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대한축구협회

벤투볼의 컨셉, 교체 횟수 적고 타이밍 늦은 이유

▲'벤투볼'의 키워드는 변화 아닌 현상유지와 관찰
▲벤투호, 최근 7경기 연속으로 60분 전 교체 없다
▲단, 두 경기 연속 똑같은 베스트11 나온 적 없다

[골닷컴] 한만성 기자 = 파울루 벤투 감독은 변화보다는 최대한 오랜 시간 현상을 유지하며 팀 전술과 선수 개개인의 활약을 점검하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은 7일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서 호주를 상대한 평가전을 황의조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로 장식했다. 이날 벤투 감독은 한국 사령탑으로 부임한 후 단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3-4-1-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새로운 전술을 소화한 선수들은 이날 호주의 강한 중원 압박에 시달리며 공격 전개를 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반대로 벤투 감독의 실험에는 김민재, 김영권, 권경원이 구성한 백스리와 황인범과 주세종이 미드필드 깊숙한 위치에서 자리를 지킨 팀 수비는 좀처럼 상대에 기회를 헌납하지 않는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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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은 이날 평가전에서 팀당 주어지는 교체카드 6장 중 단 3장만을 활용했다. 그는 67분 황희찬을 대신해 황의조를 투입했으며 73분 나상호와 홍철을 각각 이재성과 김진수 대신 출전시켰다. 반면 그래엄 아놀드 호주 감독은 주전 공격수 3명과 미드필더 브랜던 오닐, 수비수 매튜 저먼과 아지즈 베히치를 모두 교체하며 전방위적으로 변화를 추구했다.

한국은 벤투 감독이 데뷔전을 치른 지난 9월부터 이날까지 평가전(아시안컵 제외) 총 10경기를 치렀다. 이 중 벤투 감독이 교체카드 6장을 모두 다 쓴 횟수는 5경기(50%)에 불과하다. 대개 평가전이 교체 선수가 많은 실험 무대인 점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보수적인 팀 운영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신태용 감독은 2018년 월드컵 본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도 대표팀을 이끌고 치른 평가전 13경기 중 8경기(61.5%)에서 6명을 교체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역시 부임 초기에 치른 평가전 10경기 중 7경기(70%)에서 교체카드 6장을 모두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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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이 교체카드 6장을 모두 쓴 마지막 평가전은 작년 11월 호주 브리즈번에서 치른 우즈베키스탄전이었다. 이마저도 그는 당시 한국이 전반에만 2골을 터뜨리며 여유 있게 앞서가자 52분 남태희, 63분 권경원을 투입했을 뿐 나머지 교체카드 4장은 70분 이후에 활용했다. 게다가 벤투 감독은 지난 11월 우즈베키스탄전 후 치른 최근 평가전 7경기 연속으로 60분 전에는 자신이 내세운 선발 11명을 단 한 번도 교체한 적이 없다. 심지어 그는 한국 대표팀을 맡은 후 아시안컵을 포함해 치른 총 15경기 중 8경기에서 종료 휘슬까지 30분을 남겨둔 60분 전까지 교체카드를 활용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일각에서는 벤투 감독이 지나치게 변화에 인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만, 벤투 감독은 평가전에서 최대한 많은 선수를 투입해 변화를 주며 다양한 조합을 실험하기보단 훈련을 통해 경기에 준비한 베스트11을 최대한 오래 지켜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 김판곤 위원장은 작년 벤투 감독 선임 후 국내 언론을 통해 자신이 직접 선수들과 대화를 나눈 결과 팀 훈련의 질이 높은 지도자를 대표팀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하는 데 중점을 두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벤투 감독은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후 각자 역할이 세분화 된 코칭스태프와 동행했고, 드론을 활용해 영상 촬영을 하는 등 팀 훈련의 질적 향상을 추구하는 데 공을 들였다.

오히려 벤투 감독은 경기 도중 교체로 변화를 주는 데는 신중하지만, 상대의 성향에 따라 대개 비공개로 진행되는 팀 훈련을 통해 선발하는 매 경기 선발 라인업을 바꾸는 빈도가 높은 편이다. 한국 대표팀은 벤투 감독이 부임한 후 지난 약 1년간 단 한 차례도 두 경기 연속으로 똑같은 선발 라인업을 구성한 적이 없다. 단, 벤투 감독은 경기가 시작되면 일단 자신이 선발한 11명을 최대한 지켜본다.

현재 팀 성적 또한 경기 도중 변화가 적었을 때 더 좋은 편이다. 벤투 감독 체제의 한국은 평가전 10경기 중 교체카드 6장을 모두 활용하지 않은 경기에서 4승(우루과이, 볼리비아, 콜롬비아, 호주) 1무(사우디아라비아)로 승률 80%를 기록 중이다. 반면 교체카드 6장을 모두 활용한 5경기에서 한국은 2승(코스타리카, 우즈베키스탄) 3무(칠레, 파나마, 작년 11월 호주)로 승률이 40%에 그쳤다.

이뿐만 아니라 벤투 감독의 교체 횟수가 적은 편인 점을 고려하면, 그가 후반에 투입하는 선수들이 적재적소에 필요한 변화를 가져온 것 또한 사실이다. 이날 호주를 상대로도 후반에 나란히 교체 투입된 홍철과 황의조가 크로스에 이은 원터치 마무리로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지난 11월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교체 투입된 문선민과 석현준이 나란히 득점했고, 이진현은 도움을 기록했다. 아시안컵 16강 바레인전에서는 연장전에 교체 투입된 김진수가 결승골을 뽑아냈으며 3월 콜롬비아전에서는 2-1로 근소하게 앞선 후반 막판에 권경원을 투입해 백스리로 수비를 강화하며 승리를 지켰다.

물론 평가전의 결과만을 가리켜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팀 운영 방식을 100% 옹호할 수는 없다. 지난 1년간 잇따른 대표팀 차출과 소속팀 일정을 병행한 데다 장거리 비행으로 체력적으로 지쳐 있는 황인범, 손흥민 등의 풀타임 출전은 우려할 만한 요인이다. 특히 황인범은 최근 들어 소속팀 밴쿠버 화이트캡스에서 체력 안배를 위해 출전 시간을 제한하기도 했다. 단, 그는 호주전 풀타임 출전에 이어 오는 11일 이란전을 마친 후 바로 캐나다로 돌아가 여전히 MLS 시즌(3~10월)이 진행 중인 소속팀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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