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첼시가 챔피언스 리그에서 풀백들의 활약 덕에 패배 위기에서 살아나는 데 성공했다.
원래 1990년대만 하더라도 풀백은 필드 플레이어들 중에서 가장 비중이 떨어지는 편에 속했다. 실제 제이미 캐러거가 '먼데이 나잇 풋볼(MNF)'에서 "풀백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측면 미드필더에서 실패했거나 혹은 중앙 수비수가 되는 데 실패했거나이다"라고 주장하면서 게리 네빌을 조롱했다(캐러거는 리버풀의 전설적인 중앙 수비수이고, 네빌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측면 수비수이다).
물론 이는 캐러거가 네빌을 놀리기 위해 다소 과장되게 표현한 것이긴 하다. 그럼에도 풀백이 축구 포지션에서 다소 비중이 떨어진다는 편에 속한다는 점은 역대 포지션별 최고 이적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풀백 역대 최고 이적료는 주앙 칸셀루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로 이적했을 당시 기록한 6500만 유로로 전체 포지션들 중 최하위에 해당한다. 심지어 골키퍼 역대 최고액인 케파 아리사발라가(첼시 이적 당시 8천만 유로)에게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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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들어 풀백의 전술적인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양강을 형성하고 있는 맨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와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은 공격에 있어 풀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감독들로 정평이 나있다. 지난 시즌 리버풀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에 있어 좌우 풀백 앤드류 로버트슨과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가 크게 영향력을 행사했다. 또한 역대 풀백 이적료 1위부터 4위까지 중에 3명이 펩이 영입한 맨시티 선수들이다(하단 자료 참조).
6일 새벽(한국 시간)에 열린 챔피언스 리그 32강 조별 리그 4차전에서도 풀백의 활약에 웃은 팀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두 팀이 바로 도르트문트와 첼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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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도르트문트는 지그날 이두나 파크 홈에서 열린 인테르와의 경기에서 전반에만 2실점을 허용하면서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도르트문트는 후반 들어 3골을 몰아넣으며 3-2 역전승에 성공했다. 그 중심엔 바로 공격형 풀백으로 정평이 나있는 하키미가 있었다.
하키미는 후반 6분경 마리오 괴체의 크로스를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추격하는 골을 넣었다. 이어서 도르트문트는 후반 19분경, 공격수 파코 알카세르가 교체 출전하자마자 가로채기를 성공시켰고, 이를 잡은 공격형 미드필더 율리안 브란트가 골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경기의 대미를 장식한 건 하키미였다. 경기 종료 13분을 남기고 하키미는 측면을 돌파하다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제이든 산초에게 패스를 주고선 그대로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해 들어갔고, 산초의 리턴 패스를 슈팅으로 가져가면서 천금 같은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결국 도르트문트는 하키미의 멀티골에 힘입어 0-2로 지고 있던 경기를 3-2로 뒤집었다. 도르트문트가 챔피언스 리그 무대에서 2골 차로 지고 있다가 역전승을 거둔 건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도르트문트는 이번 시즌 챔피언스 리그 조별 리그 4경기에서 5골을 넣고 있다. 이 중 4골을 하키미 홀로 독식하고 있다. 하키미 덕에 2승 1무 1패로 인테르를 제치고 F조 2위를 달리고 있는 도르트문트이다.
참고로 그의 원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그는 임대 신분으로 도르트문트에서 뛰고 있다)는 챔피언스 리그에서 3골에 그치고 있다. 즉 하키미가 팀보다 더 많은 골을 넣고 있는 셈이다.
이번엔 첼시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첼시는 스탬포드 브릿지 홈에서 열린 아약스와의 경기에서 55분경까지만 하더라도 무려 4실점을 허용하면서 1-4로 패색이 짙어있었다. 특히 왼쪽 풀백 마르코스 알론소가 아약스 공격형 미드필더 하킴 지예흐에게 속칭 농락당하다시피 했다. 이에 프랭크 램파드 첼시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알론소를 빼고 유스 출신 만 19세 풀백 리스 제임스를 교체 출전시켰다. 제임스가 오른쪽 풀백으로 위치하면서 베테랑 풀백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가 왼쪽으로 이동했다.
이는 주효했다. 먼저 후반 17분경, 크리스티안 풀리식의 측면 돌파에 이은 땅볼 크로스를 타미 아브라함이 슬라이딩 슈팅으로 가져간 걸 먼 포스트로 쇄도해 들어가던 아스필리쿠에타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킨 것.
아스필리쿠에타의 골과 함께 기세가 오른 첼시는 후반 23분경 상대 핸드볼 반칙에 이은 조르지뉴의 페널티 킥으로 1골 차까지 추격했다. 이어서 후반 28분경 윌리안의 코너킥을 커트 주마가 헤딩 슈팅으로 연결한 게 골대 맞고 나오자 제임스가 루즈 볼을 잡아선 골을 성공시키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참고로 제임스는 만 19세 332일의 나이에 골을 넣으면서 첼시 구단 역대 최연소 챔피언스 리그 득점자로 등극하는 영예를 얻었다.
아스필리쿠에타는 경기 종료 12분을 남긴 시점에 다시 한 번 골을 넣었으나 이는 아쉽게도 아브라함의 핸드볼 반칙이 선언되면서(조르지뉴의 중거리 슈팅이 아브라함 맞고 굴절된 걸 아스필리쿠에타가 잡아서 골을 넣었다) 취소가 됐고 결국 양 팀의 승부는 4-4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비록 역전엔 실패했으나 첼시는 두 풀백의 활약 덕에 3골 차로 지고 있는 경기를 무승부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2005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리버풀이 AC 밀란에게 0-3으로 지고 있다가 3-3 무승부를 만들면서 승부차기 끝에 우승했다) 이후 처음으로 잉글랜드 구단이 챔피언스 리그 무대에서 3골 차로 지고 있다가 따라잡은 것이기도 하다.
그 외 올랭피크 리옹은 경기 시작하고 4분 만에 오른쪽 풀백 레오 두보이스의 크로스를 요아킴 안데르센이 헤딩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으면서 3-1로 승리했다. 리버풀은 로버트슨 휴식 차원에서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한 베테랑 제임스 밀너가 날카로운 크로스로 14분경 조르지니오 바이날둠의 선제골에 간접적으로 기여(밀너의 크로스가 상대 수비 맞고 굴절된 걸 바이날둠이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켰다)하면서 2-1 신승을 거두었다. 발렌시아 역시 1-1 동점 상황에서 경기 종료 8분을 남기고 왼쪽 풀백 호세 가야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릴 수비수 아다마 수마오로가 태클로 저지하려다 자책골을 허용하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발렌시아는 경기 막판 골을 몰아넣으면서 4-1 대승을 기록했다.
이렇듯 풀백들이 중요한 순간 결정적인 플레이로 골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팀에 승리 내지는 무승부를 선사했다. 승부의 키를 풀백들이 잡고 있다.
# 역대 풀백 최고 이적료 TOP 5
1위 주앙 칸셀루(맨시티): 6500만 유로
2위 벤자맹 망디(맨시티): 5750만 유로
3위 아론 완-비사카(맨유): 5500만 유로
4위 카일 워커(맨시티): 5270만 유로
5위 페를랑 망디(레알): 4800만 유로
# 역대 포지션별 최고 이적료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첼시, 8000만 유로)
중앙 수비수: 해리 매과이어(맨유, 8700만 유로)
풀백: 주앙 칸셀루(맨시티, 6500만 유로)
수비형 미드필더: 로드리(맨시티, 7000만 유로)
중앙 미드필더: 폴 포그바(맨유, 1억 500만 유로)
공격형 미드필더: 필리페 쿠티뉴(바르사, 1억 4500만 유로)
측면 공격수: 네이마르(PSG, 2억 2200만 유로)
중앙 공격수: 킬리앙 음바페(PSG, 1억 3500만 유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