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현민 기자 =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가 수문장 마크-안드레 테어 슈테겐이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환상적인 선방쇼를 펼치며 3-0 대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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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사가 베르나베우에서 치러진 레알과의 2018/19 시즌 코파 델 레이(Copa Del Rey: 한글로 번역하면 국왕컵) 준결승 2차전 원정 경기에서 3-0 대승을 거두었다. 1차전 홈에서 1-1 무승부에 그쳤던 바르사는 2차전 원정 승리로 6시즌 연속 국왕컵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제 바르사는 국왕컵 5연패에 도전한다(2012/13 시즌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스코어는 3-0 대승이었으나 정작 경기 내용 면에선 홈팀 레알이 크게 앞섰다. 점유율 자체는 49대51로 팽팽했으나 공격적으로 훨씬 위협적이었던 건 레알이었다. 레알은 '신성' 비니시우스를 중심으로 효과적인 공격을 전개하면서 연신 바르사의 골문을 두들겼다.
실제 슈팅 숫자에선 레알이 바르사에 14대4로 크게 우위를 점했다. 유효 슈팅 역시 4대2로 앞섰다. 특히 비니시우스 홀로 6회의 슈팅을 시도하며 바르사 전체(4회)보다 더 많은 슈팅을 기록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바르사엔 '수호신' 테어 슈테겐이 버티고 있었다. 전반전 일방적으로 바르사가 밀리던 상황 속에서도 그는 연신 선방을 펼쳐보이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먼저 22분경, 비니시우스의 전진 패스에 이은 원톱 공격수 카림 벤제마가 크로스를 바르사 수비가 막은 걸 비니시우스가 잡아선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각도를 좁히고 나온 테어 슈테겐이 몸으로 저지했다.
이어서 36분경, 비니시우스의 슈팅을 바르사 수비수 클레망 랑글레가 몸으로 차단한 걸 비니시우스가 다시 잡아선 패스를 내주었고, 이를 벤제마가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테어 슈테겐이 동물적인 반사 신경으로 다리를 쭉 뻗어 선방해냈다. 이는 바르사 수비수 헤라르드 피케가 무리해서 드리블로 공격을 시도하다 레알 수비형 미드필더 카세미루에게 끊기면서 발생한 장면이었기에 상당히 위험 천만한 순간이었다.

전반 내내 슈팅 1회에 그쳤고, 그마저도 유효 슈팅은 전무했을 정도로 공격적인 면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테어 슈테겐의 선방 덕에 0-0으로 전반전을 마무리한 바르사는 후반 초반 단 한 번의 득점 기회를 골로 연결하면서 먼저 리드를 잡아나갔다. 후반 5분경, '돌격대장' 우스망 뎀벨레의 측면 돌파에 이은 컷백(대각선 뒤로 내주는 패스)을 원톱 공격수 수아레스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킨 것.
실점을 허용한 레알은 파상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바르사엔 테어 슈테겐이 있었다. 후반 17분경 비니시우스의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레길론이 골문 앞에서 다이빙 헤딩 슈팅으로 가져갔으나 테어 슈테겐은 몸을 날려서 손끝으로 저지해냈다. 이는 사실상 골 하나를 막은 것이나 다름 없는 환상적인 선방이었다.
이어서 후반 21분경 레알 베테랑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의 패스를 공격에 가담한 오른쪽 측면 수비수 다니 카르바할이 각도기 없는 곳에서 과감한 슈팅을 시도했으나 이 역시 테어 슈테겐에게 저지됐다. 다시 1분 뒤엔 비니시우스가 단독 돌파로 바르사 오른쪽 측면 수비수 넬슨 세메두와 피케를 연달아 제치고선 슈팅을 연결했으나 커버를 들어온 세메두 다리에 맞고 굴절되어 골문을 빗겨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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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스 뒤에는 위기, 위기 뒤에는 찬스라고 했던가? 득점 찬스가 연달아 무산된 레알은 후반 23분경 수아레스를 향한 뎀벨레의 날카로운 땅볼 크로스를 수비수 라파엘 바란이 태클로 저지하려다 자책골을 넣는 우를 범하면서 추가 실점마저 허용하고 말았다.
자책골과 함께 심리적으로 무너져버린 레알은 곧바로 1분 뒤에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수아레스 돌파 장면에서 카세미루가 무리해서 가로채기를 시도하려다 파울을 저질렀다. 이렇게 얻어낸 페널티 킥을 수아레스가 차분하게 파넨카 킥(골키퍼 정면으로 느리게 띄워서 차는 킥)으로 성공시키면서 바르사가 3-0 대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GOAL역시 축구는 골을 넣어야 승리하는 스포츠이다. 내용은 크게 의미가 없다. 이는 역으로 실점 위기들을 골키퍼가 막아낸다면 승리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소리기도 하다. 그러하기에 축구에선 골키퍼가 골을 넣은 것이나 다름 없는 선방을 했다는 말이 있는 것이고, 특급 골키퍼는 승점을 벌어다 주는 존재라는 말도 있는 것이다.
테어 슈테겐이 전반전에 연달아 선방을 펼쳐주었기에 후반 바르사의 득점이 나올 수 있었다. 바르사의 선제 득점 이후에도 다시 실점 위기가 있었으나 테어 슈테겐이 막아준 덕에 역으로 추가 골을 넣으며 3-0 대승을 만들낼 수 있었다. 그의 선방이 없었다면 이 경기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크다. 마치 방탄 키퍼라는 애칭이 절로 떠오를 정도였다. 이에 바르사 에이스 메시도 경기가 끝나고 테어 슈테겐을 끌어안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Getty Images흥미로운 점은 원래라면 레알과의 국왕컵 준결승 2경기에 테어 슈테겐이 아닌 백업 골키퍼 야스퍼 실리센이 선발 출전했어야 했다는 데에 있다. 원래 바르사는 2016/17 시즌 실리센이 바르사에 입단한 이래로 줄곧 국왕컵에선 실리센을 고집했다. 테어 슈테겐이 부상을 당하지 않는 이상 실리센이 프리메라 리가 및 챔피언스 리그 같은 주요 경기들에 출전할 일이 없기에 배려 차원에서 이루어진 선택이었다. 하지만 실리센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운명의 장난처럼 테어 슈테겐이 레알과의 준결승 1, 2차전에 모두 선발로 나섰고 환상적인 선방을 펼치면서 바르사의 국왕컵 결승 진출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테어 슈테겐은 이번에도 슈팅 4회를 선방하면서 무실점을 이끌어냈다. 최근 공식 대회 55회의 유효 슈팅 중 무려 47회의 슈팅을 선방하며 85.5%의 경이적인 선방률을 자랑하고 있는 테어 슈테겐이다. 그가 버티고 있기에 바르사는 최소 패배는 면할 수 있다(실제 바르사는 최근 23경기에서 단 2패를 기록하고 있고, 2패는 모두 국왕컵에서 당한 것이었다).
