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o AsensioAdriano Del Monte

'복귀전 1골 1도움' 아센시오, 레알 오른쪽 공격의 희망 될까?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장기 부상에서 11개월 만에 복귀한 레알 마드리드 측면 공격수 마르코 아센시오가 1골 1도움을 올리면서 발렌시아전 3-0 대승보다 더 큰 기쁨을 구단에 안겨주었다.

레알이 에스타디오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 홈에서 열린 2019/20 시즌 프리메라 리가(이하 라 리가) 29라운드에서 발렌시아에게 3-0 대승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레알은 18승 8무 3패 승점 62점을 올리면서 1위 바르셀로나(승점 64점)와의 승점 차를 2점으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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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입장에서 승리보다 더 기분 좋은 소식은 바로 아센시오의 성공적인 복귀전일 것이다. 아센시오가 누구인가? 20대 초반의 나이에 그는 지네딘 지단 감독의 총애를 받으면서 2016/17 시즌과 2017/18 시즌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레알의 미래를 책임질 측면 공격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지단 감독이 떠나면서 레알이 흔들리는 와중에 그 역시 부진에 빠지면서 레알 입단 이래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는 2019년 7월 24일에 열린 아스널과의 평가전에서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이로 인해 2019/20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던 아센시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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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시즌이 3개월 가량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사이에 아센시오는 성실하게 훈련하면서 복귀를 준비했다. 결국 그는 원래라면 시즌이 끝났을 시점인 6월 19일 새벽(한국 시간), 발렌시아와의 29라운드에서 경기 종료 16분을 남기고 교체 출전하면서 11개월 만에 감격적인 복귀전을 치르기에 이르렀다.

레알이 후반 16분경 간판 공격수 카림 벤제마의 골로 1-0 아슬아슬한 리드를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후반 29분경, 그라운드를 밟은 아센시오는 교체 출전하자마자 31초 만에 첫 터치를 환상적인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이는 축구 통계업체 'OPTA'에서 해당 기록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5/06 시즌 이래로 레알 선수 역대 라 리가 교체 출전 최단 시간 골에 해당한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는 경기 종료 4분을 남기고 레알 플레이메이커 토니 크로스가 우측면으로 길게 넘겨준 패스를 그는 논스톱 컷백 패스로 연결했고, 이를 벤제마가 센스 있는 볼 터치에 이은 왼발 슈팅으로 골을 추가하면서 3-0 대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교체 출전해 15분 조금 넘는 짧은 시간 속에서 1골 1도움은 물론 볼 터치 20회를 가져갔으며 94.1%의 패스 성공률을 자랑했다. 드리블 돌파 1회와 태클 1회를 추가하면서 성실하게 우측면을 활보한 아센시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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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복귀는 단순한 선수 한 명의 추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번 시즌 레알의 고질적인 약점은 바로 오른쪽 공격에 있었다. 레알이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거액을 들여 영입한 아자르는 왼쪽 측면 공격수이다. 레알이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두 유망주 측면 공격수 비니시우스와 호드리구는 모두 왼쪽 측면에 설 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들이다. 루카스 바스케스는 오른쪽 측면 공격수가 주 포지션이긴 하지만 공격력이 떨어지기에 수비 강화 시 주로 활용되는 카드이다. 그나마 가레스 베일이 오른쪽 측면에서 득점 생상선을 보장해줄 수 있는 선수였지만 그는 잦은 부상에 시달리는 데다가 훈련하는 모습보다도 골프 치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면서 레알 팬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이번 발렌시아전에서도 레알의 우측 공격은 빈공을 면치 못했다. 지단 감독은 이 경기에서 고심 끝에 중앙 미드필더인 에르네스토 발베르데를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포진시켰다. 이것만 보더라도 레알이 오른쪽 측면 공격수 선택을 놓고 얼마나 고민이 많은 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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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발베르데는 전문 측면 공격수가 아니다 보니 측면 공격에 있어 이렇다할 도움을 주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레알의 공격은 역삼각형 중앙 미드필더 라인의 왼쪽에 서는 크로스의 패스와 왼쪽 측면 공격수 아자르의 돌파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최전방 원톱 공격수 벤제마까지 왼쪽 측면으로 빠지면서 함께 공격을 전개해 나갔다. 

이는 레알의 이번 발렌시아전 평균 공격 방향만 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레알은 공격 방향의 42.8%가 왼쪽 측면 공격에 치중되어 있었다. 반면 오른쪽 측면 공격 비율은 29.8%에 불과했다(중앙은 27.4%). 그나마 레알이 오른쪽 측면에서 공격다운 공격을 한 건 29분경, 오른쪽 측면 수비수 다니 카르바할의 단독 돌파에 이은 슈팅(발렌시아 골키퍼가 다리로 선방했다)이 유일하다시피 했다. 카르바할의 오버래핑 외엔 우측면에서 공격을 기대하기 어려운 레알이었다(하단 그래프 참조).

이렇듯 지나칠 정도로 왼쪽 위주로만 공격을 진행하다 보니 발렌시아 입장에선 레알의 공격을 저지하기 쉬운 편에 속했다. 이로 인해 레알이 64%에 달하는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공격을 전개했음에도 전반전만 놓고 보면 발렌시아가 더 위협적인 공격을 감행한 편에 속한다. 

실제 발렌시아는 14분경 막시 고메스의 패스를 받은 로드리고의 슈팅이 레알 수문장 티보 쿠르투아 손끝을 스치고선 골대를 강타하는 불운이 있었고, 20분경엔 막시 고메스의 힐패스에 이은 로드리고의 골이 비디오 판독 결과 막시 고메스 오프사이드가 판정되어 취소되기도 했다. 43분경엔 미드필더 조프리 콘도그비아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이 쿠르투아 선방에 막혔다.

하지만 아센시오가 발베르데 대신 교체 출전해서 오른쪽 측면 공격을 이끌면서 숨통을 트여줬다. 이 덕에 레알은 경기 막판 15분 가량을 좌우 측면 공격 균형을 잡아가면서 넓게넓게 효과적으로 공격을 전개할 수 있었다. 지단의 총아였으나 지단이 떠난 이후 슬럼프에 빠졌던 아센시오가 지단 아래에서 이번 발렌시아전처럼 다시 예전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는 단순한 선수 한 명의 복귀 그 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것이 분명하다. 아자르가 이제서야 팀에 녹아들기 시작하고 아센시오가 부상에서 돌아오면서 마침내 레알의 공격 퍼즐이 하나 둘 맞아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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