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뮌헨] 정재은 기자=
“Kovac ist raus! (코바치가 떠난다!)”
3일 늦은 저녁(현지 시각), 독일 뮌헨의 작은 펍 Korner 안에서 환호성이 들렸다. 방금 막 니코 코바치 감독이 바이에른 뮌헨을 떠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곳곳에선 리그 11라운드 도르트문트전까지는 기회를 줬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앉아서 쉬고 있던 바텐더는 “우니온 베를린전(2-1승)이 끝나고 이미 잘렸어야 했다”라고 툭 던졌다. “유프의 아내는 지금 인터넷 선을 다 차단하고 있을걸?!”이라는 농담도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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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뮌헨은 코바치 감독의 사임으로 떠들썩하다. 그동안 꾹꾹 쌓여있던 팬들의 불만이 2019-20 분데스리가 10라운드 프랑크푸르트 1-5 패배에서 터지고 말았다. 구단 내부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던 것으로 보인다. 패배 직후 뮌헨에서 3일 오후 칼 하인츠 루메니게 CEO, 울리 회네스 회장, 하산 살리하미지치 단장, 코바치 감독이 긴 대화를 나눴고, 코바치 감독이 떠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491일. 코바치 감독이 바이에른의 지휘봉을 잡은 시간이다. 얼마 전 기자회견에서 “지도자는 자기를 증명할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호소했던 그는 결국 시간을 더 받지 못하고 팀을 떠났다. 짧은 시간 동안 코바치가 바이에른에서 이룬 것과 잃은 것을 <골닷컴>이 정리했다.

2018-19 시즌에 이룬 것: 더블 달성
바이에른에서의 출발은 좋았다. 2017-18 시즌 DFB 포칼 우승팀 프랑크푸르트와의 슈퍼컵에서 5-0으로 이겼다. 당시 프랑크푸르트를 지휘했던 게 코바치다. 의미가 더 컸다. 2018-19 분데스리가 개막전서도 3-1로 깔끔하게 이기며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그리고 더블을 달성했다. 2018-19 분데스리가와 DFB 포칼에서 우승했다. 시즌 초반 순위가 5, 6위까지 쭉 내려가며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지만 중반 이후부터 7연승을 하는 등 자리를 잘 잡았다. 도르트문트가 1위를 오랫동안 유지했지만 28라운드 그들을 5-0으로 잡으며 바이에른에 다시 1위를 탈환했다. 그리고 마이스터샬레를 들어 올렸다. 34경기서 24승 6무 4패를 기록했다.
아슬아슬했지만 포칼 우승컵도 손에 쥐었다. 준결승까지 1골 차 승리로 올라왔고 결승전에서 라이프치히를 만나 3-0으로 완승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루메니게 CEO는 “지난 시즌 더블 달성에 특히 고맙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2018-19 시즌에 잃은 것: 유럽 무대에서의 위상
독일에서는 웃었지만 유럽 무대에서는 웃지 못했다. 2018-19 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16강 탈락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냈다. 최근 5시즌 중 최악이었다. 또, 16강 상대가 도르트문트를 지휘했던 위르겐 클롭 감독의 리버풀이라 파장은 더 컸다. 매시즌 빅이어를 목표하는 바이에른에 큰 오점으로 남았다.

2019-20 시즌에 이룬 것: 토트넘 7-2 승리
코바치 감독이 올 시즌에 내세울 만한 결과는 한 경기 뿐이다. UCL 조별리그에서 토트넘을 만나 7-2으로 이겼다. 홈이 아닌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거둔 승리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노렸던 팀이다. 해리 케인(26), 손흥민(27), 델레 알리(23) 등 내로라하는 공격진도 갖췄다. 그래서 7-2 대승은 더 짜릿했다. 코바치 감독을 향한 현지 여론이 순식간에 긍정적으로 바뀌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그게 전부였다.
2019-20 시즌에 잃은 것: 신뢰
매주 훈련장 제베서슈트라세에서 코바치 감독의 기자회견이 꾸준히 진행됐다. 그가 취재진 앞에서 입버릇처럼 반복한 말이 있다. “다시 리그 1위를 되찾겠다”이다. 바이에른이 올 시즌 1위에 오른 기간은 딱 일주일뿐이었다. 겨우 2위까지 올랐지만 프랑크푸르트전 1-5 패배로 4위까지 떨어졌다. 전반기 종료까지 겨우 7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토마스 뮐러(30)를 ‘급한 불 끄는 존재’로 정의했고 프랑크푸르트 서포터즈를 두고 “분데스리가 최고의 팬들”이라고 말했다. 파장이 큰 발언들이었다. 뒤늦게 수습했지만 이미 늦었다. 포칼 2라운드 보훔전서 2-1로 간신히 승리를 거둔 뒤에는 “전술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선수들의 실수가 잦았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기엔 리그 경기력도 만만찮게 안 좋았다.
코바치 감독을 향한 신뢰가 뚝뚝 떨어질 수밖에 없던 이유다. 최근 몇 주 사이에 리그와 포칼마저 아슬아슬한 상황이 됐다. 루메니게 CEO도 “최근 몇 주 동안 팀이 보여준 모습과 결과를 보고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며 코바치와 이별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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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코바치 감독은 부임한 지 491일 만에 “구단과 팀에 성공을 기원한다”라는 말을 남기고 팀을 떠났다.
사진=정재은, 바이에른 뮌헨, Getty Imag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