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서호정 기자 = 한국인 축구 감독들이 베트남 축구의 주류로 향하고 있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한 데 이어 정해성 감독도 베트남 프로축구(V리그) 최고 명문 구단인 호앙안잘라이(HAGL FC)의 총감독으로 부임했다.
지난 6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사임과 함께 대표팀 수석코치직에서 물러나 모교인 서울 중앙고 축구부를 이끌었던 정해성 감독은 12일 국내에서 HAGL 구단 관계자와 만나 계약을 체결했다. 팀의 1군 뿐 아니라 유소년을 육성하는 아카데미까지 모두 총괄한다. 정해성 감독도 오랜 지도자 생활로 쌓은 기술과 노하우를 모두 쏟겠다는 데 뜻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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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GL은 베트남에서 가장 선진적인 시스템과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구단으로 유명하다. 올 시즌은 V리그 12위에 그치며 부진하지만 축구 사랑이 남다른 응우옌 득 회장이 과감한 투자를 거듭하며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돋보이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아스널과 함께 만든 HAGL JMG 아스널 아카데미는 베트남 축구의 유망주 사관학교로 유명하다. 현재 강원FC에서 뛰는 베트남 최고의 유망주 쯔엉도 바로 이 아카데미와 HAGL 성인팀을 거쳤다.
베트남 V리그에 한국 감독이 진출한 것은 최윤겸 감독에 이어 정해성 감독이 두번째다. 최윤겸 감독도 2011년부터 3년 간 HAGL의 지휘봉을 잡았다. 또한 성인 대표팀과 23세 이하 대표팀을 함께 이끄는 박항서 감독과 더불어 베트남 축구 발전의 핵심에 두 한국인 지도자가 서게 됐다. 공교롭게 박항서 감독과 정해성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는 한국인 코치들로서 4강 신화에 기여했다.
쯔엉의 K리그 진출에 이어 진정한 의미의 축구 한류가 베트남에 부는 셈이다. 박항서 감독과 정해성 감독의 잇단 베트남 진출을 이끈 것은 디제이 매니지먼트다. 긴 시간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무대에서 한국 축구와 접점을 만들어 온 회사다. 쯔엉의 국내 에이전시이기도 하다.
베트남 축구는 웅비를 꿈꾼다. 베트남 남자들은 오토바이와 축구에 가장 환장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축구 열기가 뜨겁다. 최근 경제 성장과 맞물려 축구에 대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 선수들도 여럿 진출했고, AFC 챔피언스리그 등에서도 두각을 보였다.
선진 축구 접목을 위해 처음엔 유럽과 남미 지도자를 주목했다. 하지만 큰 결실을 보지 못했다. 문화권이 비슷한 아시아를 주목했다. 일본, 태국 지도자가 왔지만 큰 반향이 없었다. 길을 찾는 베트남 축구가 노크한 것은 한국 축구다.
박항서, 정해서 두 감독에게도 중요한 기회지만, 한국 축구에게도 큰 기회다. 축구 한류를 동남아 시장에 퍼트릴 수 있는 중요한 계기다. 베트남 축구의 메인 스트림에 선 두 한국 지도자가 미칠 영향력은 향후 한국 축구를 바라보는 중요한 시각으로 작용한다.
지난 7월 K리그가 베트남 23세 이하 대표팀(SEA게임 대표팀)을 상대로 올스타전을 치를 때 내세운 명분 중 하나가 축구 한류였다. 하지만 일회성 이벤트였고, 준비가 부족해 0-1로 패하며 망신만 당했다. 지도자의 역할은 다르다. 긴 시간 호흡하고 접촉하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해하고, 그들을 돕는다면 한국 축구를 향한 베트남 축구의 문호는 더 넓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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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정해성 두 감독에게는 스승인 히딩크 감독이 중요한 힌트가 될 수 있다. 2002년에 히딩크 감독은 한국 축구의 체질과 시선을 모두 개선시키고 월드컵에서 성과를 냈다. 그 뒤 한국 축구는 네덜란드 축구를 신뢰하고 기대했다. 히딩크 감독 이후 3명의 네덜란드 지도자(본프레레, 아드보카트, 베에벡)가 한국 축구에 영향을 미쳤다.
베트남 축구는 한국 축구에 신뢰를 보내며 박항서, 정해서 감독에게 대표팀과 클럽팀 사상 최고 대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한국인 지도자에겐 이번 베트남행이 각자의 성공을 위한 의지와 노력 외에도 한국 축구를 대표하고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이 더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