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제2의 부스케츠'로 불리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수비형 미드필더 로드리를 영입했다. 이와 함께 맨시티는 페르난지뉴의 대체자원을 일찌감치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맨시티가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이하 라 리가) 정상급 수비형 미드필더 로드리 영입을 발표했다. 맨시티는 그를 영입하기 위해 바이아웃 금액(선수와 원 소속 구단 사이의 계약을 정해진 액수의 금액을 지불하고 임의로 해지할 수 있는 조항. 라 리가는 바이아웃 조항이 필수이다)인 6280만 파운드(한화 약 923억)를 지불했다. 이는 맨시티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에 해당한다.
맨시티가 로드리를 영입하기 위해 기꺼이 바이아웃 금액을 지불한 이유는 바로 페르난지뉴 후계자 문제에 있다. 그 동안 맨시티의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는 페르난지뉴 한 명 밖에 없었다. 맨시티는 2018/19 시즌 전반기 마지막 2경기(18라운드와 19라운드)에서 페르난지뉴가 부상으로 빠지자 크리스탈 팰리스(2-3 패)와 레스터 시티(1-2 패)에게 연패를 당하면서 위기에 봉착한 전례가 있다. 다행히 2018/19 시즌 후반기 들어 일카이 귄도간이 기대 이상의 활약상을 펼치면서 페르난지뉴의 부상 공백을 최소화하긴 했으나(후반기엔 페르난지뉴가 결장한 7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기본적으로 귄도간은 공격 성향을 갖춘 중앙 미드필더이다. 장기적인 대안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도 페르난지뉴의 연령이 어느덧 만 34세에 접어든 가운데 귄도간의 계약 기간은 이제 1년 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맨시티와 재계약을 아직까지 체결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페르난지뉴의 뒤를 이을 후계자 영입이 필수였던 맨시티이다.
물론 그를 페르난지뉴와 비교하기는 다소 힘든 부분이 있다. 원래 페르난지뉴는 박스투박스형(소속팀 페널티 박스부터 상대팀 페널티 박스까지 경기장 전 구역을 커버하는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활동량이 많고 공수 겸장 미드필더들이 이 역할을 맡고 있다) 미드필더로 샤흐타르 도네츠크에서 뛰던 시절엔 우크라이나 프리미어 리그에서 두 자리 수 골(11골)을 넣은 적도 있는 선수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 하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했으나 필요할 때면 직접 공격에 가담해 위협적인 슈팅을 날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반면 로드리는 공격적인 부분에 있어선 그리 크게 기대할 부분이 없다. 애당초 공격 가담 자체를 거의 하지 않는 선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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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는 스페인에서 '제2의 부스케츠'로 불리고 있다. 여기서의 부스케츠는 스페인과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가 자랑하는 수비형 미드필더 세르히오 부스케츠를 지칭하는 것이다. 현 맨시티 감독 펩 과르디올라의 애제자이기도 한 부스케츠(과르디올라와 바르사 2군부터 시작해 프로 데뷔도 함께 했다)는 정교한 패스와 기술적인 완성도를 바탕으로 볼 소유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을 자랑하는 선수이다. 속칭 '딥라잉 플레이메이커(Deep-lying Playmaker: 후방에서 플레이메이킹을 하는 선수를 지칭하는 표현)'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선수 중 한 명이 바로 부스케츠이다.
로드리는 부스케츠와 비슷한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신체조건만 놓고 보면 중앙 수비수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큰 키를 자랑하고 있다(로드리 192cm, 부스케츠 189cm). 게다가 긴 다리와 영리한 두뇌를 바탕으로 위치 선정에 강점을 보이면서 볼 소유권 유지 및 탈환에 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공격 가담은 거의 하지 않은 채 볼 순환에 집중하면서 후방 빌드업을 이끈다는 점도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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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로드리와 부스케츠의 차이는 분명 존재하고 있다. 부스케츠는 기술적인 완성도가 경지에 오른 선수다. 이를 통해 상대의 압박을 풀어내면서 동료들에게 패스를 제공해준다. 대신 마른 신체조건으로 인해 몸싸움에는 능하지 않고, 대인 수비 능력 역시 다소 떨어지는 편에 속한다. 뛰어난 위치 선정을 바탕으로 미리 상대의 패스 줄기를 차단하고 섬세한 테크닉에 기반해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동료들에게 배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반면 로드리는 위치 선정 능력 자체는 부스케츠보다 떨어지고, 기술적인 완성도는 부스케츠와 비교하면 많이 부족한 편에 속한다. 하지만 당당한 신체 조건을 바탕으로 강인한 대인 수비 능력을 자랑하고 있고, 힘으로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동료들에게 패스를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로드리의 대인 수비 능력 자체는 현역 수비형 미드필더들 중 최상위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기록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최근 2시즌 동안 라 리가 선수들 중 가장 많은 600번의 볼 소유권 경쟁에서 승리했고, 2번째로 많은 207회의 태클을 성공시켰다(1위는 팀 동료 사울 니게스로 215회이다). 라 리가에선 2년 사이에 유일하게 500회 이상의 볼 소유권 승리와 200회 이상의 태클을 성공시킨 선수로 자리잡은 로드리이다.
이에 더해 그는 68%의 공중볼 획득 성공률과 68%의 태클 성공률을 자랑하고 있다. 기본적인 기술 자체는 부스케츠와 비교했을 때 다소 투박한 데다가 포지션 특성상 돌파 시도 자체도 적은 편에 속하지만 워낙 힘이 좋기에 드리블 돌파 성공률도 무려 78%에 달한다. 파울을 범하지 않는 이상 그에게서 볼을 뺏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닐 수 없다.
패스의 질적인 부분 역시 '패스 달인'이라고 할 수 있는 부스케츠에 비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안정적인 볼 소유권과 무리하지 않는 패스로 91.1%의 패스 성공률을 자랑하고 있다.
참고로 2018/19 시즌 유럽 5대 리그(UEFA 리그 랭킹 1위부터 5위까지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스페인, 잉글랜드,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1부 리그가 이에 해당한다) 선수들 중 50개 이상의 태클 성공과 90% 이상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한 선수는 바이에른 뮌헨 중앙 미드필더 치아구 알칸타라와 인테르 중앙 미드필더 마르셀로 브로조비치, 그리고 로드리, 셋 밖에 없다.
물론 로드리가 과르디올라 아래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선 기술적인 완성도를 더 끌어올릴 필요성이 있다. 그의 전 소속팀 비야레알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선수비 후역습의 강도 높은 압박 축구를 구사했으나 맨시티는 점유율에 기반한 패스 축구를 구사한다. 많은 패스를 주고 받는 와중에도 실수하지 않으면서 양질의 패스를 동료 선수들에게 공급할 필요성이 있다.
종합해서 보자면 그는 부스케츠보다는 스타일적인 면에선 과거 수비형 미드필더의 전형으로 유명했던 프랑스의 전설적인 선수 클로드 마케렐레를 더 닮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즉 키 큰 마케렐레(대신 순발력이나 스피드는 마케렐레에게 당연히 떨어진다)라고 보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스페인 전문 기자 시드 로우 역시 로드리에 대해 "그는 지속적으로 비교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부스케츠보다는 마케렐레에 더 가까운 선수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2018 러시아 월드컵이 끝난 이후를 기점으로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하면서 성공적으로 부스케츠의 뒤를 이어가고 있다. 이것이 그가 플레이 스타일적인 부분에선 다소간의 차이가 있음에도 부스케츠의 후계자로 평가 받는 이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