에서 동시에 시즌 5번째 옐로 카드를 수집하면서 다음 라운드 묀헨글라드바흐전에 결장한다는 데에 있다. 안 그래도 묀헨글라드바흐는 레버쿠젠과 함께 분데스리가 4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단으로 바이에른 상대로 11경기에서 5승 2무 4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팀이다. 이번 시즌 역시 묀헨글라드바흐는 바이에른에게 2-1로 승리했다. 즉 경쟁팀 좋은 일만 시켜준 셈이다.
하지만 레버쿠젠에게도 한 가지 수확이 있었다. 바로 '신성' 비르츠의 등장이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출전한 그는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파울리뉴의 패스를 받아 접는 동작으로 바이에른 수비수 뤼카 에르난데스를 벗겨낸 후 왼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세계 최고의 골키퍼 중 한 명인 마누엘 노이어를 상대로 골을 성공시켰다. 그는 81분경에도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으나 이는 노이어의 선방에 막힌 바 있다.
그는 2003년 5월 3일생으로 이제 만 17세 34일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독일 최강 바이에른을 상대로 데뷔골을 넣으면서 분데스리가 역대 최연소 골 기록을 수립하는 데 성공했다. 종전 기록은 누리 사힌이 2005/06 시즌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소속으로 뉘른베르크와의 14라운드에서 골을 넣었을 당시 나이였던 만 17세 82일이었다.
원래 그는 레버쿠젠 더비 라이벌 쾰른 유스 출신으로 올해 1월에 이적해왔다. 그는 쾰른이 얀 틸만(2002년 5월 26일생)과 함께 애지중지 키우는 유망주였다. 실제 그는 틸만과 함께 2018/19 시즌 쾰른 17세 이하 팀을 독일 전국 토너먼트 챔피언으로 견인했다(보루시아 도르트문트 17세 이하 팀과의 결승전에서 3-2로 승리했다). 독일 17세 이하 대표팀에서도 등번호 10번을 달고 에이스로 뛰고 활약하고 있었다.
레버쿠젠 유스팀 감독 파트릭 헬메스는 비르츠에 대해 "이 친구는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가 왔을 때 가르쳐줄 게 없을 정도였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 "그는 리버풀과 바이에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이적할 수 있었다. 모든 팀들이 그를 원했다"라고 밝혔다. 레버쿠젠 단장 지몬 롤페스 역시 "난 비르츠가 만 14세일 때부터 알고 있었다. 이 덕에 우리는 그를 영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놀라울 정도로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러하기에 그의 계약이 만료되는 순간 우리는 그를 데려오기 위해 노력했다. 난 많은 구단들이 그를 원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다른 곳으로 이적하기 전에 그의 집 근처에 머물게 하도록 노력했다(쾰른과 레버쿠젠은 더비 라이벌일 정도로 근접 지역이다)"라고 그의 영입과 관련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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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그는 동연령대에선 독일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재능이었으나 레버쿠젠 입단 이전까지 그의 모습은 어디까지나 유소년 레벨에서였다. 성인 무대에서 통할 지는 미지수였다. 그런 그에게 코로나19로 인한 2달 간의 분데스리가 휴식기가 기회의 장으로 작용했다. 이 기간 동안 1군 선수들과 훈련하면서 레버쿠젠 감독 페터 보슈의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한 것.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은 것일까? 그는 분데스리가 재개 후 첫 경기였던 베르더 브레멘과의 분데스리가 26라운드에서 만 17세 15일의 나이에 선발 출전하면서 구단 역대 최연소 데뷔 기록을 수립했다. 분데스리가 전체로 따지더라도 2005/06 시즌 사힌(만 16세 331일)과 2017/18 시즌 쾰른에서 데뷔한 수비수 얀 아우렐 비섹(만 16세 358일)에 이어 최연소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그는 브레멘과의 데뷔전에서 61분을 소화하는 동안 드리블 돌파 3회를 성공시키면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이어진 볼프스부르크전에선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출전하면서 드리블 돌파 1회와 키패스 1회를 기록했다. 다시 지난 주말 프라이부르크전에 선발 출전해 84분을 소화하느 동안 드리블 돌파 4회와 슈팅 1회, 키패스 1회를 올리면서 적극적으로 공격을 감행해 1-0 승리에 기여한 그는 이번 바이에른전에서 마침내 기다리던 골을 성공시켰다.
이렇듯 그가 분데스리가 데뷔 이후 4경기에서 충분한 출전 시간을 보장받는 와중에 연신 좋은 활약을 펼치자 독일 현지 언론들은 그를 레버쿠젠 에이스 하베르츠의 후계자로 간주하고 있다. 안 그래도 비르츠 이전 레버쿠젠 구단 역대 최연소 출전 기록(만 17세 126일)과 최연소 골(만 17세 295일) 기록 모두 하베르츠의 차지였다. 물론 하베르츠는 기본적으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이고, 비르츠는 좌우 측면 공격수 역할을 주로 수행하고 있지만 레버쿠젠 특급 유망주의 계보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래저래 비교될 수 밖에 없는 둘이다(게다가 비르츠 역시 쾰른 유스 시절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주로 뛰었다).
실제 레버쿠젠 수비수 알렉산다르 드라고비치는 바이에른전이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비록 우리가 2-4로 패했고, 이겼다면 오늘 이겼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럼에도 난 비르츠가 이 경기를 통해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기에 행복하다. 그가 지금같은 모습을 유지한다면 제2의 카이 하베르츠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레버쿠젠은 그 동안도 하베르츠부터 무사 디아비, 율리안 브란트, 레온 베일리, 베른트 레노, 손흥민, 라스 벤더, 다니엘 카르바할, 토니 크로스, 아르투로 비달, 지몬 롤페스, 곤살로 카스트로, 레네 아들러, 주앙,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디에고 플라센테, 루시우, 카르스텐 라멜로프, 에메르송, 이오안 루페스쿠, 헤르베르트 바스, 팔코 괴츠 같은 어린 선수들을 성공적으로 육성해낸 바 있다. 레버쿠젠 팬들은 그가 위대한 선배들의 뒤를 잇는 히트 상품이 되길 바라마지 않고 있다.
# 분데스리가 역대 최연소 데뷔 TOP 5
1위 누리 사힌(도르트문트): 만 16세 331일
2위 얀 아우렐 비세크(쾰른): 만 16세 358일
3위 플로리안 비르츠(레버쿠젠): 만 17세 15일
4위 위르겐 프리들(프랑크푸르트): 만 17세 26일
5위 이브라힘 탄코(도르트문트): 만 17세 6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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