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바이에른 뮌헨과 파리 생제르맹(이하 PSG)가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놓고 격돌한다. 두 독일인 감독 한스-디터 플릭(바이에른)과 토마스 투헬(PSG)의 지략 싸움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바이에른과 PSG가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놓고 격돌한다. 액면가 자체는 독일 챔피언과 프랑스 챔피언의 맞대결이다. 또한 공격 축구와 공격 축구의 충돌이라고 할 수 있다.
주요 뉴스 | "[영상] 카타르 조직위원장 "월드컵 준비 문제 없다""
바이에른은 2012/13 시즌, 독일 구단 최초로 트레블(챔피언스 리그, 분데스리가, DFB 포칼 3관왕)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후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 문턱에서 자주 탈락하면서 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정확하게 7년 만에 다시 챔피언스 리그 결승 무대를 오른 바이에른이다.
2012/13 시즌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은 독일 구단 바이에른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맞대결로 이루어졌다. 당시 바이에른엔 명장 유프 하인케스가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었고, 도르트문트는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떠오르는 신예 감독이었던 위르겐 클롭이 지휘봉을 잡고 있었다.
7년이 지난 이번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선 독일 감독들의 기세가 무섭다. 플릭이 이끄는 바이에른과 투헬이 이끄는 PSG에 더해 율리안 나겔스만이 이끄는 RB 라이프치히가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에 진출하면서 대회 역사상 최초로 한 국가에서 3명의 감독이 준결승에 얼굴을 드러낸 것.
이러한 가운데 투헬의 PSG가 나겔스만의 라이프치히를 꺾고 결승에 진출(흥미로운 점은 나겔스만은 투헬이 아우크스부르크 2군 감독 시절 그의 밑에서 비디오 분석관을 하면서 처음으로 지도자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즉 투헬이 나겔스만의 직속 스승이다)한 가운데 플릭의 바이에른이 올랭피크 리옹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운명의 장난일까? 플릭은 2012/13 시즌 당시 바이에른 감독이었던 하인케스의 애제자로 유명하다. 투헬은 클롭의 뒤를 이어 마인츠와 도르트문트 감독직을 수행했던 인물이다. 2012/13 시즌의 대리전이 펼쳐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 하인케스의 애제자 플릭
플릭은 하인케스의 직계 애제자이다. 그는 1985년부터 1990년까지 바이에른에서 미드필더로 뛰면서 하인케스의 지도를 직접적으로 받은 바 있다(하인케스는 1987-1991년과 2011-2013년 바이에른 정식 감독직을 2차례 수행했고, 2009년과 2017/18 시즌엔 2차례 임시 감독직을 맡은 적이 있다). 지도자 경력을 통틀어 대부분을 수석코치(특히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부터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까지 독일 대표팀 수석코치로 요아힘 뢰브를 보좌했었다)로만 보냈던 플릭이 독일 최고 명문 구단 바이에른 감독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하인케스의 추천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당연히 그는 "나와 하인케스는 전술적인 접근 방식이 상당히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내 선수 경력에 있어 최고의 감독이었다. 그는 과거에도 이미 특별했다. 난 그가 선수들을 다루는 방식에 항상 큰 감명을 받았었다"라고 선수 시절 하인케스와의 추억을 얘기하면서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하인케스 밑에서 수석코치 직을 수행했던 헤르만 게를란트 현 바이에른 수석코치 역시 "플릭은 하인케스를 연상시킨다"라고 주장했다.
바이에른은 2012/13 시즌, 하인케스 감독 하에서 전임 감독 루이스 판 할이 이식해놓은 점유율 축구에 위르겐 클롭(당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감독)의 전매특허와도 같았던 '게겐프레싱(독일어로 Gegenpressing. 직역하면 역압박이라는 의미로 상대팀에게 소유권을 내주었을 시 곧바로 압박을 감행하는 강도 높은 전방 압박을 지칭)'을 접목하면서 독일 구단 최초의 트레블 위업(챔피언스 리그와 분데스리가, DFB 포칼 삼관왕)을 달성했다.
하지만 트레블을 마지막으로 하인케스가 감독 은퇴를 선언했고, 이후 펩 과르디올라와 카를로 안첼로티를 거쳐 니코 코바치가 지휘봉을 잡으면서 바이에른의 압박 강도는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모양새였다. 이를 플릭은 하인케스 시절의 압박 강도로 다시 돌려놓는 데에 성공했다.
이는 활동량과 전력질주 횟수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코바치 감독 하에서 바이에른의 활동량은 113.4km였고 전력질주 횟수는 경기당 평균 227.3회로 분데스리가에선 하위권에 해당했다. 하지만 플릭이 부임하면서 바이에른의 활동량은 116.5km로 3km 이상 상승했고, 전력질주 횟수는 261.4회로 35회 가까이 늘어났다.
이와 함께 바이에른의 이번 시즌 전체 활동량(3,930.1km)은 코바치 당시 분데스리가 하위권인 16위에서 중위권인 10위까지 순위가 상승했고, 심지어 전력질주 횟수는 8,546회로 당당히 전체 1위로 등극하기에 이르렀다(코바치 때만 하더라도 중위권인 9위였다). 이제 더 이상 바이에른은 뛰지 않는 팀이 아니다.
게다가 태클도 늘어났다. 코바치 감독 하에서 바이에른의 경기당 태클 횟수는 12.5회에 불과했으나 플릭 부임 이래로 경기당 15.6회를 기록하면서 3회가 더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바이에른의 수비도 전체적으로 안정세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실제 바이에른은 코바치 감독 하에서 분데스리가 16실점으로 그가 경질됐던 10라운드 기준 최다 실점 7위(최소 실점이 아닌 최다 실점이다!)라는 수모를 겪어야 했지만 플릭 감독 하에서 분데스리가 24경기에서 똑같이 16실점 만을 허용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당연히 경기당 실점은 코바치 체제 1.6골에서 플릭 체제 0.67골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이렇듯 바이에른은 플릭 하에서 하인케스 시절의 압박과 속공을 되살리면서 많은 골을 양산해내고 있다. 상대가 소유권을 획득했을 시 곧바로 게겐프레싱을 통해 소유권을 되찾아오고선 빠른 공격으로 대량 득점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바이에른은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팀득점 100골로 유럽 5대 리그 팀들 중 리그 경기당 팀 득점에서 2.94골로 당당히 1위를 달리고 있다(2위는 PSG로 경기당 2.78골, 3위는 맨체스터 시티로 경기당 2.68골). 심지어 챔피언스 리그에선 10경기에서 무려 42골을 넣으면서 경기당 4.2골이라는 대회 역사를 통틀어보더라도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는 바이에른이다. 팀득점 42골은 1999/2000 시즌 바르셀로나의 45골에 이어 2위에 해당하지만 당시 바르셀로나는 16경기에서 45골을 넣으면서 경기당 팀득점이 2.81골에 불과했다.
# 클롭의 뒤를 걷고 있는 투헬
투헬은 엄밀히 따지면 클롭의 제자는 아니다. 심지어 전술적인 면에선 클롭보다도 펩 과르디올라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그는 펩이 바이에른을 지도했을 당시 종종 만남을 가지면서 전술과 관련한 심도있는 대화를 자주 나눈 것으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투헬은 독일에서 제2의 클롭으로 자주 거론되곤 한다. 이는 그의 발자취가 클롭의 뒤를 따르고 있는 것에 기인하고 있다.
마인츠에서 10년 넘게 선수 경력을 이어온 클롭은 2000/01 시즌이 끝나자 은퇴와 동시에 1군 감독에 부임했다. 이후 그는 2007/08 시즌까지 7시즌 동안 감독직을 수행하면서 2003/04 시즌 당시엔 구단 역사상 최초의 분데스리가 승격을 이끌어내는 등 성공적인 감독 커리어를 이어왔다. 이에 힘입어 그는 2006/07 시즌 마인츠가 2부 리가로 강등됐고, 2007/08 시즌엔 4위에 그치면서 분데스리가 승격에 실패했음에도 지도력을 인정받아 도르트문트 감독으로 부임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의 뒤를 이어 마인츠의 감독으로 부임한 인물이 바로 투헬이다. 엄밀히 따지면 투헬 이전 욘 안데르센(북한 대표팀과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수행했던 그 안데르센이 맞다)이 2008/09 시즌 마인츠를 이끌면서 분데스리가 승격을 이끌어냈으나 그는 2009/10 시즌 분데스리가 개막을 앞두고 구단 경영진과 마찰을 일으키면서 사임했고, 그 뒤를 당시 마인츠 2군팀 감독을 수행하던 투헬이 맡은 것이었다. 즉 클롭 사임하고 1시즌 간의 텀이 있긴 하지만 분데스리가 무대로 국한지어놓고 보면 클롭의 뒤를 이어 마인츠 감독으로 부임한 인물이 바로 투헬인 것이다.
클롭이 마인츠를 구단 역사상 최초로 분데스리가 승격을 이끌어낸 선구자였다면 투헬은 이를 한단계 더 발전시키면서 분데스리가 터줏대감을 넘어 유럽 대항전에도 진출할 수 있는 팀으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실제 그의 지도 하에서 마인츠는 2010/11 시즌 분데스리가 5위를 차지한 데 이어 2013/14 시즌에도 7위를 기록하면서 유로파 리그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2014/15 시즌을 끝으로 클롭이 또 다시 7시즌 만에 도르트문트에서 사임하자 그의 후임으로 부임하기에 이르렀다. 말 그대로 클롭이 간 길을 따라갔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클롭은 도르트문트에서 2010/11 시즌과 2011/12 시즌 분데스리가 2연패를 달성했고, 2012/13 시즌엔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까지 진출하면서 전설적인 명장 오트마르 히츠펠트와 함께 구단 역대 최고의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데 반해 투헬은 2시즌 만에 도르트문트와 작별을 고해야 했다. 부임 첫 시즌엔 분데스리가 2위팀 역대 최고 승점이자 도르트문트 구단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승점 78점을 올리고도 과르디올라가 이끄는 바이에른(승점 88점)에게 밀려 아쉽게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2016/17 시즌엔 버스 테러 사태가 발생하면서 팀 전체가 혼란에 빠졌고, 이 과정에서 그는 구단 수뇌진들과 마찰을 빚으면서 DFB 포칼 우승이라는 성과를 올렸음에도 경질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도르트문트를 떠난 이후 클롭은 리버풀에서 2017/18 시즌 챔피언스 리그 준우승과 2018/19 시즌 챔피언스 리그 우승에 이어 이번 시즌엔 구단 역사상 최초로 프리미어 리그(1992년 프리미어 리그로 잉글랜드 1부 리그 명칭과 포맷이 바뀐 이래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투헬 역시 PSG에서 성공적인 지도자 경력을 이어오고 있다. 비록 부임 1년 차인 2018/19 시즌엔 프랑스 리그1과 트로페 데 샹피옹(프랑스 슈퍼컵) 우승에 그치면서 살짝 아쉬움을 드러냈으나 이번 시즌엔 리그1과 트로페 데 샹피옹은 물론 쿠프 드 프랑스(프랑스 FA컵)와 쿠프 드 라 리그(프랑스 리그컵) 우승까지 차지하면서 4관왕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무엇보다도 PSG를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챔피언스 리그 결승으로 이끌어냈다.
주요 뉴스 | "[영상] 언변의 마술사 무리뉴의 첫 기자회견"
이렇듯 투헬은 클롭의 발자취를 유사하게 쫓고 있다. 닮지는 않았더라도 후계자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전술적인 부분에선 클롭보다도 펩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그 역시 기본적으로 점유하는 축구를 추구한다. 게다가 전술 유연성이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플릭이 기본적으로 4-2-3-1 포메이션을 고집하고 있는 데 반해 투헬은 상대 맞춤형 전술을 구사한다.
실제 투헬은 PSG만 놓고 보더라도 4-3-3을 기본으로 4-2-3-1, 4-2-2-2, 다이아몬드 4-4-2, 3-4-1-2, 3-4-2-1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장고 끝에 악수라고 간혹 지나치게 머리를 쓰다가 발목을 잡힐 때(이번 시즌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이 대표적인 경우로 상대팀인 도르트문트와 동일한 3-4-2-1 포메이션을 썼다가 1-2로 패했다)도 있으나 과거 마인츠와 도르트문트에선 깜짝 전술로 강팀을 잡아내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런 점 역시도 펩과 유사점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흥미로운 사실은 마리오 괴체가 클롭과 펩, 그리고 투헬의 지도를 모두 받은 유일한 선수라는 데에 있다. 심지어 그는 독일 대표팀에서 수석코치 플릭의 지도도 받은 바 있다.
# 결론
명백하게 동일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래저래 이번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은 2012/13 시즌 결승전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다. 애당초 독일 감독끼리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게 이번이 2012/13 시즌에 이어 두 번째이다.
2012/13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서 준우승에 그친 클롭은 리버풀에서 2015/16 시즌 유로파 리그와 리그컵 준우승에 이어 2017/18 시즌 챔피언스 리그 준우승에 그치면서 유난히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었다. 2018/19 시즌엔 승점 1점 차로 아쉽게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맨체스터 시티에게 내주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던 그가 2018/19 시즌 챔피언스 리그 우승에 이어 2019/20 시즌 프리미어 리그 우승까지 차지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투헬도 여러 면에서 클롭의 발자취를 쫓고 있다. 물론 프랑스에선 성과를 올리고 있긴 하지만 PSG가 독보적인 1강을 구축하고 있기에 이는 그리 크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에게 있어 그 어떤 것보다도 소중한 우승은 바로 챔피언스 리그이다.
플릭은 오랜 기간 수석코치로 보냈으나 깜짝 감독 발탁 이후엔 승승장구하고 있다. 바이에른은 플릭 하에서 무려 30경기에서 29승 1무 무패 행진이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올리고 있다. 분데스리가 우승은 물론 DFB 포칼 우승까지 차지했다.
2012/13 시즌 하인케스와 클롭의 대결에 이어 7년 만에 하인케스의 애제자와 클롭의 후계자가 격돌한다. 이번엔 어느 쪽이 웃을 수 있을 지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즐기는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