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발롱도르 투표 22위
▲역대 아시아 선수 중 최다 득표
▲그리스 기자 "손흥민, 살라보다 낫다"
[골닷컴] 한만성 기자 = 손흥민(27)이 한국뿐만이 아니라 아시아 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아시아 축구의 역사가 새로 쓰인 곳은 지난 3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9년 발롱도르 시상식이었다. 발롱도르는 매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축구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상이다. 발롱도르 투표는 총 176개국에서 대표로 선정된 언론인이 각자 올해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 다섯 명에게 1~5위 순위를 매겨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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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올해 발롱도르 투표 결과 총 4점을 획득하며 22위에 올랐다. 유하 카네르바(핀란드), 마노스 스타라모풀로스(그리스), 에미르 알레티치(보스니아), 위원석(한국) 기자가 각각 손흥민을 5순위 선수로 지목했다. 손흥민(한국, 토트넘)은 위고 요리스(프랑스, 토트넘), 칼리두 쿨리발리(세네갈, 나폴리), 마르크-안드레 테어 슈테겐(독일, 바르셀로나), 카림 벤제마(프랑스, 레알 마드리드), 조르지니오 바이날둠(네덜란드, 리버풀), 주앙 펠릭스(포르투갈, 벤피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마르퀴뇨스(브라질, PSG), 도니 반 더 비크(네덜란드, 아약스)보다 높은 순위에 자리했다.
'골닷컴 코리아'는 발롱도르 투표 결과가 공개된 후 손흥민을 뽑은 핀란드 일간지 '일타-사노마트' 카네르바 기자, 그리스 일간지 '디모크라티아' 스타라모풀로스 기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카네르바 기자는 1~5위 순으로 버질 반 다이크,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두산 타디치, 손흥민을 지목했다. 스타라모풀로스 기자는 반 다이크, 사디오 마네, 호날두, 손흥민에게 투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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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노스 스타라모풀로스 기자
스타라모풀로스 기자는 1988년부터 발롱도르 투표권을 행사한 베테랑 언론인이다. 그는 현재 발롱도르 심사위원으로 가장 오래 활동한 언론인이다. 발롱도르 시상식을 주관하는 프랑스 축구 전문지 '프랑스 풋볼'은 이를 이유로 지난달 잡지에 스타라모풀로스 기자와의 인터뷰를 게재하기도 했다. 현재 스타라모풀로스 기자는 '프랑스 풋볼'을 비롯해 포르투갈과 스페인 스포츠 일간지 '아 볼라'와 '문도 데포르티보'의 그리스 특파원이다. 그는 발롱도르 외에도 축구 월간지 '월드 사커'와 영국 정론지 '가디언'이 각각 선정하는 올해의 선수 심사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프랑스 풋볼이 발롱도르 심사위원에게 기대하는 기준을 바탕으로 손흥민을 지목했다. 선수 개개인의 기록도 봤지만, 그의 팀 기여도 또한 고려 대상으로 적용해야 한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는 월드컵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축구 대회다. 챔피언스 리그에서 보여준 개인적인 활약, 팀의 성적이 나의 발롱도르 투표 기준이다. 손흥민의 경기력은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는 지난 시즌 대단한(amazing) 활약을 했다. 전 세계 클럽 축구에서 가장 큰 대회인 챔피언스 리그에서 토트넘이 결승까지 가는 데 도움을 준 선수가 손흥민이다." (스타라모풀로스 기자)
카네르바사진=유하 카네르바 기자
카네르바 기자는 2012년부터 발롱도르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일타-사노마트' 외에도 핀란드 공영방송 'YLE'의 주간 축구 프로그램 '얄키히키' 패널, 스포츠 주간지 '우레일루레흐티' 칼럼니스트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 2015년에는 올해의 핀란드 스포츠 기자 후보로 선정됐다.
"득점 기록만 보고 발롱도르 투표를 할 수는 없다. 1년간 선수 개개인이 보여준 포괄적인 경기력이 더 중요하다. 수비수에게도 골을 많이 넣은 공격수만큼 발롱도르를 수상할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기록뿐만이 아니라 활동량은 물론 팀을 위해 헌신하는 점이 돋보이는 선수다. 게다가 그는 지난봄(챔피언스 리그)에는 중요한 골도 많이 기록했다." (카네르바 기자)
지난 시즌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한 팀은 리버풀이다. 카네르바, 스타라모풀로스 기자는 이를 이유로 리버풀 수비수 반 다이크에게 1순위로 지목했다. 그러나 리버풀 공격진을 구성한 마네와 살라 또한 팀이 유럽 챔피언으로 등극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카네르바 기자는 공격수로는 메시, 호날두, 타디치만을 손흥민보다 앞선 순위로 지목했다. 스타라모풀로스 기자는 마네, 호날두 다음으로 손흥민을 꼽았다.
"리버풀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에 가장 크게 기여한 선수로 반 다이크를 뽑았다. 이 외 선수들은 리버풀 외에 인상적인 시즌을 장식한 팀 선수에게 수상 기회가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많은 팀, 그리고 많은 국가의 선수들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게 옳다. 손흥민의 지난 시즌은 훌륭했다. 그가 세운 업적을 존중해주고 싶었다. 솔직히 핀란드에서 손흥민은 큰 인기가 있는 선수는 아니다. 핀란드에서는 노리치 시티에서 활약 중인 공격수 티무 푸키가 가장 유명한 프리미어 리그 선수다. 그러나 핀란드의 토트넘 팬들은 당연히 손흥민을 크게 추앙(great devotion)한다." (카네르바 기자)
"손흥민을 뽑은 이유는 단순하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대다수 선수보다 훨씬 더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가 살라보다 낫다고 판단했다. 살라는 두 시즌 전 훌륭했지만, 지난 시즌에는 손흥민이 더 좋았다. 그리스 축구 팬들도 손흥민을 보며 갈수록 높은 곳으로 가는 위대한 스트라이커의 성장세를 실감하고 있다." (스타라모풀로스 기자)
과거에도 아시아 선수가 발롱도르 후보로 선정된 사례는 몇 차례 있었다. 나카타 히데토시(1998년, 1999년, 2001년), 이나모토 준이치, 설기현(이상 2002년), 박지성(2005년), 팀 케이힐(2006년), 유니스 마흐무드, 나카무리 순스케(이상 2007년)가 발롱도르 후보로 선정됐다. 그러나 이 중 득표를 기록한 선수는 2007년 전쟁 중인 이라크를 아시안컵 정상으로 이끈 유니스 마흐무드뿐이었다. 단, 유니스 마흐무드는 당시 단 한 표를 받았다. 반면 손흥민은 올해 네 표를 받으며 아시아 축구 역사상 발롱도르 투표에서 가장 많은 득표율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