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21C 최연소 2도움' 이강인, 플레이메이커의 진수 보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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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렌시아, 레반테전 4-2 승 ▲ 이강인, 만 19세 207일에 2도움 올리며 구단 역대 21세기 최연소 라리가 멀티 도움 ▲ 이강인, 패스 성공률 94.4% & 키패스 4회(전체 1위)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발렌시아의 새로운 플레이메이커 이강인이 프리메라 리가(이하 라리가) 개막전에서 2도움을 올리는 맹활약을 펼치면서 4-2 승리의 초석을 마련했다.

발렌시아가 메스타야 홈에서 열린 레반테와의 2020/21 시즌 라리가 개막전에서 난타전 끝에 4-2로 승리했다. 

발렌시아는 2019/20 시즌이 끝나고 측면 공격을 이끌었던 '신성' 페란 토레스가 맨체스터 시티로, 오랜 기간 주전 공격수로 활약했던 로드리고가 리즈 유나이티드로 이적했고, 중원의 키를 잡고 있었던 다니 파레호와 프란시스 코클랭이 동시에 비야레알로 떠났다. 가브리엘 파울리스타와 함께 발렌시아 중앙 수비를 책임지던 베테랑 수비수 에세키엘 가라이는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심각한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계약 만료로 팀과 작별을 고했다. 자연스럽게 선발 라인업과 전술 틀에 큰 변화가 발생할 수 밖에 없었던 발렌시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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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는 2017년 마르셀리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래로 지난 시즌까지 기본적으로 4-4-2 포메이션을 활용했다. 파레호가 중원에서 패스 플레이에 주력한다면 다른 한 명의 중원 파트너(코클랭을 위시한 선수들) 수비에 집중하는 모양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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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 그라시아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은 발렌시아는 기본 포메이션에선 차이가 없었다. 레반테와의 개막전에서도 4-4-2를 가동한 발렌시아이다. 막시 고메스와 이강인이 투톱으로 포진했고, 곤살로 게데스와 유스팀 유망주 유누스 무사가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으며, 조프리 콘도그비아와 비센테 에스케르도가 허리 라인을 형성했다. 호세 가야와 다니엘 바스가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고, 파울리스타의 중앙 수비수 파트너로는 엘리아킴 망갈라가 나섰다. 골문은 하우메 도메넥 골키퍼가 지켰다.

다만 세부적인 전술 틀에선 큰 차이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이강인의 중앙 배치에 따른 플레이메이커 역할에 있었다. 이강인이 투톱으로 나선 건 어디까지나 수비 시 일자형 라인을 형성하기 위한 용도였다. 공격을 풀어나가는 방식에선 고메스 원톱에 이강인은 그 아래에서 패스를 연결하는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수행했다. 즉 위치 자체와 역할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으나(파레호가 4-4-2의 이선이었다면 이강인은 미드필더 4와 공격 사이에 위치한 1.5선으로 조금 더 전진 배치된 형태. 게다가 파레호가 전체적인 패스 공급에 집중했다면 이강인은 찬스 메이킹에 주력) 공격의 키를 잡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점이 있었다. 

Valencia Starting vs Levante

이강인은 중책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이전까지는 주로 측면에서 뛰면서 다소 겉도는 문제를 노출했으나 중앙으로 선발 출전한 이강인은 자유롭게 그라운드를 활보하면서 장기인 플레이메이킹 능력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발렌시아가 경기 시작 1분 만에 레반테 에이스 호세 루이스 모랄레스에게 먼저 실점을 허용하면서 불안한 출발을 알린 가운데 이강인은 11분경, 먼포스트에 위치한 파울리스타에게 정확하게 코너킥을 배달하면서 헤딩 동점골을 어시스트했다. 

기쁨도 잠시, 발렌시아는 17분경 다소 이른 시간에 망갈라가 부상을 당해 무크타르 디아카비를 교체 출전시키는 악재가 발생한 데다가 36분경엔 또다시 모랄레스에게 실점을 허용하면서 다시금 리드를 내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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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발렌시아엔 이강인이 있었다. 이강인은 실점을 허용하고 곧바로 4분 뒤 역습 상황에서 상대 포백 라인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음에도 수비수 뒷공간을 파고 드는 고메스를 향해 감각적인 스루 패스를 찔러주면서 동점골을 어시스트했다. 고메스의 슈팅도 뛰어났으나 이강인의 천재적인 시야를 확인할 수 있었던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발렌시아는 전반전 슈팅 4회가 전부였다. 하지만 이 중 3회가 이강인의 패스에 의해 이루어진 슈팅이었다. 말 그대로 공격에 있어선 전반전 내내 이강인의 패스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발렌시아이다.

후반에도 이강인은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후반 6분경엔 에스케르도의 중거리 슈팅을 이끌어냈고, 후반 7분경엔 레반테 수비형 미드필더 네마냐 라도야가 돌아서는 과정에서 빠르게 먼저 자리를 잡으면서 파울을 얻어내 옐로 카드를 안겨주었다. 후반 25분경엔 하프 라인 아래에서부터 상대 페널티 박스 안까지 먼거리를 단독으로 볼을 몰고 가다가 슈팅을 때렸으나 레반테 핵심 수비수 오스카르 두아르테에게 아쉽게도 차단됐다.

그라시아 감독은 곧바로 지친 게데스와 이강인, 에스케르도를 빼고 데니스 체르셰프와 마누 바예호, 그리고 우로스 라치치를 교체 출전시켰다. 이와 함께 고메스와 바예호가 '빅 앤 스몰' 투톱을 형성하면서 통상적인 형태의 4-4-2로 전환한 발렌시아이다. 대신 이강인 빠지면서 발생한 플레이메이커의 부재를 활발한 좌우 측면 공격으로 대체했다.

Valencia Subs vs Levante

이는 주효했다. 후반 25분경, 체리셰프의 측면 돌파에 이은 땅볼 크로스를 고메스가 슈팅으로 가져가는 척 하면서 흘려주었고, 이를 바예호가 잡아서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이어서 정규 시간도 다 끝나고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이었던 추가 시간 3분경(90+3분), 상대 수비수의 패스를 체리셰프가 가로챈 걸 고메스가 슈팅으로 가져간 게 골대 맞고 나왔으나 골문으로 쇄도해 들어오던 바예호가 가볍게 밀어넣으며 4-2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 경기에서 발렌시아는 이강인의 활약상이 가장 고무적인 부분이었다. 71분을 뛰는 동안 양 팀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4회의 키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를 기록했고, 패스 성공률은 무려 94.4%에 달했다. 정교하면서도 위협적인 패스를 전방에 지속적으로 공급한 이강인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만 19세 207일의 나이에 2도움을 올리면서 21세기 기준 발렌시아 역대 최연소 한 경기 멀티 도움 기록자로 등극했다. 종전 기록은 후안 마타(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2008년 9월 25일, 말라가와의 경기에서 만 20세 150일에 2도움을 기록한 바 있다.

그 외 17세 신예 무사는 비록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으나 저돌적인 돌파로 드리블 3회를 성공시켰고, 후반 8분경엔 골대를 강타하며 상대 골문을 위협했다. 두 유스 출신 선수들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교체 출전한 만 23세 공격수 바예호는 멀티골을 넣으면서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었다.

다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수비는 상당히 불안하면서 너무 쉽게 2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파울리스타와 짝을 이룰 수 있는 중앙 수비수 보강이 필요하다. 게다가 콘도그비아와 에스케르도로 이어지는 중원에서의 불배급이 그리 원활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위험 지역에서 패스가 끊기면서 실점 위기로 이어지는 장면들이 있었다. 파레호처럼 양질의 패스를 이강인에게 연결해줄 수 있는 선수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나마 위안거리라면 불안했던 에스케르도를 대신해 라치치가 교체 출전하면서 적어도 수비 면에선 한층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데에 있다.

발렌시아는 피터 림 구단주가 주축 선수들을 대거 팔아치우는 바람에 다소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그라시아 감독조차 레반테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5명의 중요한 선수들이 팀을 떠났는데 구단에서 그들을 대체할 수 있는 선수들을 영입할 것이라는 약속을 했음에도 아직까지 지키지 않고 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발렌시아는 그라시아 감독의 지도 하에 이강인과 무사 같은 신예 선수들이 팀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있고, 고메스가 최전방에서 버팀목 역할을 해주는 가운데 교체 선수들의 활약에 힘입어 레반테에게 4-2 대승을 거두면서 기분 좋은 시즌 출발을 알릴 수 있었다. 물론 전체적인 경기 내용에 있어선 아쉬운 부분이 있었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시즌 개막 전 부정적인 소식들만 흘러나오던 불안정한 구단 분위기 속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던 한 판이었다. 

이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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