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한만성 기자 = 손흥민이 합류해도 전반적인 팀 진형에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대표팀 공격의 열쇠는 양 측면 수비수가 쥐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7일(한국시각) UAE 두바이의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리핀과의 2019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C조 1차전 경기에서 1-0 진땀승을 거뒀다. 경기 양상은 예상대로 흘러갔다. 주도권을 쥔 한국이 공격하면, 필리핀이 밀집 수비를 펼치는 과정이 계속됐다. 문제는 한국이 수비 진영 깊숙이 블록을 쌓은 필리핀을 뚫어낼 방법을 좀처럼 찾지 못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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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의 패스 기록을 살펴보면 한국 대표팀이 실마리를 푸는 데 얼마나 어려움을 겪었는지를 알 수 있다. AFC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날 점유율 80%를 넘긴 한국이 필리핀을 상대로 기록한 최다 패스 콤비네이션(pass combination) 빈도는 다음과 같다. 대표팀은 수비 진영에서 중원으로, 중원에서 측면으로, 그리고 측면에서 다시 수비 진영으로 돌아가는 패턴을 계속했다.
# 필리핀전 패스 콤비네이션
24회 - 김영권이 정우영에게
22회 - 정우영이 이용에게
19회 - 이용이 정우영에게
19회 - 김민재가 정우영에게
17회 - 김민재가 김영권에게
후방에서 시작되는 빌드업을 중시하는 벤투 감독의 시스템을 고려할 때, 이날 유독 기성용이 후방 빌드업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 기록 자체는 크게 이상하지 않다. 대표팀은 중앙 수비수 김영권이 후진 배치된 중앙 미드필더 정우영에게 패스를 연결하면, 정우영이 오른쪽 측면으로 넓게 벌려 전진하는 이용을 통해 공격을 전개하는 방식으로 상대를 공략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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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이러한 공격 작업을 효과적으로 펼치려면 양 측면 수비수의 볼 운반이 원활해야 한다. 공격진 왼쪽의 황희찬과 오른쪽의 이재성은 중앙중심적인 움직임을 지향하는 자원이다. 이는 곧 토트넘에서 합류하게 될 손흥민 또한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이 밀집된 상대 수비진에 균열을 내려면 양 측면 높은 위치에 선 김진수와 이용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AFC위 그림은 필리핀전 양 팀의 평균 포지션(한국이 노란색, 필리핀이 파란색)이다. 양 측면 공격수 황희찬(11번)과 이재성(10번)은 사실상 중앙 자원에 더 가까웠다. 이 때문에 공격에 넓이를 더해줄 선수는 이용(2번)과 김진수(3번)뿐이었다. 공간이 발생한 측면에서 이용이나 김진수가 드리블 돌파 후 정확한 크로스, 혹은 대각선으로 찔러주는 패스로 공격을 풀어줘야 하는 역할을 맡은 셈이다.
그러나 이용과 김진수의 패스 기록을 살펴보면 두 선수 모두 공격수들에게 패스를 공급하는 역할을 효과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이날 선수별 패스 횟수는 오른쪽 풀백 이용이 70회, 왼쪽 풀백 김진수가 57회를 기록했다. 그러나 정작 이용과 김진수가 필리핀전에서 공격진에 포진한 선수에게 연결한 패스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 필리핀전 이용 패스 기록
19회 - 정우영에게
13회 - 김민재에게
6회 - 기성용에게
6회 - 황인범에게
5회 - 구자철에게
5회 - 이재성에게
4회 - 황의조에게
4회 - 주세종에게
3회 - 이청용에게
3회 - 황희찬에게
2회 - 김승규에게
이용이 기록한 패스 중 대다수는 후방에 배치된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에게 돌아갔거나, 아예 중앙 수비수 김민재를 향했다. 이날 정우영은 이용에게, 김민재는 정우영에게 패스를 연결한 빈도가 높은 점을 고려하면, 필리핀전 대표팀의 공격 패턴은 후방 중앙 지역과 오른쪽 측면 부근을 벗어나는 데 실패했다는 뜻이다. 그나마 왼쪽 측면 수비수 김진수는 2선에서 움직이는 황희찬을 향해 비교적 많은 패스를 기록했다. 이 덕분에 황희찬이 무뎌진 대표팀의 공격진 안에서 속도감을 살려 상대를 공략하는 장면이 간헐적으로 연출됐다.
# 필리핀전 김진수 패스 기록
12회 - 정우영에게
10회 - 황희찬에게
7회 - 이청용에게
6회 - 김영권에게
5회 - 황의조에게
4회 - 구자철에게
3회 - 이재성에게
2회 - 이용에게
2회 - 김민재에게
2회 - 황인범에게
다만, 결과적으로 좌우 풀백 이용과 김진수는 상대의 위험 지역으로 패스를 공급하는 데 실패했다. 두 선수의 패스 동선을 봐도 공격 진영 측면에서 다시 중원, 혹은 수비 진영으로 돌려주는 횡패스가 수없이 많았다. 반면 이용과 김진수 모두 공격 진영 중앙 지역이나 페널티 지역 안으로 연결한 패스는 극히 적었다.

[위 그림] 이용(2번)과 김진수(3번)의 연결된 패스 동선. 공격 방향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처럼 이용과 김진수가 공격 진영으로 투입한 패스는 대다수 상대 수비수에게 차단됐다. 이 중 두 선수가 문전으로 띄워준 크로스는 사실상 전부 다 상대 수비진에 막혔다. 유럽 빅리그를 기준으로 해도 크로스는 성공률이 20~30%에 불과한 비효율적인 공격 방식이지만, 이날 이용과 김진수가 공격 진영 측면에서 페널티 지역 안으로 올린 수많은 크로스 중 연결된 패스는 약 3개에 불과했다.

[위 그림] 이용(2번)과 김진수(3번)의 차단된 패스 동선. 공격 방향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용과 김진수는 K리그의 절대강자 전북에서 수준급 측면 공격력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용은 2018년 시즌 도움만 무려 9개를 기록하며 K리그1 MVP 후보로 선정된 선수다. 그러나 대표팀에서는 공격수들과의 호흡, 상대 수비의 성향 등이 이들이 소속팀에서 경험한 것과는 크게 다르다. 대표팀이 59년 만에 아시안컵 트로피를 들기 위해선 이용과 김진수의 발끝이 더 날카로워야 한다.
크로스가 정확한 왼쪽 측면 수비수 홍철이 곧 몸상태를 회복하면 대표팀의 측면 공격이 활력을 되찾을 수도 있다. 벤투 감독 또한 지난달 아시안컵 명단을 발표하며 "왼쪽 측면 수비수 자리의 첫 번째 옵션은 홍철"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홍철은 발목 부상을 회복한 후 이제 막 복귀해 아직 몸상태를 장담할 수 없다.
사진=대한축구협회(KFA)
자료=아시아축구연맹(AF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