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위르겐 클롭 감독 체제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했던 리버풀 주장 조던 헨더슨이 원래 보직이었던 중앙 미드필더로 보직을 변경하면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리버풀이 안필드 홈에서 열린 첼시와의 2018/19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34라운드 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두었다. 이와 함께 리버풀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보다 1경기를 더 치르긴 했으나 26승 7무 1패 승점 85점으로 1위를 승점 2점 차(2위 맨시티 승점 83점) 1위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 경기에서 리버풀은 결과 대비 경기 내용 면에서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점유율에선 62대38로 우위를 점했고, 슈팅 숫자에선 15대6으로 2.5배 더 많았다. 코너킥에서도 9대2로 첼시를 압도한 리버풀이었다.
당연히 리버풀에선 대다수의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쳤다. 이 중에서도 선제골을 넣은 사디오 마네와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은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가 많은 찬사를 받았다. 그 외 핵심 수비수 버질 판 다이크와 오른쪽 측면 수비수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도 준수한 경기력을 자랑했고, 최근 공식 대회에서 2경기 연속 선발 출전해 연달아 골을 넣은 신입생 중앙 미드필더 나비 케이타 역시 이제는 확실하게 새로운 팀에 녹아든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전술적인 측면에서 가장 많은 각광을 받은 숨은 공로자가 있다. 바로 리버풀 주장 헨더슨이다. 파비뉴 윗선에서 케이타와 함께 배치되면서 역삼각형 형태로 리버풀 중원을 맡은 그는 시종일관 왕성한 활동량으로 엔진 역할을 담당하면서 공수 전반에 걸쳐 높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https://www.buildlineup.com/리버풀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클롭 감독 전술의 기본이기도 한 '게겐프레싱(Gegenpressing, 독일어로 직역하면 역압박이라는 의미로 상대팀에게 소유권을 내주었을 시에 곧바로 압박을 감행하는 강도 높은 전방 압박을 지칭)'을 바탕으로 강도 높은 압박 축구를 구사했다.
이 과정에서 케이타와 헨더슨은 측면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압박 축구를 이끌었다. 특히 헨더슨은 리버풀 선수들 중 2번째로 많은 6회의 소유권을 재탈환해고, 가로채기도 공동 2위에 해당하는 2회를 기록했다.
더 놀라운 점은 활동량에 있다. 헨더슨은 76분경, 경미한 부상으로 교체되기 이전까지 9.87km의 활동량과 11회의 전력 질주를 기록했다. 분당 활동량으로 따지면 128.3m로 리버풀 선발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았고, 전력 질주 횟수 역시도 준수한 편에 속했다. 무엇보다도 평균 스피드가 7.47km/h로 리버풀 선발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높았다. 심지어 순간 최고 속도 역시도 33.99km/h로 살라(34.27km/h) 다음으로 빨랐다.
결국 마네의 선제골도 헨더슨의 발에서 나왔다. 후반 5분경 살라가 피르미누와 원투패스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첼시 왼쪽 측면 수비수 에메르손이 가로채기를 했으나 이를 다시 헨더슨이 잡아선 먼 포스트에 서있는 마네를 향해 택배 크로스를 올려주었다. 이를 마네가 차분하게 헤딩 슈팅으로 꽂아넣으며 리버풀이 먼저 기선을 제압할 수 있었다. 기세가 오른 리버풀은 다시 2분 뒤, 살라가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추가골을 넣으며 2-0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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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더슨은 원래 선덜랜드 시절 박스-투-박스형 미드필더(수비 진영 페널티 박스 끝에서 공격 진영 페널티 박스 끝까지 달리면서 공수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는 활동량이 많은 중앙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표현)로 주가를 높였다. 당시의 활약상을 인정받아 2011년 여름, 리버풀로 이적을 오기에 이르렀다.
리버풀에서도 그는 상황에 따라 수비형 미드필더와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도 맡기는 했으나 기본적으로는 박스-투-박스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클롭 감독이 부임하면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보직을 바꿔나갔다. 리버풀에 정통파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헨더슨이 희생해야 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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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시즌 모나코에서 영입한 파비뉴가 6개월의 적응기를 거치면서 후반기 들어 수비형 미드필더 주전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나가자 헨더슨은 27라운드를 기점으로 본인이 선호하는 중앙 미드필더로 돌아올 수 있었다.
비록 초반엔 다소 적응기를 거쳤으나 그는 지난 주말 사우샘프턴과의 33라운드 경기에서 59분경 교체 출전해 살라의 역전골을 어시스트한 데 이어 86분경 쐐기골까지 넣으면서 3-1 역전승을 견인했다. 주중 포르투와의 경기에서도 25분경 피르미누의 추가골의 기점이 되는 환상적인 스루 패스(헨더슨의 스루 패스에 이은 아놀드의 땅볼 크로스를 피르미누가 밀어넣었다)를 찔러주는 등 공수 전반에 걸쳐 뛰어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2-0 승리에 기여했다. 이번 첼시전에서도 선제골을 어시스트하며 최근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공식 대회 3경기에서 1골 2도움을 올린 헨더슨이다.
헨더슨은 '스카이스포츠'로부터 최근 3경기에서 평점 7.7점을 얻고 있다. 이는 3경기만 놓고 보면 리버풀 선수들 중 살라와 함께 공동 1위에 해당한다. 특히 이번 첼시전엔 경기 최우수 선수(Man of the Match)에 선정되는 영예를 얻었다.
사실 헨더슨은 그 동안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에선 다소 불안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원래 보직인 중앙 미드필더로 돌아가자 마치 족쇄를 푼 맹수마냥 그라운드를 마음껏 활보하고 있다. 이제는 어느덧 만 28세로 더 이상 젊은 선수로는 분류될 수 없지만 뒤늦게 자유를 얻은 헨더슨의 행보가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포르투전이 끝나고 헨더슨의 중앙 미드필더 역할 수행과 관련한 클롭의 코멘트를 남기도록 하겠다.
"그는 뛰어난 선수이다. 난 그가 본인이 선호하는 포지션에서 능력을 다시 보여주어 정말 행복하다. 그를 지난 1년 6개월 동안 '6번(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표현)'에서 뛰게 한 건 내 잘못이다. 그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당시 우린 그가 6번에서 뛸 필요가 있었다"
# 리버풀, 첼시전 선발 출전 선수 분당 활동량 TOP 5
1위 조던 헨더슨: 분당 128.3m
2위 파비뉴: 분당 127.9m
3위 호베르투 피르미누: 125.8m
4위 나비 케이타: 124.1m
5위 사디오 마네: 123m
# 리버풀, 첼시전 선발 출전 선수 평균 속도 TOP 5
1위 조던 헨더슨: 7.47km/h
2위 파비뉴: 7.19km/h
3위 나비 케이타: 7.16km/h
4위 호베르투 피르미누: 7.07km/h
5위 사디오 마네: 6.91km/h
# 리버풀, 첼시전 출전 선수 순간 속도 TOP 5
1위 모하메드 살라: 34.27km/h
2위 조던 헨더슨: 33.99km/h
3위 버질 판 다이크: 33.29km/h
4위 조르지니오 바이날둠: 31.97km/h
5위 앤드류 로버트슨: 31.55km/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