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프라이부르크가 바이에른 뮌헨 2군팀 에이스 정우영을 영입하면서 지난 시즌 약점 중 하나였던 측면 공격을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프라이부르크가 정우영 영입을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4년(2023년 6월 30일까지)이고, 이적료는 옵션 포함 450만 유로(한화 약 60억)로 독일 현지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이적에는 바이에른이 다시 정우영을 영입할 수 있는 바이백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원래 바이에른은 정우영을 임대로 보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우영 측에서 안정적으로 뛰기 위해 이적을 바란다는 입장을 전했고, 결국 바이에른은 한 발 물러서 바이백 조항이 포함된 이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프라이부르크 역시 원래는 바이백 조항 없는 영입을 원했으나 심사숙고 끝에 바이에른의 제의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즉 정우영측의 요구에 맞춰서 바이에른과 프라이부르크가 조금씩 양보를 하게 된 셈이다.
게다가 프라이부르크가 정우영을 영입하기 위해 지불한 450만 유로는 구단 역대 공동 3위에 해당하는 이적료이다. 심지어 2018/19 시즌 정우영의 소속팀이 바이에른 2군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이적료가 아닐 수 없다.
참고로 프라이부르크가 2군 선수를 영입함에 있어 가장 많이 지출한 이적료 금액은 레알 마드리드 2군 수비수 필립 린하르트를 영입할 때 지출한 250만 유로이다. 당시 프라이부르크는 린하르트를 50만 유로의 임대로 2017년 여름 데려온 이후 2018년 여름 200만 유로를 추가 지불해 완전 영입을 성사시킨 바 있다.
이는 프라이부르크가 정우영에게 상당히 크게 기대를 가지고 있다는 걸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 2016 리우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독일 대표팀 경험도 있는 공격수 닐스 페터센이 2012/13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베르더 브레멘 소속으로 두 자리 수 골(11골)을 넣었음에도 프라이부르크로 이적했을 당시 그의 이적료는 정우영 이적료의 60% 정도 밖에 되지 않는 280만 유로에 불과했다.
Transfermarkt그러면 프라이부르크가 정우영 영입에 구단 재정 대비 거액을 지출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바로 프라이부르크가 고질적인 측면 선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프라이부르크를 지도하고 있는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 감독은 물론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플랫형 4-4-2 포메이션을 선호하고 있다.
슈트라이히 전술의 기본 골자는 바로 강도 높은 압박과 좌우 폭을 넓히는 축구에 있다. 이에 가장 적합한 게 두줄 수비를 바탕으로 간격 유지가 용이하고 좌우 측면에 두 명의 선수들을 배치할 수 있는 4-4-2 포메이션이다. 슈트라이히 체제에서 프라이부르크는 매시즌 활동량에 있어서 1, 2위를 다투는 팀이다. 실제 지난 시즌도 프라이부르크의 시즌 전체 활동량은 4090.7km로 바이엘 레버쿠젠(4132.2km)에 이어 전체 2위였다.
Bundesliga문제는 프라이부르크가 2016/17 시즌이 끝나고 팀의 자랑거리였던 좌우 측면 미드필더 막시밀리안 필립과 빈첸소 그리포가 동시에 팀을 떠난 이후(필립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그리포는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로 이적했다) 고질적인 측면 미드필더 부재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데에 있다.
2017년 여름, 그리포와 필립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영 보이스 베른에서 정우영과 같은 이적료에 영입한 측면 미드필더 요리치 라베트는 1년 6개월 동안 부진을 면치 못하다가 결국 2019년 1월, 그라스호퍼로 임대를 떠나야 했다. 같은 시기에 호펜하임에서 250만 유로에 영입한 마르코 테라치노는 백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레스터 시티에서 임대 영입한 바르토츠 카푸츠카와 리버풀 2군에서 임대로 영입한 라이언 켄트도 실망만을 안긴 채 임대 복귀 수순을 밟았다.
2018년 여름에도 프라이부르크는 측면 자원 보강에 나섰다. 하지만 APOEL 니코시아에서 정우영과 같은 이적료로 야심차게 영입한 헝가리 대표팀 신성 롤란드 살라이는 12라운드에 장기 부상을 당해 시즌이 끝나기 직전에서야 복귀할 수 있었다. 이것이 프라이부르크가 지난 시즌 크로스 전체 횟수가 289회로 샬케(245회)와 도르트문트(259회), 뉘른베르크(271회)에 이어 4번째로 적은 수치를 기록한 이유였다.

다행히 프라이부르크는 후반기에 그리포를 임대 영입해 측면 미드필더 고민을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었으나 시즌 종료와 동시에 그리포는 다시 원 소속팀 호펜하임으로 복귀했다(그리포는 묀헨글라드바흐를 거쳐 호펜하임으로 이적했다).
당연히 프라이부르크는 여름 이적시장이 열리자마자 곧바로 아우크스부르크 측면 스페셜리스트 요나탄 슈미트를 영입한 데 이어 정우영까지 영입하면서 측면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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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프라이부르크의 전문 측면 자원은 살라이와 테라치노, 슈미트, 정우영, 그리고 라베트가 전부이다. 이 중 라베트는 전력 외 선수고, 테라치노는 백업 이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선수이다. 살라이는 장기 부상에서 갓 돌아왔기에 기량 회복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슈미트는 프라이부르크 유스 출신으로 오랜 기간 프라이부르크에서 뛰면서 주가를 높였으나 호펜하임으로 이적한 2015/16 시즌, 혹독한 실패를 맛보았다. 이후 3시즌을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뛰면서 측면 미드필더와 측면 수비수를 오가는 멀티 자원으로 활용됐다. 누구 한 명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선수가 없는 만큼 정우영에 대한 기대치가 높을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프라이부르크가 원하는 선수는 바로 측면에서 플레이메이킹이 되는 그리포와 같은 유형의 선수다. 플랫형 4-4-2에 수비형 미드필더 둘을 배치하는 프라이부르크의 특성상 측면 미드필더 혹은 최전방 공격수가 플레이메이커적인 성향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과거 막스 크루제(최전방 공격수지만 정통파 공격수라기보단 플레이메이커 기질을 가진 독특한 유형의 공격수이다)가 있었고, 그 뒤를 그리포가 물려받았다.
이제 정우영이 그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표본 자체가 2군 팀에 국한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이는 정우영이 바이에른 2군에서 수행했던 역할과 동일하다. 기본적으로는 측면에 위치하고 있으나 중앙으로 이동해서 양질의 패스를 전방에 공급하던 정우영이었다. 정우영의 패스를 최전방 원톱 공격수 크와시 오키에레 브리트가 마무리짓는 게 바이에른의 주 공격 루트였다. 이에 독일 타블로이드 '빌트'지 역시 "정우영은 빠르고 부지런하며, 기술적으로도 뛰어나다. 프라이부르크 감독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의 철학에 잘 부합하는 선수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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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정우영이 분데스리가 무대에 적응하기 위해선 몸싸움에서 버텨낼 수 있어야 한다. 정우영은 바이에른 2군팀이 속해있었던 레기오날 리가(4부 리그)에서도 몸싸움에서 밀려나면서 소유권을 쉽게 내주는 장면들을 자주 연출하곤 했었다. 레기오날 리가에는 각 팀 2군에 속해있는 어린 선수들이 많이 있기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으나 분데스리가엔 이미 신체적으로 완성된 선수들이 강도 높은 압박으로 직접 몸싸움을 걸어오기에 이 부분의 발전이 없다면 자칫 과거 프라이부르크가 임대로 영입했던 카푸츠카와 켄트의 전철을 밟게 될 위험성이 있다.
분명한 점은 프라이부르크가 상당히 매력적인 팀이라는 데에 있다. 슈트라이히 감독은 1995년 프라이부르크 19세 이하 팀을 시작으로 수석 코치를 거쳐 2011년 12월부터 1군 감독직을 수행하면서 샬케 에이스 다니엘 칼리지우리를 시작으로 크루제와 독일 대표팀 수비수 마티아스 긴터, 올리버 바우만, 도르트문트 골키퍼 로만 뷔어키, 블라디미르 다리다, 필립, 그리포, 카글라르 쇠윤추 같은 선수들을 육성한 바 있다. 슈트라이히의 지도 하에서 잘 성장한다면 충분히 분데스리가에서 통하고도 남는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