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감독 "황인범, MLS 최고의 미드필더 모습 봤다"

댓글 (0)
Marc Dos Santos, Vancouver
Ryan Wi, Goal Korea
▲밴쿠버 화이트캡스 마크 도스 산토스 감독 현장 인터뷰 ▲황인범, 최근 일주일 이동거리만 1만km 달하는 살인 일정 ▲도스 산토스 감독 "우리에게는 선수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골닷컴, 미국 뉴저지 해리슨] 한만성 기자 = 밴쿠버 화이트캡스 사령탑 마크 도스 산토스 감독은 1년이 넘도록 휴식 없이 달린 황인범(22)을 걱정하면서도, 그가 보여준 능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요 뉴스  | "​[영상] 피구, "음바페는 호날두, 호나우두의 10대 때와 동급""

MLS 역사상 네 번째 한국 선수(홍명보, 이영표, 김기희 이후) 황인범이 북미 프로축구 무대를 누빈지도 이제 약 3개월이 지났다. 게다가 황인범은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MLS가 자체적으로 도입한 샐러리캡 제도에 구애받지 않는 고액 연봉자를 뜻하는 '지정 선수(Designated Player)'다.

그러나 황인범은 최근 소속팀 밴쿠버가 치른 두 경기 연속으로 교체 투입됐다. 얼핏 보면 그의 팀 내 입지가 흔들린 게 아닌지 의구심이 생길 수도 있다.


주요 뉴스  | "​[영상] Goal 50 1위 모드리치 "챔스 4연속 우승 도전할 것""

단, 이러한 우려에 도스 산토스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도스 산토스 감독은 황인범이 밴쿠버 이적에 앞선 시점부터 지난 1년간 K리그, 한국 23세 이하 대표팀, A대표팀 등의 일정을 병행하며 피로가 누적된 점을 먼저 언급했다. 이어 그는 MLS는 지역 특성상 원정팀의 이동거리가 긴 점을 가리키며 이 모든 경험이 황인범에게는 새롭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황)인범은 2018년 3월부터 긴 휴식을 아예 갖지 못했다. 그는 지난 1년간 거의 60경기에 출전했다. 그는 많은 경기를 소화하는 와중에 대표팀에 차출돼 아시안게임, 아시안컵에 출전하며 이곳저곳 이동해야 했고, 새로운 팀과 계약을 맺고 처음으로 해외 진출을 경험하고 있다. 이후 새로운 구단, 새로운 문화, 새로운 나라에 적응하면서도 대표팀 친선경기 일정도 꾸준히 소화했다. 이처럼 큰 변화와 바쁜 일정이 매우 짧은 기간 안에 이뤄지고 있다. 6월이 되면 MLS는 휴식기에 돌입하는데, 인범은 한국으로 날아가 대표팀 경기에 출전한다. 그는 전혀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밴쿠버는 최근 7일 사이 밴쿠버, 캔자스 시티, 뉴욕을 거치며 9743.3km를 이동했다. 경유지, 숙소와 훈련장, 경기장 등까지 계산하면 밴쿠버가 소화한 이동거리는 1만km가 넘는다. 게다가 밴쿠버는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각) 캔자스 시티 원정을 마친 후 현지 날씨 탓에 비행기가 취소되는 변수에 직면했다. 이 때문에 밴쿠버는 23일 뉴욕 레드불스전이 열린 경기 당일 현지에 도착했다.

이 때문에 도스 산토스 감독은 황인범이 내달 대표팀에 차출되면 아예 그에게 휴가를 부여할 계획이다. 즉, 황인범은 내달 호주와 이란을 상대하는 대표팀 일정을 소화한 후 바로 밴쿠버로 복귀하지 않고 국내에서 약 4일간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인범을 쉬게해줄 최적의 시간을 찾고 있다. 아마 그가 한국에 가게 될 가능성이 큰 다음달이 그 시점일 것이다. 인범이 대표팀에 차출되면, 그는 한국에서 경기를 소화한 후 쉬어야 한다. 나는 그가 4일간 한국에서 쉴 수 있게 휴가를 줄 것이다. 지금 MLS의 일정이 매우 촉박하다. 우리에게는 그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날 경기 전 본 기자와 만난 밴쿠버 구단 전문기자 셸든 로저스는 "우리는 인범의 경기력에도 만족하고 있다"며, "그런데 그는 한국에서도 자신에게 이렇게 높은 기준을 적용하는 선수였나? 잘하고 있는데도 본인은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보기 안쓰러울 정도다. 팀이 그에게 기대하는 건 골이나 도움이 아닌 중원에서 보여주는 단단함과 영리함이다. 지금도 충분히 훌륭하다"고 말했다.

황인범은 현재 한국 대표팀에서는 물론 과거에도 K리그에서 '해결사'보다는 공수를 조율하는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그는 밴쿠버로 이적한 후 자신이 직접 "결과를 가져오는 선수가 돼야 한다"며 스스로 책임감을 짊어지겠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밴쿠버는 황인범을 샐러리캡에 구애받지 않는 고액 연봉자를 뜻하는 'DP(지정 선수)'로 영입했다. 이에 황인범은 지난달 현지 언론을 통해 "나는 용병(외국인) 신분으로 여기에 왔다. 스스로 결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히려 도스 산토스 감독은 황인범이 스스로 짊어진 부담감을 덜어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황인범 또한 지난달 캐나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계속 감독님과 대화하면서 절대 부담감을 갖지 말라는 조언을 들었다. (감독님께) 너무너무 감사드린다. 감독님이 내게 '너는 루니도 아니고, 이브라히모비치도 아니다. 너는 황인범처럼 하면 된다'며 부담감을 덜어주셨다"고 밝혔다.

도스 산토스 감독의 조언은 황인범에게 '현실을 직시하라'는 냉정한 말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그의 말에는 더 깊은 뜻이 있다. 도스 산토스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LA 전지훈련 도중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황인범이 내게 받게 될 부담감은 절대 없을 것이다. 내게는 그를 영입한 것 자체가 성공이기 때문이다. 그가 지금껏 해온 축구를 그대로 하면서 성장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그는 황인범이 골이나 도움을 기록하는 것보다는 예전부터 해온대로 능숙한 경기 운영 능력만 보여줘도 충분히 팀에 도움이 될 만한 선수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도 도스 산토스 감독은 지금도 충분히 황인범의 경기력에 만족하고 있지만, 앞으로 그가 보여줄 능력에 더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인범의 최고 모습은 2019년이 아닌 2020년에 보게 될 것이다. 여전히 그는 많은 부분에 적응을 하는 단계에 있다. 인범에게는 휴식도 필요하다. 그가 충분히 쉬고 프리시즌을 소화할 다음 시즌이 더 기대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단, 올 시즌에도 나는 인범이 MLS 최고의 8번(중앙 미드필더)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종종 보고 있다."

도스 산토스에게도 올해는 1부 리그 단계에서 코치가 아닌 감독으로 경험하는 첫 번째 시즌이다. UEFA A 자격증을 보유한 그는 과거 유럽 명문구단 포르투, 첼시 유소년 아카데미 코치로 활약했다. 그는 포르투와 첼시 외에도 브라질 명문 팔메이라스 유소년 아카데미 기술이사직을 역임한 경력도 자랑한다. 그는 작년에는 MLS 신생팀 LAFC 수석코치로 활약한 뒤, 올해 밴쿠버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황인범이 선수로 적응 중인 MLS에서 도스 산토스는 감독으로 비슷한 단계를 거치고 있는 셈이다. 밴쿠버는 이날 뉴욕 레드불스와 2-2로 비겼다.

"나 또한 인범처럼 MLS에 대해 배우고 있다. MLS는 이동거리와 경기 일정이 매우 러프한 리그다. 나도 배워야 하는 게 많다. 이와 같은 일정을 소화하며 선수층을 100% 활용하는 방법과 그동안 중용하지 않은 선수에게도 적절한 기회를 방식을 배우고 있다. 우리는 오늘 경기 당일 새벽 4시에 뉴욕에 도착했다. 어제 우리의 상태를 봤더라면 오늘 경기에서 우리가 승점을 따낼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경기를 통해 선수들의 정신력에 대해 배움을 얻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