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esh Letchmanan

도르트문트 아시아 디렉터 "가장 중요한 요소는 팬이다" [GOAL 단독인터뷰]

도르트문트는 열성적인 팬 문화로 유명한 구단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경기당 평균 관중(8만 230명)을 동원하면서 독일을 대표하는 명문 구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도르트문트 서포터석(남쪽 스탠드)은 '노란 장벽(Gelbe Wand)'이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매경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이것이 도르트문트가 'Echte Liebe(독일어로 진정한 사랑이라는 의미)'를 구단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이유이다. 그러하기에 도르트문트 아시아 매니징 디렉터의 인터뷰 곳곳에도 팬들에 대한 고마움과 애정이 듬뿍 묻어났고, 도르트문트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건 '팬'이라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도르트문트 아시아 매니징팀이 한국을 방문해 도르트문트 팬카페와 미팅을 가졌고, 골닷컴과도 독점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인터뷰는 팀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가 열리기 하루 전인 25일에 진행됐다)

Borussia DortmundGetty Images


골닷컴: 먼저 자기 소개를 해주시죠.

수레시 레치마난(이하 수레시): 한국에 계신 모든 팬들 안녕하세요. 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아시아 매니징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수레시 레치마난(Suresh Letchmanan)입니다. 한국을 방문하게 되어 매우 기쁘고 영광입니다.

골닷컴: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수레시: 제 주요 업무는 아시아에서 여러 활동을 하는 겁니다. 특히 한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주요 시장 중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이미 도르트문트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한국에 있을 뿐 아니라 동시에 한국에 있는 팬들과 가깝게 소통하려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미 한국타이어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기도 합니다. 이전과 같은 일들을 진행하고 있는 한편, 무엇보다도 팬들과의 관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골닷컴: 이미 한국 도르트문트 팬카페(Echte Liebe)와 미팅을 가진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 연락이 닿게 된 건가요?

수레시: 우리는 이미 2014년부터 아시아 지사를 설립해 아시아 팬들과 관계를 더 자주 가지고 있으며 팬 숫자도 늘려왔습니다. 한국의 팬분들이 우리에게 활발하게 연락해 왔으며, 이번 기회를 통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최근 몇년 간 우리 팀의 성적이 다소 떨어지긴 했었지만 그 사이에 우리를 지지해주는 팬 숫자는 많아졌다고 알고 있으며, 이번에 팬들과 함께 하면서 우리가 그들과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 합니다. 이미 팬클럽 회장을 비롯해 몇몇 팬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으며 그들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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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과거 이영표, 지동원, 박주호 선수가 도르트문트에서 뛰었는데 한국 선수들에 대한 평가를 해본다면?

수레시: 저희는 아시아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볼 수 있는 이 세 명의 환상적인 선수들과 과거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일본의 카가와 신지 선수도 있지만 지동원, 박주호 이영표 선수 역시 한국과 아시아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한국에 우리의 브랜드를 내세우기 위한 시점에서 이 선수들과의 과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이미 지난 홍콩에서 있었던 레전드 경기에서 이영표 선수와 환상적인 경험을 했습니다. 아직도 유럽에서 뛰는 젊은 선수 같더군요(웃음). 저희는 이번 방문이 선수들과의 관계를 다시 다지면서 그들과 함께 한국에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알아보는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골닷컴: 얘기하신대로 홍콩에서 레전드 매치를 가졌는데, 한국에서도 할 계획이 있나요?

수레시: 당연하죠! 이런 것이 바로 제가 한국에 온 목적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미래에 있을 수 있는 레전드 매치를 치를만한 플랫폼이 있는지 알아보려 합니다. 말씀하셨다시피 이영표 선수가 홍콩 레전드 매치에 참여했는데, 만약 박주호 선수가 이영표 선수와 한 팀에서 함께 뛸 수 있다면 도르트문트는 물론이고 한국 팬들에게도 좋은 행사가 될 것입니다.

골닷컴: 레전드 매치 외에도 한국과 아시아 팬들을 위한 행사를 계획 중인 것은 없나요?

수레시: 저희는 이번이 첫번째 한국 방문이고,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할 기회가 있는지 알아보고 싶습니다. 첫째로는 뷰잉 파티나 선수단 및 레전드 내한 등을 통해 팬들과 가깝게 소통하려 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푸마와 미팅을 했는데, 푸마와 함께 사인 유니폼이나 MD(머천다이즈) 경품 추첨같은 행사도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아시다시피 도르트문트는 우수한 유스 프로그램과 정책으로 유명한데 한국 유스 선수나 프로그램을 답사할 수도 있고요. K리그 클럽이나 한국의 유스 아카데미 같은 곳에서 좋은 협력관계를 찾아 올바른 접근 방식으로 도르트문트식 유스 프로그램을 정착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파트너십은 도르트문트와 해당 유스 아카데미 모두에게 좋게 작용할 것이고, 이러한 플랫폼을 통해 도르트문트 고유의 방식을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Suresh Letchmanan

골닷컴: 마르코 로이스(주석: 로트 바이스 에센에서 프로 데뷔했으나 도르트문트 유스 출신이다)와 마리오 괴체, 마르첼 슈멜처 등 도르트문트 유스를 통해 성장한 선수들이 현재 1군 팀에 자리 잡은 케이스가 많이 있는데요. 그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요?

수레시: 네, 말씀하셨다시피 도르트문트 1군엔 아직도 유스 선수들이 1군에 많이 남아있습니다. 마르첼 슈멜처와 누리 사힌(현 베르더 브레멘) 같은 선수들이 모두 우리 유스 아카데미 일원이고, 과거로 더 돌아가보면 1997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유벤투스를 상대로 골을 넣은 라스 릭켄(주석: 당시 도르트문트는 유벤투스를 3-1로 꺾고 구단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과 같은 레전드들이 있습니다. 저희의 유스 정책은 매우 우수하며, 이러한 정책과 방법을 아시아에도 확장시키고 싶습니다. 보시다시피 현재 도르트문트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젊은 편이고, 우리 프로그램을 경험한 선수들은 모두가 발전했습니다. 크리스티안 풀리시치가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매우 어린 나이에 도르트문트로 왔고, 현재 가장 주목받는 유망주 중 한 명이 되었습니다. 물론 그는 이번에 첼시로 떠났지만 그를 보더라도 우리의 유스 정책이 얼마나 우수한 지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유스 정책은 우리의 강점이고, 언제나 우리의 고유 특징(DNA)에 있을 겁니다. 저희는 유스들을 발전시키고 그들이 구단과 유럽 최고의 수준에 다다르도록 할 것입니다. 저희는 1000억짜리 선수를 사는 팀이 아닌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팀이여, 잠재적인 1000억짜리 선수를 키워내는 팀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방식이고 철학이며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골닷컴: 도르트문트는 구단 차원에서 한국 유소년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 영입 의사도 있나요?

수레시: 이 질문은 아시아 전체에 해당합니다. 아시아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유럽 리그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영표, 박주호, 지동원, 카가와 신지 같은 선수들과 함께 한 건 행운이었습니다. 그들에게서 볼 수 있듯 우리가 아시아 선수를 영입하려면 그들 역시 팀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저희는 단순히 유니폼 판매 등 마케팅의 일원으로 선수들을 영입하지 않습니다. 분명한 건 한국은 물론 아시아 전역에 여러 재능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선수 발굴 부분은 제 분야가 아닌 기술팀과 스포츠팀의 영역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더 많은 한국 선수들이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아시다시피 이미 분데스리가에는 꽤 많은 한국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고 언젠가는 더 어린 선수들이 도르트문트 아카데미에서 성장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예를 들어 도르트문트에서 트라이얼을 보고 코치와 스카우트 마음에 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일이죠. 한국에는 손흥민 선수와 같은 재능이 많이 있다고 확신하고, 그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골닷컴: 도르트문트를 비롯해 유럽의 많은 빅클럽들이 아시아 마케팅을 중요시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수레시: 아시아 마켓에 대한 도르트문트의 철학이나 계획은 다른 구단들과는 차별화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2014년 싱가포르에 사무실을 오픈했는데 이는 우리가 이런 방식의 지역 유착형 플랫폼을 통해 국제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많은 축구 구단들은 스타 플레이어나 유명 인사들을 내세우기 마련이지만 우리는 아시아에 있는 많은 파트너사들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의 유니폼 스폰서인 에보닉(Evonik)은 싱가포르에 아시아 태평양  지사가 있고, 푸마도 마찬가지죠. 심지어 분데스리가 아시아 지사도 싱가포르에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싱가포르에 도르트문트 아시아 지사를 만든 이유이죠. 우리는 2015년에는 싱가포르, 2016년엔 말레이지아, 그리고 2017년엔 일본에서 연달아 대회를 개최했고, 최근 2년간은 중국에서 대회를 가졌죠. 우리는 아시아에 진출한 분데스리가 최초의 클럽 중 하나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를 응원하는 팬들이 아시아에도 많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이런 기회들을 통해 가까워지길 원하고, 또 도르트문트로 방문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선수단을 직접 아시아로 데려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게 우리의 팬층이 한층 더 두터워지고, 팬들에게 더 깊이 다가가면서 종국에는 클럽이 더 유명해지고, 아시아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되는 거죠. 이것이 곧 우리의 철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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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도르트문트 아시아 매니징 디렉터 입장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평가는?

수레시: 글로벌 브랜드의 관점에서만 판단한다면 한국에는 이미 삼성과 LG 같은 세계적인 탑클래스의 글로벌 브랜드가 많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예를 들자면 한국타이어와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죠. 이는 한국의 모든 브랜드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시장에 도달할 힘이 있다는 걸 증명합니다. 우리는 여기에 단순히 상업적인 측면만이 아닌 스포츠적인 부분까지 포함된 기회가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기에 한국 시장과의 접점을 찾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길 판복판에서도 축구가 얼마나 매력적인 스포츠인지 알 수 있고, 한국에 진출한 몇 안 되는 분데스리가 클럽 중 하나로서, 비록 최초가 아니더라도 좋은 선례와 기반을 구축해 자발적으로 한국 시장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기를 바랍니다. 물론 한국과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시겠지만 한국에는 매우 높은 수준의 팀들이 존재하고 있고, 어린 선수들이 K리그에서 활약하고 있죠. 이러한 부분은 도르트문트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가 시장에 가까이 다가가고 팬들에게 다가가며, 상품과 브랜드에 접근하고, 협회 및 연맹과 밀접한 관곌르 맺을수록 함께 할 수 있는 활동들도 늘어나고, 그 곳에서 더 많은 기회들 역시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게 곧 우리가 원하는 바이고, 한국 시장에 다가가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아직 아기 걸음마 단계이고, 소소하게 진전하고 있지만,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한 옳은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골닷컴: 독일 현지 언론들로부터 도르트문트가 이번 이적 시장의 챔피언이라고 평가받고 있는데, 이번 시즌 도르트문트의 목표는?

수레시: 우리의 목표는 당연히 독일의 챔피언이 되는 겁니다. 그게 우리의 주목적이고, 이를 위해 먼저 나서서 가능한 빠르게 선수들을 영입에 나섰던 것이죠. 여기에는 바이에른 뮌헨과의 격차를 줄이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승점 2점 차이로 아쉽게 우승을 놓쳤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우승하고 싶고, 이를 위해 시장에 나와있는 최고의 선수들을 영입하고자 했습니다.  토르강 아자르로 말하자면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에서 뛰면서 본인이 활동하는 리그를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기에 영입했고, 니코 슐츠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율리안 브란트는 독일에서 가장 뛰어난 어린 선수이고, 독일 최고의 수비수라고 할 수 있는 마츠 훔멜스도 우리 팀으로 돌아왔죠. 우리는 스스로가 분데스리가를 제패할 수 있는 팀이라는 걸 증명하길 원했고, 그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골닷컴: 마지막으로 축구 클럽으로서 도르트문트의 자부심은?

수레시: 제가 생각하기에 우리 클럽의 자부심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팬들입니다. 우리는 얼마나 팬들이 클럽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고, 아시아 전역을 비롯해 세계 어디에서나 (구단의 상징색인) 검은색과 노랑색을 볼 수 있어요. 그들의 애정을 느낄 수 있죠. Echte Liebe! 그런 것들이 우리에겐 진실되게 느껴지고, 매 경기마다 유니폼을 입고 일어서서 응원하는 '25,000명의 노란 장벽(주석: 도르트문트 서포터석인 남쪽 스탠드 숫자)'이 저희에게는 아주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를 응원하는 팬들이 없었다면 우리가 매주 또는 격주마다 경기를 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물어보신 질문에 아주 간단하게 대답하자면, 우리에게는 팬들이 가장 중요하고, 팬들은 언제나 우리의 심장에 밀착되어 있습니다. 팬들이 어떻게 목청을 높이면서 응원하고 행복해 하는지 보는 것이야말로 축구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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