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vi MartinezGetty Images

'바이에른 우승 부적' 하비, 화려한 피날레 장식하다

[골닷컴] 김현민 기자 = 오랜 기간 바이에른 뮌헨을 지탱해주었던 미드필더 겸 수비수 하비 마르티네스가 UEFA 슈퍼 컵 연장전에서 결승골을 넣으면서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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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스 리그 디펜딩 챔피언 바이에른이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 위치한 푸스카스 아레나에서 열린 유로파 리그 디펜딩 챔피언 세비야와의 2020 UEFA 슈퍼 컵에서 연장 접전 끝에 2-1로 승리했다. 

바이에른은 이 경기에서 언제나처럼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원톱 공격수로 나섰고, 토마스 뮐러를 중심으로 르로이 사네와 세르지 그나브리가 좌우에 위치하면서 이선 공격 라인을 형성했다. 요슈아 키미히와 레온 고레츠카가 더블 볼란테(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지칭하는 표현)를 구축했고, 뤼카 에르난데스와 벤자맹 파바르가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으며, 다비드 알라바와 니클라스 쥘레가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골문은 주장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가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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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yern Starting vs SevillaKicker

경기는 전체적으로 바이에른의 우세 속에서 이루어졌다. 바이에른은 점유율에서 64.4%로 세비야(35.6%)에 크게 앞섰고 무엇보다도 슈팅 숫자에서 25대6으로 4배 이상 많았다.

하지만 바이에른의 무수히 많은 슈팅들은 세비야가 자랑하는 중앙 수비수 듀오 쥘스 쿤데와 디에구 카를로스의 육탄 방어에 저지됐다. 이들을 뚫더라도 그 뒤엔 세비야의 수문장 야신 보노 골키퍼가 버티고 있었다. 이로 인해 많은 슈팅에도 바이에른은 골을 넣는 데에 문제를 노출할 수 밖에 없었다.

도리어 선제골을 넣은 건 다름 아닌 세비야였다. 세비야의 상징이자 오른쪽 측면 수비수 헤수스 나바스의 왼발 크로스를 장신 공격수 뤽 데 용이 헤딩으로 떨구어주었고, 이를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해 들어온 바르셀로나에서 친정팀 세비야로 돌아온 미드필더 이반 라키티치가 받아내는 과정에서 알라바에게 밀려넘어진 것. 이에 앤소니 테일러 주심은 페널티 킥을 선언했고, 세비야 에이스 루카스 오캄포스가 차분하게 성공시키면서 먼저 앞서나갔다.

실점을 허용한 바이에른은 파상공세에 나섰다. 결국 바이에른은 33분경 뮐러의 크로스를 레반도프스키가 감각적인 터치로 내준 걸 페널티 박스 안으로 쇄도해 들어오던 고레츠카가 논스톱 슈팅으로 동점골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 바이에른은 두 차례나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후반 6분경 레반도프스키의 골은 비디오 판독 결과 오프사이드로 판정이 내려졌고, 후반 17분경 사네의 골은 득점 이전 상황에서 뤼카의 크로스를 레반도프스키가 헤딩으로 받아내는 장면에서 공격자 파울이 뒤늦게 선언되면서 무산됐다.

이후에도 바이에른의 공세는 이어졌으나 쿤데와 카를로스의 수비를 넘어서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바이에른의 벤치에 공격 쪽 교체 카드 자원이라고는 만 19세 공격수 조슈아 지르크제와 만 18세 공격형 미드필더 말릭 틸만, 그리고 만 17세 측면 공격수 자말 무시알라 셋 밖에 없었다. 팽팽한 승부처에서 교체 투입시키기엔 부담이 있는 선수들이었다. 결국 바이에른은 후반 26분경, 사네를 빼고 중앙 미드필더 코랑텡 톨리소를 투입한 걸 제외하면 정규 시간 종료까지 더 이상의 교체 카드를 활용하지 못하는 문제를 노출했다.

정규 시간이 끝나고 연장전에 접어들었다. 정규 시간 종료 5분 전부터 연장전 전반 10분까지 15분 사이에 공격을 주도한 건 세비야였다. 실제 세비야는 85분경까지만 하더라도 슈팅 숫자 2회가 전부였으나 이후 연장 전반 10분까지 15분 사이에 4회의 슈팅을 가져갔다. 하지만 교체 출전한 공격수 유세프 엔-네시리가 연달아 노이어에게 막히면서 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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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한스-디터 플릭 바이에른 감독은 연장 전반 10분경, 고레츠카와 뤼카를 빼고 하비와 알폰소 데이비스를 교체 출전시켰다. 하비는 수비적인 선수인 데다가 친정팀 아틀레틱 빌바오 복귀가 유력한 전력 외의 선수였고, 알폰소는 컨디션 문제로 인해 출전이 불투명한 상태였다. 하지만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승부처에서 활용하게 됐다.

하비 교체 카드를 적중했다. 연장 전반이 끝나기 직전, 키미히의 코너킥을 상대 수비가 헤딩으로 걷어낸 걸 알라바가 가슴 트래핑에 이은 왼발 슈팅으로 가져갔고, 이를 보노 골키퍼가 펀칭으로 쳐내자 하비가 보노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헤딩 슈팅으로 천금 같은 역전골을 성공시킨 것.

역전골을 허용한 세비야 선수들은 뒤늦게 피로가 몰려온 듯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승기를 잡은 바이에른은 연장 후반 7분경, 알라바를 빼고 제롬 보아텡을 교체 출전시켰고, 세비야에게 단 한 번의 슈팅조차 허용하지 않은 채 2-1 스코어를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하비는 2012년 여름, 당시 분데스리가 역대 최고 이적료인 4,000만 유로(한화 약 546억)와 함께 바이에른으로 이적해왔다. 그는 이적해 오자마자 전투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맹활약을 펼치면서 바이에른의 독일 구단 최초 트레블(Treble: 챔피언스 리그, 분데스리가, DFB 포칼 3관왕) 달성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바이에른에게 있어 복덩이와도 같았던 하비였다.

이후에도 하비는 오랜 기간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를 오가면서 헌신했다. 십자인대 파열로 2014/15 시즌엔 3경기 출전이 전부였으나 오랜 재활 끝에 복귀해 다시금 팀 수비를 지탱해준 하비였다.

하지만 하비도 만 30세에 접어들면서 하향세를 타기 시작했고, 지난 시즌부터 부쩍 출전 시간이 줄어들었다. 팀은 구단 역대 2번째 트레블의 위업을 달성했으나 하비는 벤치에서 이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이에 그는 친정팀 빌바오 복귀를 추진했고, 독일 현지 언론들은 물론 스페인 현지 언론들 역시 하비가 세비야와의 UEFA 슈퍼 컵이 끝나면 빌바오로 이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런 그가 결정적인 순간 결승골을 넣으며 바이에른에게 우승 트로피를 선사한 것이다. 이보다 더 멋진 작별 선물도 없다. 

그는 이미 지난 2013년 첼시와의 UEFA 슈퍼 컵에서도 정규 시간은 물론 연장전 전후반도 다 끝나고 인저리 타임에 천금같은 동점골을 넣으면서 승부차기로 끌고 간 전례가 있었다. 결국 바이에른은 하비의 동점골 덕에 승부차기 끝에 구단 역사상 첫 UEFA 슈퍼 컵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그는 중요 순간 역전골을 넣으며 구단에게 역대 두 번째 UEFA 슈퍼 컵 트로피를 선사했다. 

바이에른에서의 시작과 끝이 모두 트레블이었고, 구단 역대 두 번의 UEFA 슈퍼 컵 우승이 모두 그의 골 덕에 가능했다. 그가 바이에른에서 들어올린 우승 트로피만 무려 21개에 달한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바이에른의 복덩이이자 우승 부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는 영원히 바이에른 팬들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UEFA 슈퍼 컵 우승 후 하비의 인터뷰를 남기도록 하겠다.

하비 "난 10분 혹은 15분을 뛰더라도 언제나 팀을 위해 내 모든 걸 다 주려고 노력한다. 만약 내 이적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아 일요일(호펜하임과의 분데스리가 2라운드)까지 바이에른에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난 팀을 위해 전력을 다 할 것이다"


# 하비의 바이에른 우승 커리어

분데스리가(8회): 2012/13, 2013/14, 2014/15, 2015/16, 2016/17, 2017/18, 2018/19, 2019/20
DFB 포칼(5회): 2012/13, 2013/14, 2015/16, 2018/19, 2019/20
DFL 슈퍼컵(3회): 2016, 2017. 2018
챔피언스 리그(2회): 2012/13, 2019/20
UEFA 슈퍼 컵(2회): 2013, 2020
FIFA 클럽 월드컵(1회):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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