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e Ali Stats vs West HamSquawka Football

부진했던 델리 알리, 무리뉴 한 마디에 각성하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이번 시즌 부진을 면치 못했던 델리 알리가 웨스트 햄과의 경기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이면서 주제 무리뉴 신임 감독의 남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토트넘이 런던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스트 햄과의 2019/20 시즌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1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3-2로 승리했다. 이와 함께 토트넘은 2019년 1월 20일 풀럼 원정에서 승리(2-1)한 이후 EPL 원정에서 무려 13경기 만에 첫 승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 동안 토트넘은 EPL 원정 12경기에서 3무 9패로 극도의 부진을 보이고 있었다.

이번 승리가 한층 더 의미가 있었던 건 바로 주제 무리뉴 감독의 토트넘 데뷔전이었다는 데에 있다. 토트넘은 지난 라운드까지 14위에 그치며 하위권으로 추락하자 A매치 기간에 구단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마우리치오 포체티노를 경질하고 무리뉴를 새 감독으로 임명하는 강수를 던졌다. 경기 막판 2실점을 허용한 건 아쉬운 부분이지만 감독을 교체하자마자 지긋지긋했던 원정 무승 슬럼프를 탈출하면서 첫 단추를 잘 끼웠다고 볼 수 있겠다.

이 경기에서 무리뉴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해리 케인이 최전방 원톱으로 나선 가운데 알리를 중심으로 손흥민과 루카스 모우라가 좌우에 포진해 이선 라인을 형성했다. 해리 윙크스와 에릭 다이어가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표현)를 구축했고, 벤 데이비스와 세르지 오리에가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으며, 토비 알더베이렐트와 다빈손 산체스가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전반전은 토트넘의 일방적인 공세 속에서 이루어졌다. 실제 전반전 토트넘은 슈팅 숫자에서 12대2로 압도했고, 점유율에서도 64대36으로 크게 앞섰다. 코너킥 역시 6회를 얻어내는 동안 단 한 번도 상대에게 코너킥을 내주지 않았다. 손흥민과 알리를 중심으로 전반 내내 공격을 주도한 토트넘이었다. 참고로 12회 슈팅은 이번 시즌 토트넘이 EPL에서 전반전에 기록한 가장 많은 슈팅이었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알리의 센스 있는 전진 패스를 케인이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넣었으나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면서 무효로 돌아갔다. 곧바로 2분 뒤, 또다시 알리의 전진 패스를 케인이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이 역시 오프사이드였다. 비록 2번 연속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오긴 했으나 알리의 전진 패스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20분경엔 알리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중앙으로 접고선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으나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다시 33분경엔 윙크스의 전진 패스를 케인이 힐 패스로 연결했고, 알리가 수비 배후로 파고 드는 손흥민을 향해 수비 다리 사이로 패스를 찔러주었으나 커버를 들어온 웨스트 햄 수비형 미드필더 데클랑 라이스가 태클로 먼저 저지하는 바람에 슈팅으로 가져가는 데엔 실패했다. 알리와 손흥민의 찰떡 호흡들이 빛나는 모습들이었다.

결국 알리와 손흥민이 선제골을 합작해냈다. 35분경 알리의 전진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웨스트 햄 중앙 수비수 이사 디오프를 앞에 두고선 중앙으로 접는 척하다 측면으로 치고 가면서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킨 것.

선제골 이후 알리가 두 차례 연달아 슈팅을 시도하면서 득점 사냥에 나섰다. 37분경엔 케인의 롱패스를 잡아서 중거리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다시 3분 뒤엔 윙크스의 프리킥을 상대 수비가 헤딩으로 걷어낸 걸 알리가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웨스트 햄 골키퍼 로베르토 히메네스의 선방에 막혔다.

토트넘은 전반 종료 3분을 남기고 추가골을 넣으며 전반전을 2-0으로 마무리했다. 손흥민의 힐패스에 이은 다이어의 전진 패스를 알리가 받는 과정에서 미끄러져 넘어졌으나 센스 있는 힐패스로 연결했고, 이를 받은 손흥민이 측면을 돌파하다 땅볼 크로스를 가져간 걸 먼 포스트로 쇄도해 들어오던 모우라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넣은 것. 이번에도 알리와 손흥민의 합작 플레이에 의한 모우라의 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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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초반에도 토트넘의 공세가 이어졌다. 후반 3분경 역습 과정에서 모우라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단독 돌파를 감행하다 수비수 두 명을 유인하고선 패스를 내주었으나 모우라가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에서 골대를 크게 벗어나는 황당한 슈팅으로 득점 기회가 무산됐다. 하지만 다시 1분 뒤에 오리에의 크로스를 케인이 헤딩 슈팅으로 골을 꽂아넣으며 토트넘이 일찌감치 승기를 잡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후반 15분(90분 풀타임 기준 60분)을 기점으로 흐름이 웨스트 햄 쪽으로 넘어갔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다이어를 필두로 주축 선수들이 체력 저하 현상을 드러내면서 수비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 60분경까지만 하더라도 토트넘이 슈팅 숫자에서 14대2로 압도했으나 60분부터 경기 종료까지 30분 사이에 웨스트 햄이 슈팅 숫자에서 9대1로 크게 우위를 점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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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햄 공격의 중심엔 바로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출전한 측면 공격수 미하일 안토니오가 있었다. 73분경 웨스트 햄 오른쪽 측면 수비수 라이언 프레데릭스의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로버트 스노드그라스가 내주었고, 최전방 공격수 세바스티앙 알레의 슈팅을 산체스가 안면으로 막았으나 루즈 볼을 잡은 웨스트 햄 주장 마크 노블이 패스를 내주었고, 이를 받은 안토니오가 알더베이렐트를 제치고 오른발 슈팅으로 추격하는 골을 성공시켰다.

이어서 경기 종료 직전엔 안토니오의 측면 돌파에 이은 날카로운 땅볼 크로스가 알더베이렐트 맞고 나갔고, 스노드그라스의 코너킥을 웨스트 햄 중앙 수비수 안젤로 오그본나가 헤딩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했기에 이대로 경기는 토트넘의 3-2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 경기에서 토트넘의 수훈갑은 손흥민과 알리였다. 다만 손흥민의 경우 이미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토트넘의 실질적인 에이스였다.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토트넘은 알리와 크리스티안 에릭센 같은 주축 선수들이 동반 부진에 빠졌고, 케인 역시 알리와 에릭센만큼은 아니지만 다소간의 침체기에 빠져있었다. 실제 2019년만 놓고 보면 손흥민이 공식 대회 19골로 토트넘 팀 내 최다 골에 해당한다(2위는 케인 17골). 즉 손흥민의 웨스트 햄전 활약상은 예견된 것이나 다름 없다고 할 수 있겠다.

토트넘에게 있어서 고무적인 부분은 바로 이번 시즌 내내 부진을 면치 못했던 알리의 활약에 있다. 알리는 선제골을 어시스트했고, 2번째 골의 기점이 되는 패스를 연결했다. 선제골 어시스트는 알리 개인에게 있어 이번 시즌 EPL 1호 도움이다. 슈팅 2회와 키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 2회를 기록하면서 공격을 주도했다.

비단 공격적인 공헌도가 전부는 아니다. 알리는 이 경기에서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4회의 태클을 성공시켰고, 5회의 소유권 재획득을 기록하면서 수비적으로도 높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활동량 역시 9.78km로 분당으로 환산하면 123.8m로 토트넘 선수들 중 최다이다. 게다가 평균 스피드는 7.24km/h로 양 팀 선발 출전 선수들 중 당당히 1위였다. 그 외 전력 질주 횟수는 13회로 손흥민(24회)에 이어 팀 내 2위였고, 순간 최고 속도는 33.10km/h로 산체스와 손흥민에 이어 팀 내 3위였다. 많이 뛰고 빠르게 뛰어다니면서 전방 압박으로 웨스트 햄을 시종일관 괴롭힌 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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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뉴 감독은 웨스트 햄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난 델리에게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진짜 델리인지 아니면 델리 형제인지 물어봤다. 당연히 그는 델리라고 답했다. 이에 난 '그래, 네가 델리라면 델리처럼 플레이하라'고 말했다"라며 알리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이는 알리가 이번 시즌 내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에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에 알리는 웨스트 햄전을 통해 실력으로 화답했다.

마지막으로 웨스트 햄전 알리의 활약상에 대한 무리뉴의 코멘트를 남기도록 하겠다. "알리가 예전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저 행복할 따름이다. 그는 내가 그에게 원했던 걸 정확하게 해주었다. 내 생각에 이 경기에서의 그는 1, 2년 전 잉글랜드를 넘어 전세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던 과거의 델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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